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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을 하루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상징거리인 세종로 한가운데 있는 가로수가 제대로 생장을 못하고 고사될 위기에 놓여 있다.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미대사관 앞 가로수 나무허리에는 보기에도 흉물스런 쇠꼬챙이 족쇄들이 둘러있다. 미대사관측이 불순분자들의 대사관 침입을 막는다면서 대사관 담장 앞에 있는 나무에 쇠꼬챙이를 감아놓은 것이다.

생장을 위협받는 나무는 40년에서 50년된 은행나무 9그루를 비롯하여 10년에서 20년 된 잣나무 3그루와 플라타너스 1그루 등이다.

특히, 플라타너스는 6개월 전에 족쇄의 위치를 약 50cm가량 위로 옮겼는데 기존에 설치한 자리에 흉물스런 자욱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는 족쇄가 나무의 생장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나무에게도 생명은 있다. 무럭무럭 자라야 할 나무에다 흉물스런 보형물을 설치한 것은 나무의 생장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경관적인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미대사관의 이런 쇠꼬챙이족쇄 설치작업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데에 있다. 관할 관리감독청인 종로구청측은 이미 작년에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대사관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 측의 제거 요구에 미대사관측은 "올해 예산이 반영되면 다른 경비시설을 설치한 후 제거하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한 미대사관 관계자는 4월 4일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항의하는 녹색연합 직원에게 "사람목숨이 중요하지 나무의 생명이 중요하냐"며 황당한 답변을 했다. 가로수에 쇠꼬챙이족쇄를 설치하지 않으면 대사관 직원들의 목숨이 위급할 만큼 살벌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거리를 대표하는 국가상징거리의 가로수는 다른 가로수보다 세심한 관리가 보호가 요구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대사관에서 불법적으로 나무의 생장을 가로막는 보형물을 설치한 것은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장주영 간사는 "미대사관은 식목일을 맞이하여 당장이라도 족쇄를 제거하고 이런 상식 이하의 행동에 대해 서울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종로구청과 경찰서가 이런 불법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대로 방치한다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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