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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문
인하대 교수들이 산보를 즐기는 이유

12시 인하대 본관 지하 교수식당에서 막 식사를 마치고 교수들이 한분 두 분 나오신다. 잠시 서성이는가 싶더니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걸음을 옮긴다.
"교수님 지금 침묵시위하는 겁니까?"
"응? 그냥 산보하는 거지."

사회과학부 정영태 교수는 침묵시위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는다. 조금을 걷다 보니까 각 건물에서 나온 교수들이 가세하여 산보의 행렬이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했다.

동행을 위한 산보

인하대 교수협의회 교수들이 김영규 교수 파면과 관련하여 동료교수들과 함께 침묵시위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낮의 산보투쟁(?)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학교를 한바퀴 산보하면서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제는 교수들이 직접 김영규 교수의 파면에 대해 사태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플래카드 하나, 시위를 알리는 어떠한 선전물 하나 보이지 않지만 동료교수들의 김영규 교수의 파면에 대한 반대의 의지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알려내고 있는 것이다.

인하대 후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교협 천막 농성장. 김영규 교수 파면철회와 노건일 총장, 이양호 재단이사장 자진사퇴를 위한 인하대 교수협의회의 천막농성장이다.

지난 3월 19일부터 시작한 천막농성은 벌써 30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학내에서 학생들이 천막농성하는 일은 많이 보았지만 교수들이 천막농성하는 모습은 웬지 눈에 익숙치 않은 전경이다.

서너평 정도 되어 보이는 농성장 안에는 351명 교협 교수들의 성명서며 탄원서들이 붙어 있고 철야농성을 하는 각 단위학생회의 지지.지원활동계획들이 적혀 있다.

천막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김영규 교수는 자리에 없었고, 지지와 지원활동을 하는 학생 세 명 정도가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교수님들은 언제 방문하나요?"
"교협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단과대 별로 매일 방문하고 계십니다."(함진철. 교육학과3)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함진철(교육학과3. 민주노동당 학생그룹) 군은 교협의 천막농성활동에 지지.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서 이러한 입장을 전한다.

"지난해 10월 교협에서는 노건일 총장의 중간평가를 실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건일 총장의 독단적인 학원운영과 학부제 실시를 비롯한 연구비의 대폭삭감, 보직 겸직과 보직수당의 삭감, 대학원 논문지도비의 폐지 등의 이유를 들어 총점 100점 만점에 17점을 평가하였는데, 이것은 사실상의 불신임과 같은 조치였습니다. 재단에서는 그간의 김영규 교수님의 활동에 대해서 총장중간평가 실시를 비롯한 정치활동에 관여했다라는 이유 등으로 파면했지만, 이것은 엄언한 보복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5일 인하대 교수협의회 비상총회에서는 이번 교협회장 김영규 교수의 파면조치 사태전말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하면서 징계조치의 내용에 대한 것과 위법부당한 징계조치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1. 징계조치의 내용

1) 파면조치
학교법인 인하학원(이하 재단)은 인하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영규 교수(사회과학대 사회과학부)를 20001. 1. 2 징계회부하고 이어 직위해제 조치한 후 한달 만인 2001. 2. 2 파면이란 징계조치를 내렸다.

2) 징계사유
재단은 김영규 교수의 그간 활동을 크게 다서 가지로 분류해 문제를 삼으면서 그런 활동들이 해교행위, 교수본분배치, 명예훼손, 품위손상, 면학분위기 저해, 의무위반, 직무태반 등의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다섯 가지 활동이란 1) 정치활동과 노동운동 2) 총장 중간평가 실시 및 재단부채 등의 의혹제기 3) 대학당국을 비판한 학내활동 4) 선거무효인 회장직 수행 5) 연구.교육직무의 부당한 수행 등이다.

2. 위법부당한 징계조치

1) 위법부당한 징계조치
사립학교법 65조 제 1항과 재단 정관 제 59조 제 1항은 징계대상자에게 2차에 걸쳐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김영규 교수에게 진술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징계위원회에서 파면을 결정함으로써 절차상의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있다.

2) 부당한 징계사유
정치활동과 노동운동은 교수들의 자유롭고 정당한 행위이며 대학은 이를 사회적 봉사홀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총장중간평가는 교협의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수행된 것으로 헌법상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어 정당하다. 그리고 재단부채와 예산전용에 관한 의혹제기는 학내 이해 당사자이면 누구나 자신들의 권익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는 활동에 해당되어 정당한 것이고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 이밖에 징계사유로 적시한 두 가지 활동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며, 또한 적시한 여러활동 가운데에는 시효가 지난 것이어서 이를 기초로 한 징계처분은 위법하고 부당하다.



ⓒ 이종문
강의는 계속되고 있다.

