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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국 텍사스, 그 중에서도 제가 거주하고 있는 달라스-포트워스(DFW) 지역에서는 산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넓은 평지에 간혹 언덕이 있는 지형이라,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보아도 높은 산 대신 끝없이 사방으로 펼쳐진 도로만 보일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쾌적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까닭은 주위 곳곳에 심겨진 나무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대개의 미국 방문자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이곳에 처음 와서 주위에 흔하게 있는 공원들과 어디에서나 잘 가꾸어진 정원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비단 학교 캠퍼스뿐만이 아니라 개인 주택과 아파트 단지 심지어는 길가에 널려있는 땅에까지 어김없이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캠퍼스 내의 건물과 주차장을 제외한 전 공간에 나무와 잔디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너른 잔디밭에 나무가 드문드문 심겨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제가 주차하는 학생 주차장 너머에 있는 나무들은 좀 달라 보였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함께 모여 자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의도하고 나무를 심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외적이고 특별한 모습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십여 그루의 작은 나무들이 자라면서 함께 모여 커다란 나무를 이루었습니다.

'숲'이라고 부르기엔 작아 보이고, '군락'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꼭 붙어있습니다. 나무가 모여 큰 나무가 되었다는 표현이 부정확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상시 무심코 지나다니던 길옆에 나란히 서 있던 나무들을 우연히 발견하고서는 너무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그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 전 사진을 인화하다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손에 손을 맞잡은 그 녹색찬연한 나무들 위로 무심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모두(www.urimodu.com)'라 불리우는 인터넷 사이트에 모이는 사람들입니다. 아시는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우리모두'는 '조선일보'에게 '제몫을 찾아주자'는 '안티조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한국에 있을 때나 미국에 유학 와서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마음속의 응원을 보내던 이들입니다.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그들의 활약상을 간혹 전해듣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조선일보사 앞에서 행해졌던 '1인시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선일보사옥 앞에서 당당히 외쳐진 조선일보를 반대한다는 개인의 선언은, 그들에 대한 반대를 통해 사회에 대한 희망을 움트게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네가티브)운동이 아닌 긍정적인(파지티브)운동이라 생각됩니다.

여기에서 단순히 그들의 활동을 소개하거나 홍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이루어졌던 1인시위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우리모두'라는 모임이 우리사회의 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둡고 굴절된 자신의 과거를 감춘 채 푸르디 푸른 한반도를 나누고 갈라 서로를 미워하게 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움켜지는 수구세력에 대항하여 마주잡은 이들의 손이 이 땅 곳곳에 퍼져나가길 소망합니다.

그러나 '우리모두' 여러분들을 희망이라 부르지는 않겠습니다. 나무가 모인 나무들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이미 이 땅의 공기는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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