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중·장년층 이상의 교사들 대부분이 '나이 탓'만 하면서 컴퓨터에 접근하기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활용하지 않고는 좋은 수업을 할 수가 없어요."

오는 8월 정년을 앞두고 있는 서울 미성초등학교 조성선(62) 교장은 "아주 단기간에 쉽고 재미있게 컴퓨터를 익힐 수 있다"며 "나이가 많다고 못할 게 전혀 없다"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얘기한다.

"PC, 어렵거나 두려운 것 아니다"

40∼50대 연령층의 현직 교사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컴퓨터를 어려워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두려워하기까지 하는 게 사실이다.

이들 중에는 사소한 문서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나이 젊은 후배교사들에게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노년층에 속하는 교장들 가운데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을 찾기란 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조 교장은 적어도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나이 불문하고 컴퓨터를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년을 코앞에 둔 그에게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디지털 교장', '컴도사 교장', '컴박사 교장'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도대체 컴퓨터를 얼마나 잘 하기에 그럴까.

조 교장은 단순히 워드프로세서나 인터넷 서핑을 능숙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홈페이지 제작은 물론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장비, 리눅스 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프로급 실력을 갖췄다.

그가 지난 97년에 개설한 개인 홈페이지도 저작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작업한 것이다.

정년 앞두고 '컴도사' 호칭... PC서적 15권 집필

조 교장은 컴퓨터 관련 서적도 무려 15권이나 집필했다. 지난 85년 발간된 '컴퓨터 탐구생활'을 비롯, '컴퓨터 입문'(1987), 'MS-DOS 입문'(1988), '컴퓨터 동산'(1991), '컴퓨터는 내 친구'(1992), '할 수 있다, 어린이 컴퓨터'(1998) 등이 모두 그의 저서이다.

그는 또한 상업계 고교 교과서인 '전자계산일반'(1990), 서울시 교육감 인정도서인 '초등학교 컴퓨터 1-4권'(1998), '초등학교 컴퓨터 교사용 지도서'(2001) 등 교과서도 직접 집필했다. 특히 최근에는 컴퓨터 소외계층이랄 수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할 수 있다, 실버컴퓨터-7일만에 컴맹 탈출'(2001)을 발간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의 컴퓨터 실력이 오로지 독학으로만 연마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던 지난 70년대 후반 8비트짜리 PC를 구입한 것이 계기가 돼 이후 20여년간 컴퓨터와 함께 교직생활을 해 왔다.

"학교 정보화는 교장 하기 나름"

조 교장은 지난 84년 교장(서울 오류초등학교)으로 첫 발을 내딛으면서 학내에 '당시로선 흔하지 않았던' 컴퓨터실을 설치하는 등 교육현장에서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현재 복무하고 있는 미성초등학교에도 그의 컴퓨터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 학교는 초등학교로는 드물게 메인서버·웹서버·업무전산화서버에 방화벽까지 구축된 서버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2개의 컴퓨터실과 멀티미디어실에는 각종 첨단 교육기자재가 마련돼 있다.

또한 이 학교 방송실에는 동영상·음성파일은 물론 시디롬 타이틀까지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장비가 구비돼 있어 당장이라도 인터넷 방송국 개설이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학교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에 걸쳐 동영상 등 각종 교육자료를 활용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정보화는 교장 하기 나름입니다. 그러자면 우선 교장이 컴퓨터를 알아야 하지요. 적어도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정도의 기능은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