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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돈 한푼 안들이고 여행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서른이 넘은 영국의 올드 미스 수(Sue), 서른을 향해 가는 브라질 아가씨 아나(Anna), 그리고 그 당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꺾인 오십'이었던 나는 나자렛(Nazareth)으로 무전여행을 떠났다. 철저한 무전여행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돈도 가져가지 않았다. (여자 셋이 미쳤지..)

새벽 일찍 키부츠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식빵 2줄, 잼, 크림치즈, 버터, 물, 그리고 약간의 과일을 챙겨서 키부츠 입구에 한 5분을 서 있었을까? 시내로 나가는 승용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그리고 3번의 힛치, 2시간여를 달려 나자렛에 도착했다. 나자렛은 아랍의 냄새와 분위기로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거리에는 아랍인들이 지나가고, 아랍식 기념품들이 상점에 가득했다.

이 곳에 있는 아랍인들은 외모만 아랍인으로 규정되고 아랍언어를 사용할 뿐, 이들의 종교는 가톨릭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에 있는 다른 팔레스타인들과는 구분된다.

나자렛은 성모 마리아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잉태하였음을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계시받고 예수가 전도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의 약 30년간을 양친과 함께 지낸 곳이라는 성서의 기록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매년 12월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바쁜 우체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종교가 깊은 사람들은 나자렛의 우체국에 일정액을 보내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자렛에서 만들어진 카드를 나자렛에서부터 전세계로 보낸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이다. 보낸 사람은 뜻깊고, 받는 사람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 예수가 잉태된 나자렛의 소인이 찍힌 카드를 받으니 크리스마스가 그야말로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나자렛에는 당연히 예수와 관련된 교회가 많다. 몇 곳의 유명한 교회를 둘러보았다면 나자렛 구경은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자, 지금부터 나자렛으로 나들이를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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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태고지교회
ⓒ 배을선
나자렛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는 내가 가져간 카메라에 줌(Zoom)이 없어서 도저히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없을 만큼(게다가 교회 바로 앞에 게이트와 담이 있어서 멀리 가서 찍을 수도 없었다) 커다란 수태고지교회(Basilica of the Annunciation)였다.

수태고지교회(Basilica of the Annunciation)

먼저, 수태고지교회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꼭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곳은 매우 신성한 곳이므로, 무릎위로 올라가는 스커트나 반바지, 어깨위로 소매가 올라가는 티셔츠, 슬리브리스 원피스 등을 입었을 때는 입장할 수가 없다. 마침, 영국의 수(Sue)가 반바지에 슬리브리스 티셔츠를 입고 있어 입장을 거부당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나와 나만 교회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교회는 장엄했다.

성모 마리아는 다윗 가문 출신이라 알려진 목수 요셉과 약혼중이었는데, 어느 날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앞에 나타나, "마리아, 넌 아들을 임신했어. 그 아들을 낳거든 이름을 예수라고 지어. 예수는 앞으로 아주 위대한 분이 될테니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것이야.."라는 말을 하였다. 이에 놀란 마리아는 "앗, 저는 처녀입니다. 어떻게 처녀가 임신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고, 가브리엘은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면 가능하다. 너는 거대하고 위대한 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그리하여 처녀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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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태고지교회내부, 수태를 고지 받은 동굴
ⓒ 배을선

마리아가 가브리엘로부터 이 계시를 받은 동굴 위가 바로 1969년에 완성된 현대적인 건물, 수태고지교회이다. 이 곳에는 비잔틴 시대와 십자군 시대에도 교회가 있었으며, 역사적으로 언제나 성지로 군림해왔다. 교회내부로 들어가면 중앙의 제단 뒤에는 마리아가 예수의 수태를 고지받은 동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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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의 예수 잉태를 축하하는 각국에서 보내어진 모자이크와 그림, 가장 왼쪽이 일본에서 보내어진 그림
ⓒ 배을선
교회는 종교적인 의미로 더욱 그 가치가 있지만,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다름아닌 모자이크와 그림들이다.

1969년 교회가 완성되자, 교회건설 및 마리아와 예수를 축하하는 모자이크와 그림들이 전세계로부터 교회에 도착되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중국 등 한국에서도 마리아와 예수를 담은 그림을 보내왔는데, 이 그림들은 모두 각각의 나라와 민족들이 형상하고 있는 마리아와 예수를 그리고 있어 더욱 뜻깊다.

즉, 한국의 마리아와 예수는 한국적인 외모에 한복을 입고 있고, 일본의 마리아는 기모노식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 물론 얼굴과 표정에서도 일본 분위기가 난다. 이 모자이크를 계속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 그림을 보내온 각 나라들의 독특한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그림에는 "평화의 모후여, 하례하나이다"라는 축하의 메시지가 쓰여져 있다. 이 모자이크는 작고한 이남규 화백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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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규 화백의 모자이크. "평화의 모후여, 하례하나이다"
ⓒ 배을선


수태고지 교회의 2층 출구에서 안뜰로 빠져나가면 세이트 요셉 교회(The Church of St. Joseph)가 있다. 이 곳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목수일을 하던 곳이라고 전해지던 곳에 세워진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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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고그 교회
ⓒ 배을선
시나고그 교회(Synagogue Church)

예수가 안식일에 유대교의 시나고그에서 구약성서 이사야서의 메시아 강림에 관한 부분을 낭독하고 스스로가 메시아라고 이야기를 하였던 장소가 시나고그 교회이다. 이 곳에서는 지금까지 7개의 계단 및 유대교와 관련된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멘사 크리스티(Mensa Christi)

프란시스코회의 성당으로 1961년에 세워졌다. 처형된 예수는 며칠후에 부활하여 갈릴리 지방의 제자들 앞에 나타났는데, 이 교회에 있는 커다란 석회암은 그 때, 예수가 제자들과 함게 식사를 한 테이블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세인트 가브리엘 교회(St. Gabriel Church)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계시한 것을 기념하여 그리스 정교회가 17세기에 세운 성당. 이 교회의 지하에는 마리아의 우물의 수원(水原)과 지하 성당이 있다.

청년 예수의 교회(Church of Jesus the Adolescent)

13세기에 세워진 교회로 섬세한 기둥 장식과 아치형 천장이 매우 아름답다. 예수가 비록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으나 소년 시절을 나자렛에서 보낸 만큼, 그것을 기념하여 예수의 청년시대의 대리석 동상이 놓여있는 청년 예수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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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 요셉 교회
ⓒ 배을선
나자렛은 그 명성에 비해 작은 도시이며, 유명한 교회들은 가까이 모여있다. 중앙버스터미널 부근에는 나자렛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카사노바 거리가 있고, 그 곳에 관광안내소가 있으니, 이 작은 도시에서 헤맬 필요는 없다. 또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수크(Suq, 재래시장)가 형성되어 있어서 아랍물건들과 나자렛 기념품들을 구경할 수 있으며 아랍요리를 즐길 수 있는 아랍식당들이 즐비하다.

나자렛에서의 무전여행이 무엇보다 가능했던 이유는 모든 교회의 입장료가 무료였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점심을 챙겨먹은 우리 일행은 다시 3번의 힛치를 통해 키부츠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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