"김영규 교수님은 언제 뵐 수 있나요?"
"조금 있으면 릴레이 강의하는 데서 볼 수 있습니다."

재단의 파면조치 이후에 김영규 교수는 연구실과 교협사무실 출입에 대해 제한조치가 내려졌을 뿐 아니라 강의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총학생회를 비롯해서 김영규 교수의 파면의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구로 개설하기로 되어 있던 김영규 교수의 강의 과목은 지금은 학점 없는 과목이지만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강의는 김영규 교수의 전공과목인 재정학과 교양과목으로 정부와 기업이라는 내용으로 매주 화요일 1시에서 3시까지 5동213호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강의는 릴레이식으로 김영규 교수뿐만이 아니라 평소 김영규 교수와 친분이 있는 타대학 교수들이 초빙되어 릴레이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천막농성장을 찾은 이 날도 가톨릭대 사회학과의 조돈문 교수의 릴레이 강연이 있었다. 강연장에는 13명 정도의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나는 한번도 외부강의로 휴강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김영규 교수의 부탁으로 대학 와서 처음으로 외부 강의로 휴강을 하게 되었다."(조돈문 교수)

김영규 교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시간 가량의 강의는 채 끝나지 못하고 3시가 되자 다른 수업을 들으려고 몰려드는 학생들 때문에 강연장을 천막농성장으로 옮겨서 계속 진행하였다. 갑자가 농성장이 서당과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학교측에서 인정하지 않는 릴레이 강의를 하는 것에 대해서 김영규 교수는 어떤 심정일까?
"학점이 인정되지 않는 강의를 하시고 계신데, 심정이 어떻습니까?"
김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은 학점을 못받는 강의지만 투쟁이 승리하면 학점이 인정되어야지..."

15년간의 인하대 교수재직 기간 중에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심정을 밝히는 김영규 교수는 남다른 이력과 순탄치 않은 세월을 지내오신 분이었다.

20년 전에 한국은행 재직시절 비민주적인 인사행정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한국은행 내의 노조를 결정하려다가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그 후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서는 어떠한 사회활동이 보장되지 않자, 유학의 길을 선택하고 4년후 귀국하여 인하대 교수가 되었다.

"20년 전 젊은 나이에 12년간 근무해서 한국은행의 대리까지 할 수 있었으면, 출세가 보장 되었을텐데, 유학의 길을 선택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자유로운 사회활동을 보장받고 싶었지, 아무래도 공무원 사회가 경직되어서 내가 원하는 사회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사회활동의 제약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교수의 길을 선택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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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회활동의 제약성을 탈피하고자 선택했던 교수의 길에서 또 다시 20년 전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20년 전의 한국은행의 상황과 20년 후의 인하대학의 모습. 20년의 세월이 아직도 김 교수의 사회활동의 제약을 가하고 있는 현실. 대학이 아직도 20년 전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일까?

김영규 교수는 지금은 합법화 되어 있는 전교조활동에 인천지역대학에서는 처음으로 가입한 인천지역대학의 전교조 1호 교수다. 당시 90년도에도 교육부로부터 파면, 징계 권고를 받고 안용권 부총장에게서 탈퇴권고를 받았으나, 교무위의 표결에서 부결되어 간신히 징계를 면하기도 한 사건도 있었다.

그렇게 지내온 순탄치 않은 교수시절 중에서도 지금의 시기가 가장 견디기 힘든 시기라고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한번도 교수로서의 직분을 잊고 산 적은 없었어.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다 하더라도 연구실로 돌아와서 강의준비하고 연구하는 걸 미루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교수로서 가장 힘든 것은 강의실에서 제자들을 만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규 교수가 대외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교협 자치활동을 통해서 교수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을 한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교수로서의 역할을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것을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김영규 교수 연구실엔 '민중해방'이 있다.

김영규 교수 연구실에 들어서자 연구실 측면에 크게 걸려있는 액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백기완 선생이 직접 쓴 '민중해방'이라는 액자였다.

일반적인 교수연구실에서 느낄 수 없는 민중적 정서를 액자의 씌어진 문구를 통해서 확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4월 16일에는 백기완 선생이 직접 천막농성장에 지지방문을 하기도 하였다.

