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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으로 메말라 갈라진 대지가 마치 단비의 해갈을 맞은 듯하다. 국세청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발표로 인한 대다수 시민들의 심정일게다.

언론사가 그동안 5년마다 다 받는 법인 세무조사에 예외적으로 성역속에 안주하다가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조세 탈루액과 추징세액의 결과가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는 사상 처음 있는 일.

물론,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4년 10여개 언론사가 세무조사를 받았다지만, 조사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채 정권과 언론사간에 타협으로 추징세액을 줄여주었던 사실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사회정의 및 조세 정의를 이룩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그 이유는 이번 발표내용이 불충분해 "언론을 적당히 압박한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지울 수 없기에 그렇다.

따라서 정부는 언론조사 전체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법에 따라 탈세에 대해 추징할 부분은 추징하고, 위법을 한 책임자의 소재는 철저히 가려내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성역에 안주해 왔던 언론권력이 발가벗겨지니 과연 언론이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한 공기였던가라는 의문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

23개 중앙언론사의 탈세규모는 무려 5056억...

탈루 방법으로는 광고대금의 고의 누락, 폐업자 간이세금영수증 및 가짜 신용카드의 거짓 제작 및 발행, 과도한 무가지 발행으로 비용의 과다 계상 등 다양했다.

게다가 족벌언론의 경우는 계열사 주식을 2, 3세에게 주면서 매매한 것처럼 위장해 증여세를 탈루하거나 위장전입해 부동산을 매입함으로써 자녀에게 물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회의 부정의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권력의 그늘 밑에 여태껏 안주하면서 도둑질만 했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언론들이 어찌 이 사회의 공기라 자처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가지 않는 세상만사다.

도덕과 정의가 생명이어야 할 언론사가 여태껏 이런 도둑질만하다가 들켰다면 마땅히 부끄러워서라도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조선, 중앙, 동아 이른바 3대 족벌언론은 양심의 가책은 커녕 야당의 "언론 길들이기" 주장 등을 1면 등 주요 면에 올려 본 사안의 본질을 교묘히 비켜가려 안간힘을 쓰는 등 파렴치한 행태는 여전했다.

그리고 이들 신문은 오늘도 우리집에, 우리 이웃에 아직도 버젓한 아침손님으로 당당히 찾아오고 있으니....

이러하기에 위로부터의 개혁은 한계가 있다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의 성패는 우선 개혁의 주체가 분명히 설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함께 병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을 게다.

개혁의 선봉적 주체가 되어야 할 대부분의 언론이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된 이 마당에, 시민운동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끌어가야 할 두세 배의 막중한 짐을 지지 않으면 안될 사회적 요청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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