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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주창 목도리에 지질방석에 옴두루마기를 입고 염병 삼년을 앓다가 남의 집 대문앞에서 물 한모금 못얻어 마시고 뒈질 놈*

위 욕은 십여년전에 어느 작가가 세상에서 제일 긴 욕이라는 주제로 쓴 짧은 글에서 소개한 것이다.

어느 마을에 부자로 살면서 마을에 어려운 일이 닥치고 더구나 그 일이 그 부자집의 잘못 때문임에도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고 사과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마을사람들이 이같은 저주섞인 욕을 했었다며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이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진정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원숭이 같은 족속인 일본이야말로 이 욕의 대상자임을 빗대어 한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과 잇따른 망언에 대해 우리나라는 물론 인근 국가들이 강력히 항의·규탄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역사연구자·교육자 등 양심적인 지식인들 889명이 성명서를 발표하여, 극우 역사왜곡 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회장 니시오 간지)이 만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문부과학성의 검정에 합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며, 그에 따른 반대와 규탄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계속된 망언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만 하기보다는 냉정한 이성적 시각으로 세가지 관점에서 신중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극우단체들의 줄기찬 역사왜곡행태와 일본 정부의 방관적 태도이다.

황국사관에 뿌리를 둔 일본 지도층의 과거사 왜곡 발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로타 위원장의 이번 망언은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드는 고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징후다. 일본의 국수주의 세력들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등 극우적 편향성을 지닌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려 하는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내 극우성향의 인사들은 이미 지난 96년 12월에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결성하여 역사왜곡을 역설하였다. 1982년 이후 18년만에 재연되는 교과서 왜곡 파동을 지켜보면서 일본 극우세력들의 집요함에 전율과 분노가 치민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과의 평화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일본 스스로의 번영을 위해서도 마땅히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극우단체의 망동을 적극 제어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나라의 교과서 왜곡 중지 요구가 내정간섭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로 한·일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좋아진 것처럼 보였지만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은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노로타 망언으로 알 수 있다.

일본의 이른바 지도층인사들의 입을 통해 이따금씩 불거져나오는 ‘망언’이야말로 일본사람들의 진짜 생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일본인 개인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무리 우리가 항의하고 아우성친다고 해서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이 크게 달라질 수 도 없고, 그들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죄하리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독일의 경우는 극복되었지만 일본의 경우는 잠시 뒤편으로 물러나있던 군국주의가 언제라도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병존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근래 망언이 잦아졌다는 점과 뒤처리를 하는 일본의 태도가 강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종래 망언의 처리는 일본의 망언 ―한국의 항의 ―일본의 사죄의 순으로 이어졌다. 근래에 들어서는 항의와 사죄 사이에 “한번 역사논쟁을 벌여보자”는 식의 반응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망언 빈도와 강도의 증가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시사하는 것 같아 실로 걱정스럽다.

일본 사회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와 양심세력들의 양식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안이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우리도 밀월의 단꿈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한·일관계를 직시할 때이다.

둘째,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우리의 대응자세이다.

일본 고위관료의 계속적인 망언과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우리의 대응자세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망언이 있을 때마다 규탄집회를 하고 항의와 시위를 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이번에는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항상 구체적 실천 내용이 없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나마 국회에서는 민주당 이낙연,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 등 여야 의원 106명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이만섭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였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일본의 역사왜곡은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당한 아시아 국민들에 대한 도전이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희구하는 세계인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하고, 시정 이전까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추가 문호개방 전면 재검토, 각종 공식문서의 `천황' 호칭 재고, 한.일, 일.한 의원연맹의 긴급소집 및 시정 이전까지의 의원연맹간 친교활동 중단 등을 결의했다.

부산에서는 부산지역 60개시민·사회단체가 일본역사왜곡저지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일본 영사관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모리 요시로(三喜朗) 일본 총리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간부 등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조작에 관련된 중요 책임자 및 망언자 17명을 입국불허 인물로 선정해 이들이 입국할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통고장과 명단을 일본총영사관에 전달했다.

이처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대응책을 내고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는 없다. 우선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처럼 일본은 *아주 위험한 이웃*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 모두가 절실하게 느껴야 한다.

만성적인 망언으로 반복적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대해 그 시점에만 분노하고 일회성 대응책 마련에 급급했던 방식을 벗어나 언론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일본을 정확하게 알려고 하는 노력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일본은 그들의 후세들에게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가르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우리는 국사교육을 축소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선택과목으로 하겠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충분하게 가르치지 못하고 자라나는 후세들이 역사를 올바로 알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일본의 역사왜곡을 알고 그것을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지금도 부족한 역사교육을 더 강화하여 우리 후세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시키는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진정한 동반자 관계 모색을 위한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물론 세계화의 시대에 일본과의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정한다. 다만 국제정치적으로는 잠시라도 경계를 늦추게 되면 후회막급한 결과에 봉착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본을 ‘좋은 이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하다. 이는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국제사회의 일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지나간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단시일내에 해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가 제기되면 마지 못해(?) 1회성으로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인간의 불합리한 감정이 개입되어 있는 한·일간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 합리적 대처를 위해서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높여야 하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일본의 양심적인 세력들과의 연대운동을 통해 일본이 진정으로 과거 사실에 대해 참회하는 것만이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제조건이 성립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만일 일본이 자신의 과거사실을 참회하지 않고 계속 왜곡행태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일이며, 세상에서 가장 긴 욕을 언제까지고 들을 수 밖에 없는 족속임을 인정하는 결과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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