김영규 교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봐 왔던 연구실 조교(행정학과 4학년 오동원)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요즘에 교수님이 연구실에 자주 들리시나요?"
"해임되신 후에는 주로 교협사무실에 계시고 이 건물에서 수업이 없으셔서 연구실에서는 생활하시지는 않습니다. 학교측에서는 교수님의 연구실 출입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법적으로는 교육부의 심의가 안 끝난 상태인데도 연구실 키를 반납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에 강제 폐쇄조치까지 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측에서는 두 번의 공문을 통해서 김영규 교수의 감봉조치의 사실과 연구실과 교협사무실 사용을 금하도록 하는 내용을 전달한 적이 있다.
"평소에 김영규 교수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교수님은 평소에 과묵하시고 위엄 있으신 분이십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권위적인 분은 아닙니다. 조교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시기도 하고 지금까지 함께 했던 선배 조교님들도 일년에 한번씩 선생님 댁에 모여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면서 제자들을 잘 챙겨주시는 분입니다. "

ⓒ 이종문
"교수님의 연구활동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교수님은 젊은이다운 열정으로 책을 많이 쓰시기도 하고 적어도 일 년에 한 권씩 연구서적으로 내시고, 매학기 6-7과목 되는 교재를 만들고, 수정본을 만들어 강의하십니다. "

조교는 김영규 교수가 직접 쓴 책이며, 강의교재들을 보여주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수 자신도 다른 여타의 활동으로 인해 교수 연구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직접교재를 작성하는 이유에 대해서 김영규 교수는 이렇게 전한다.

"요즘 학생들의 주머니상황이 뻔하잖아, 가뜩이나 부모들한테 돈타쓰기 힘든데 책값이 좀비싸야지, 뭐 그런 거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는 생각으로 직접 교재를 만들어서 강의하는 거지."

함께 강의를 들었던 김영규 교수의 학과 제자들은 김영규 교수의 복직을 원하고 있었다.
"교수님하고는 개인적으로 많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지만, 교수님의 인품이나 연구활동은 교수로서 부족한 점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이강진. 행정학과4)

스스로 과 내에서 아웃사이더라고 밝히는 행정학과 4학년 권오찬 군은 부당한 재단의 파면을 피력하면서 제자로서 많이 죄송하다라는 말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들이 해야 할 일은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옳은 말 할 사람들이 줄어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지만 지식인답게 옳은 말 하시는 분중에 한 분이 바로 김영규 교수님입니다. 교수님이 계셔야 할 곳은 국회, 행정부도 아니고 바로 인하대의 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복직되셔서 좋은 말씀 들었으면 합니다."

출입제한구역 교협사무실

교협사무실에 들어서자 행정조교가 밝은 웃음을 띤 얼굴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교수연구실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김영규 교수의 출입을 제한한다라는 공문이 이미 통고된 상황이었다.

조교는 교무처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보여주었다. 교협의 성원인 교수들의 의해서 인정받고 있는 교수자치활동에 대한 권한을 학교당국에서 박탈하는 것이었다.

김영규 교수의 파면에 대해서 정당한 처사라고 얘기하는 교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교수가 물리학부의 차동우 교수이다. 지난해 교무처장을 역임한 바 있는 차교수는 김영규 교수의 파면에 대한 의견을 학교 홈페이지의 자유토론장에 적극적으로 게재하였다.

차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 김영규 교수님의 교협의장직 수행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셨는데요. 교수님 생각은 어떠한 것이었습니까?

"교협회장은 직접투표로 해야 하는데, 선출과정에서 우편투표가 있었다. 그리고 전체 과반수 출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에서 유권해석을 내렸다. 김영규 교수는 교협교수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교협의장이 된 사람이 아니다. 교협의장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서 된 것뿐이다."

- 교수님의 이의제기로 재신임투표를 하였고, 총회성립이 되어서 위임투표한 교수들과 참석자를 포함해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위임장의 내용에는 교협의장의 재신임에 대한 안건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위임장을 보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찬성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묵인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것을 전적으로 찬성했다고 볼 수 없다."

- 김영규 교수의 징계사유는 무엇입니까?

"어떤 사람들은 총장에 대한 중간평가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진짜 이유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김영규 교수가 재단의 2500억 부채의혹이나 총장 임명 과정에서 재단과의 유착 등에 대해서 있지도 않은 근거 없는 것을 제시하여 학생.시민단체와 접촉하여 학교를 분규로 가는 학교로 유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 학원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김영규 교수는 재단과 학교 당국을 헐뜯겠다는 의도다."

- 그럼 김영규 교수는 뭘 목적으로 헐뜯겠다는 것입니까?

"그걸 모르겠다. 이유 정말 모르겠다. 김영규 교수는 총장마다 헐뜯었다."

- 이 문제의 출발지점은 노건일 총장의 취임시절부터 아닙니까? 노건일 총장은 5,6 공 시절 행정관료를 지낸 사람이다. 그리고 노태우 정권시절 한진재단과 밀접한 관계부서인 교통부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러한 사람이 총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런 의문을 가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노건일 총장에 대해서 이전과는 다르게 교수협의회에서 추천한 두 명의 총장후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재단에서 노건일 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 대해서 처음부터 교수협의회에는 반발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총장선임권을 재단에서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총장선임권은 재단에서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당시는 전체적인 사회의 분위기가 총장직선제에 대한 회의를 가졌던 시기다. 노건일 총장은 옛날 중구청장 시절부터 조중훈 회장과 같은 동네에 살면서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 그분이 워낙 일을 잘 처리하고 능력이 있어서 총장을 임명한 것이다. 김영규 교수는 총장과 재단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다. 김영규 교수는 학교문제를 학교 밖으로 가져가면서 해교행위와 분규로 만든 것, 근거 없는 의혹제기 등으로 명예훼손으로 징계받게 된 것이다."

