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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 햇살이 쏟아지는 주말 오후, 왠만하면 들로 산으로 나갈만 하련만, 국립중앙박물관 한쪽에 위치한 단층가건물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청소년부터 주부, 직장인, 전문연구자를 비롯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정원 240여명의 강의실은 곧 가득 메워졌다.

황금같은 토요일 오후 이들이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과연 무얼까. 이에대해 국민대 박종기 교수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다"는 말로 요약했다. 올 한해 총 24회에 걸쳐 계속되는 <토요문화체험교실>의 첫발은 이렇게 시작됐다.

역사에 관심있는 직장인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토요문화체험교실>을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했다. 3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역사 강좌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강의가 열리는 장소는 박물관 서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사회교육관 별관(단층 가건물)이며 수강 가능한 인원은 240명선이다. 시간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계속되며 매강의마다 강의록이 배포된다.

전체적인 강의를 준비한 황지현 학예연구사는 "우리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시간상 강좌를 들을 수 없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86년부터 진행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특히 작년부터는 5개년 계획으로 시대를 나눠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선사시대>를 다룬 지난해에 이어 올해엔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 역사와 문화>를 중점적으로 공부할 예정이다.

여름방학과 겹치는 7월과 8월엔 어린이들의 행사 준비로 강의를 쉰다. 역사에 관심있으면서도, 시간에 쫓겨 차일피일 미뤄왔던 많은 직장인들과 일반인들의 발걸음이 이곳을 자주 찾기를 바란다는 게 강좌를 준비한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우리의 색깔은 '오방색'

그 첫테이프를 끊은 것이 바로 지난달 24일 '한국사에서의 중세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맡은 국민대 박종기 교수였다. 박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왕조의 장기 지속성'을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왕조 500여년을 비롯 고구려와 백제(700년), 신라·통일신라(1000년) 등 왕조가 이처럼 장기간 지속된 것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중국조차도 주나라 800년 설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이 역시 초기역사에 대한 신빙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 400년 역사가 가장 길다는 게 박교수의 지적이다.

이어 그는 이처럼 한 왕조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과거제도'를 비롯한 투명한 인사제도와 효율적으로 강도 높게 진행된 '비판과 견제기능'이었다고 주장했다. 즉 왕의 실정과 관리들의 잘못을 비판하는 언관(言官)과 사실을 기록하는 사관(史官) 등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이 컸기 때문에 중앙집권적 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박교수의 설명이다.

지방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되는 인재들의 활발한 활동도 사회를 녹슬지 않게 하는 윤활유로 작용했다.

우리 역사에서 중세의 시작을 볼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고려 왕조의 성립(남한 역사학계의 정설) ▲무인정권의 성립(일본 고려사 연구자들의 입장) ▲통일 신라(백남운 등 유물론자, 토지사유론을 통한 내재적 발전론자) 에 대한 설명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박교수는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 세 왕조는 모두 군현제라는 동일한 기반 위에 있었으며, 이는 지방제도와 물적 토대를 확보하는 수취제도로 동시에 작용했다"며 "군현제가 변하면 수취체제도 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시대 구분론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며 "연구의 발전에 따라 늘 바뀔 수 있음을 염두해 둘 것'을 주문했다.
우리 문화는 '결코 위축된 문화가 아니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위에서 보는 옛 건물 하나만 봐도 중국의 장대함과는 거리가 먼 ,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했던 조상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이와 함께 그는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은근과 끈기', '흰색'이 아니다. 이는 모두 일본의 식민사학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며 "진정한 우리의 것은 '신명나는 문화'와 색동저고리의 '오방색'이다"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오는 31일엔 <통일신라의 정치체제>란 주제로 충남대 김수태 교수의 역사강좌가 펼쳐진다.

<2001년 문화체험교실 역사강좌 일정>
박물관이 준비한 직장인과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역사강좌는 이후로도 매주 진행될 계획이며 몇 차례에 걸친 현지문화유적지답사도 동시에 펼쳐진다. 올한해 잠정적으로 정해진 일정은 다음과 같다.

덧붙이는 글 | ▲3월 24일 한국사에서 중세의 시작 - 박종기(국민대)
      31일 통일신라의 정치체제 - 김수태(충남대)
▲4월  7일 통일신라 사회의 이해 - 이기동(동국대) 
      14일 경주 남산의 유적과 유물 - 박방룡(국립경주박물관)
      21일 유적 답사(경주 남산) 1박2일 
      28일 안압지 출토 유물 - 고경희(국립진주박물관)
▲5월 12일 한국 고대 대외문화교류 - 민병훈(국립중앙박물관)
      19일 한국 고대 불교조각의 흐름 - 강우방(이화여대)
      26일 한국 고대 사회의 불교와 유학의 기능 - 정병삼(숙명여대)
▲6월  2일 한국의 석조미술 - 소재구(국립중앙박물관)
       9일 유적답사(1일) - 익산 미륵사지 
      16일 나말여초의 사회변동과 고려의 건국 - 김갑동(대전대)
      23일 고려 전기 정치와 사회의 이해 - 정용숙(부산대)
      30일 고려 무인정권의 역사적 성격 - 김당택(전남대)
▲8월 25일 원 간섭기의 정치와 사회 - 이익주(서울시립대)
▲9월  1일 고려시대 가족과 친족제도 - 노명호(서울대) 
       8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 정구복(정신문화연구원)
      15일 고려시대 도자기 -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22일 유적답사
▲10월 6일 고려의 불교신앙과 가람 배치 - 홍윤식(국악예술고교) 
      13일 고려 불화 - 정우택(한국미술연구소)
      20일 고려 인쇄문화의 발달 - 박상국(문화재연구소)
      27일 유적답사(1박2일) - 해인사
▲11월 3일 한국의 금속공예 - 최응천(국립중앙박물관)
* 총24회, 일정은 사정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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