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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여성회관에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생긴 피해 흔적을 배출물인 '똥'으로 표현한 이색 보도사진전이 한 다큐사진작가에 의해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분단 이후 미군들로 인한 피해를 테마로 한 이 보도사진전은 다큐사진작가인 이용남(파주저널신문 논설위원. 47.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주공아파트) 씨가 지난 10여년 간 앵글에 담아온 사진 중 일부인 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은 수십여대의 탱크들이 좁은 마을길을 통과하는 장면, 말리기 위해 길에 널어놓은 벼를 탱크가 짓밟은 장면, 기름유출, 헬기추락, 비무장지대 오염실태 등 미군들에 의해 저질러진 각종 피해장면들이 전시돼 있다.

지난 13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여성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파주저널신문 창간 1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으며 그 동안 신문에 보도됐던 미군피해 사진들을 중심으로 전시, 분단지역의 미군으로 인한 피해 현실을 시민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이용남 씨는 '파주의 기록자' 또는 '시민게릴라'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현재 이 소장은 다큐멘터리 사진가협회와 국제프리랜서 사진가협회(IFPO:Internation Freelance Potographers Organization)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10여년 전부터는 현장사진연구소라는 작업실을 차리고 파주에 정착해 분단의 현장인 파주를 기록해 오고있다.

이 소장이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찍게된 계기는 바로 분단이라는 상황이었다. 이 소장은 단신으로 월남한 부친을 비롯, 파주에 실향민들이 많아 통일 이후를 대비해 이들의 삶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 것이 사진작가가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소장은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똥’이라고 정했다. '똥'이라는 의미는 분단 이후 미군들이 남긴 흔적을 의미한다. 이 소장은 "파주에서의 미군이 철수한 것이 71년인데 아직도 당시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군들이 떠나서 피해흔적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똥이라 표현했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전쟁 후 혼란기인 1955년 기지촌으로 유명한 파주 뇌조리에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미군에 대한 기억이 남다르다. 미군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는 그 당시 대부분이 그랬듯이 구걸과 폭행, 매춘, 살인 등 온통 나쁜 기억들뿐이다. 그렇다고 이 나쁜 기억들이 이 소장을 반미주의적 입장에 서게 한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는 실증적 자료와 현장경험으로 판단하는 합리주의적인 반미 쪽에 서기를 원한다고 한다.

지난 3월 스토리사격장의 문제가 대두됐을 때 그는 현장에 있었다. 스토리사격장의 환경오염문제와 지역농민들과 미군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아낸 그는 “스토리사격장의 반대 시위뿐 아니라 사격장의 대토부지로 점원리의 습지가 지목됐을 때 사진으로 원형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최근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이 소장은 또 "사진가에게는 자신이 속한 삶의 터전에 대해 기록해야 하는 권리와 그것을 사진으로서 재생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통제, 억압받는 사람들을 공동선으로 올려 놔야하는 것이 사진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왜곡될 수 없는 현장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이번 사진전 역시 그렇다. 그러기에 그는 오늘도 분단된 지금이 아닌 통일 이후에 현재의 분단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분단 1세의 흔적과 현장 찾기를 하고 있다.

민주화열기가 뜨겁던 80년대 중반 이 소장은 전국 대학을 순회하며 게릴라식 기습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려대 총학생회와 함께 장기수 석방을 요구하는 민가협(민주화실천 가족운동협의회) 가족들의 운동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지난 98년엔 파주의 분단현장과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 집 ‘우리 땅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가 비록 작은 공간에서 이뤄졌지만 일상 속에서 찾아낸 역사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들이 파주라는 현장에서 보여진다는 것에 그는 만족해 하고 있다. 아울러 작지만 행정기관인 여성회관에서 사진전을 열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지난 92년 같은 장소에서 민주화투쟁 과정 사진전을 열려다 철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행정이나 시민들이 미군피해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한다.

전시된 사진은 그가 운영하는 현장사진연구소의 홈페이지(ww.hjphoto.co.kr)에 들어가 보면 생생히 볼 수 있다. 그 곳엔 그가 기록해 놓은 분단으로 인한 한 소도시의 아픔과 현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사라져 버린 풍물 등을 글과 함께 볼 수 있다.

이 소장은 디지털 ‘말’지를 비롯 인터넷 한겨레에서 사이버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역량 있는 사진가를 배출하기 위해 매주 화, 목요일 파주시 여성회관에서 사진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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