-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김영규 교수의 파면은 철회되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로 알고 있습니다. 351명의 탄원서가 그 증거인데요.

"다른 교수들이 총장 밉다고 김영규 교수의 입장을 따르는 것은 비굴한 짓이다."

- 교육에 대한 철학도 없는 이가 행정관료출신으로서 총장이 되는 것에 대해서 총장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총장은 여러 종류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건일 총장 이후에 재단은 학교에 대해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노건일 총장이 처음에는 학교일에 아무 것도 몰랐다. 하지만 새벽부터 저녁까지 정말 일을 많이 했다. 집에 가서도 밤새 공부했다. 그리고 총장이 자기가 알아서 한 일 없다. 그만큼 교수말 안듣고 한 일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은퇴해서 나간 교수들 입장을 주로 들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현직 교수들한테는 야속한 것들이 있었다. 노건일 총장 취임 이후 국가지정연구센터 10개 유치했다. 일류대학도 일년에 1-2개 정도 할까할 정도인데 노건일 총장이 해낸 일이다."

- 김영규 교수의 파면에 대해서 교수님이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 코멘트다. 김영규 교수는 학교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김영규 교수는 교수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지 않았다. 교수로서 마땅히 연구와 토론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선다. (손을 구호외치듯이 위로 올리면서) 교수로서 사회활동하지도 않았고 교수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렸다. 김영규 교수는 정말 반성해야 한다."

- 어떠한 것이 진정으로 학교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글쎄..."

차동우 교수가 가진 의견에 대해 김영규 교수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차동우 교수가 잘 모르고 하는 얘기도 있고 개인적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같은 교수입장에서 차마 그렇게 하지는 않았어.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서운한 점도 있어."
담배를 다시 물면서 차동우 교수에 대한 착잡한 심정을 나타내었다.

"교수님 천막농성은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십니까?"
"파면이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할 거야. 그리고 전국 사랍학교의 교수들의 80% 이상이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듯이 인사권이 재단 이사장에 있는 것이 이러한 대학운영의 파행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을 때,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투쟁해야 되겠지. 그리고 이양호 이사장과 노건일 총장은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해야지..."

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에 재학중인 대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그리고 지금 몸이 불편하다고 하는 부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말문을 흐리기도 하지만 천막농성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1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담배 너댓 가치를 피웠다.
"평소에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십니까?"
"동료 교수들과 테니스도 하고 운동을 하지만 요즘은 통 겨를이 없지.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정신이 없어..."

15만평의 대지를 품은 세 평

후문가를 지나면서 천막농성장을 보면서 느끼는 1, 2학년의 생각은 어떨까?

"우리한테는 아직 와 닿는 게 없어요. 그런데 왜 그럴까 참 궁금했어요."(이혜린. 인문학부 1학년)
1학년 학생들은 오히려 인터뷰를 하는 필자에게 되물어보곤 한다. 왜 그런 지에 대해.

"교수님이 정말 존경받는 교수님이었나봐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나서서 하니까요."(전지연. 인문학부 1학년)
"일단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다음에 좀 이유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교수로서의 능력부족으로 파면시킨 것이 아니라 단지 학교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파면 시킨다는 것은 이해가 안가요."(최동진. 일어일본학과 2년)

인하대 후문가는 24시간 열려 있는 공간이다.
열린 교문 앞 대학의 모습에는 세 평 남짓한 천막농성장이 있다. 어찌보면 열려 있는 대학이 이 세 평 정도의 양심을 포용하지 못하는 폐쇄된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취재하면서 계속 드는 의문이었다. 15만평의 대지를 이 세 평 남짓한 천막농성장이 품고 있지는 않은지...

취재를 마무리하려는 시기에 각 단대 교협 교수들의 대표들로 이루어진 교수평의회의 회의결과를 들었다. 천막농성을 4월 23일부터 정리해야 된다는 소식이었다. 23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김영규 교수 파면에 대한 심의가 있는 날이다. 심의의 결과에 따라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 갈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히 인하대라는 한 대학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학문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된다라고 하는 대학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보고이어야 한다라는데 그 누구도 반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대학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대학이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병폐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김영규 교수의 파면문제 또한 그 해결대안은 1차적으로 인하대학의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해결과정을 통하여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답하기 이전에 인하대학 당국은 이 사태에 대해 해결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책임있는 답을 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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