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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 신화가 되살아나다

우리나라의 30대 남자라면 누구라도, 한 때 마징가Z를 꿈꾸는 소년이었을 것이다. 아직 아버지 자전거의 페달을 채 끝에까지 밟지 못하는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던 그 때, 그 짧은 다리로 아버지 몰래 자전거를 끌고 나서면 온 동네 아이들의 부러움의 눈빛이 한 몸 가득 쏟아지던 그 때.

제트파일더를 타고 하늘을 가르며, 거대 로봇을 조종해 괴수의 배를 가르던, 소년 쇠돌이와의 만남은 자전거에 대한 부러움 따위를 간단히 뭉개버리는, 어떤 경외감을 느끼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마징가Z는 순식간에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로 하여금 마징가Z를 만드는 과학자를 꿈꾸게 만들었으며, 또 수많은 선생님들로 하여금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리게 만들었다(아이들의 공책이 수업내용과는 상관없는, 마징가Z를 흉내낸 그림으로 가득 채워지곤 했으니...).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마징가Z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의 한 과학자가 마징가Z 실물의 제작에 착수했으며 80% 이상의 공정이 이미 진행되었다는 것이다'라는 건 거짓말이고, 마징가Z(GO NAGAI / 서울문화사)의 번역본이 출판된 것이다. 아아.. 만화방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두툼한 마징가Z를 발견했을 때의 그 기분이란...

마징가Z는 이미 신화의 영역으로 접어든(적어도 거대 로봇 만화에 있어서는) 작품이다. 외부 세계로부터 몰려오는 적, 적을 물리치는 거대 로봇과 그 로봇에 탑승(!)해서 조종(!)하는 소년, 로봇의 기지 역할을 하는 연구소 등의 설정은 마징가Z에서 완성되었으며, 이후 거대 로봇 만화들의 원형으로 자리잡았다.

아버지의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한 순간에 동네 아이들의 영웅이 되던 그 시절, 자동차를 운전해보고 싶지만 1년에 한 번 갈까말까한 놀이공원의 범퍼카 정도로 만족해야만 했던 어린 아이들에게 마징가Z를 타고(!) 조종(!)하는 또래의 소년 쇠돌이의 등장은 혁명적인 일이었다.

쇠돌이는 그들의 욕망을 대신해서 실현시켜주는 욕망의 구현자였으며, 두말할 것 없이 '우리편'의 정의를 수호하는 '우리편'의 영웅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원형'들은 마징가Z 이후 등장한 대다수의 거대로봇만화에서 조금씩 변형된 채 적용되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도 마징가Z의 기본 설정을 거의 그대로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일본의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의 만화 '태권V'에서도 그 원형들이 그대로 재현되었을 만큼, 거대 로봇 만화에 있어서 마징가Z는 이미 신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두둥~  차회 예고!!!
 
[먹통 X]라고 하더니 '마징가Z' 얘기만 늘어놓다 끝나버린 <숨은 만화 찾기>.
 다음화 <숨은 만화 찾기>에서 우리는 과연 [먹통 X]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며느리도 모른다. 안기부도 모른다. 
<숨은 만화 찾기> 만화책 속의 마징가Z, 만화영화와는 다른 세계관 편을 기대하십쇼! 커밍수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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