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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벽두에 발생한 오이도역 장애인수직형리프트추락참사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주제이지만 전혀 사회 전반적으로 이야기되지 못한 편의시설이나 이동권 등 문제를 '장애인 사랑합시다' 정도의 구호성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실체로 다가오게 하였다.

그러나 이번 오이도역 사건을 다루는 일반 언론의 자세는 전문적이고 깊은 고찰은 부족한 채 사안 자체만을 언급하는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이에 오이도역 대책위의 간사단체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권리 개념과 구체적 문제점을 짚어 보면서 이번 오이도역 사건의 주요 쟁점과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편의시설인가 장애인편의시설인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편의시설이라는 낱말 대신에 장애인 편의시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두 가지 용어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1997년 이전까지만 해도 공식적인 용어는 장애인 편의시설이었다. 매점, 놀이터와 같은 기존의 편의시설과 구별하기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부르게 되자, 마치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며, 편의시설은 장애인 전용인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1997년에 "장애인·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법률 제5672호, 이하 편의증진법)이 제정되면서 공식적인 용어를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닌 "편의시설"로 정했다 이것은 편의시설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노인, 어린이,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일상 생활에 일시적 혹은 장기적으로 불편으로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장애인편의시설이 아닌 편의시설이라고 정확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편의시설의 의미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편의시설이란 "장애인 등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과 시설이용의 편리를 도모하고 정보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시설과 설비"를 의미한다(제2조). 다시 말해서 장애인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을 하도록 해주고, 건물이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설 또는 설비가 편의시설인 셈이다. 따라서 편의시설은 보청기, 휠체어 등의 보장구도 아니며 등과 같은 부대시설도 아니다.

편의시설은 말 그대로 어떤 건물이나 시설을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설이나 설비이며, 개인적으로 휴대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이 아닌 고정되어 있는 시설이나 설비이고,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시설이나 설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편의증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은 크게 6가지이다. 도로,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교통수단, 통신시설이 그것이다. 그리고 편의증진법은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주출입구 높이차이 제거 등 28개의 편의시설의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편의시설은 공중이용시설 위주의 시설이며, 특히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정보에의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은 거의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편의시설 설치 현

보건복지부는 편의시설규칙에 주출입구 높이차이 제거 등 모두 17개 항목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 매년 편의시설 설치 실태를 전국적으로 조사하고 이에 따라 설치율을 발표해 오고 있다. 1997년에 편의증진법이 제정되면서 1998년도부터는 편의증진법에 따라 매년 1회씩 전국의 편의시설 설치 실태를 조사하게 되었으며, 1997년도 현재 전국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48.2%였다.

편의증진법에 따라 조사대상시설도 확대되어 모두 15만3093개 시설을 조사하였으며, 조사 결과 장애인복지시설이 70.4%로서 가장 높은 설치율을 보여주었으며, 공원(34.1%), 여관(33.7%) 등이 가장 낮은 설치율을 보여주었다.

편의시설 종류별 설치율을 보면, 접근로(62.3%)와 주출입구 높이차이제거(54.2%)가 그나마 높은 설치율을 보여준 반면 화장실(17.7%), 시각장애인안내설비(8.0%), 청각장애인안내설비(6.4%) 등이 가장 낮은 설치율을 보여주었다.

2000년도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2000년 4월까지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정비대상시설을 조사한 결과 전체 대상시설 26만9450개 가운데 20만1102개에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평균 74.7%의 설치율을 보여주고 있다. 지자체별로는 광주광역시가 90.7%로서 가장 높은 설치율을 보여준 반면, 전라북도는 55.8%로서 가장 낮은 설치율을 보여주었다.

참고로 서울특별시의 설치율은 85.4%였다. 대상시설별로는 장애인 복지시설이 6.9%로서 역시 가장 높은 설치율을 보여주었으며, 공중화장실이 53.2%로서 가장 낮은 설치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2000년도의 실태조사는 모든 대상시설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2000년 4월까지 정비해야 하는 정비대상시설만을 조사한 것이어서 전체 대상시설을 조사하는 것보다는 휠씬 높은 설치율을 보여주었으며, 실제로 전체 대상시설을 조사할 경우 1998년도와 비슷한 설치율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도로 및 교통의 편의시설 현황

99년도 현재 서울특별시의 경우, 횡단보도의 턱낮추기가 되어 있는 곳이 3만6145개 가운데 3만2752개로서 90.6%의 설치율을 나타냈으며, 점자블록의 설치 역시 3만7818개 가운데 3만2818개로서 86.8%의 설치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도로의 유효폭, 도로의 기울기 등은 아직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으며 대다수의 도로가 좁거나, 심하게 기울어져 있거나 공사중이거나 심하게 울퉁불퉁거려 다니기 어려운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은 지하철 정도이다. 버스의 경우는 저상버스나 휠체어리프트가 부착된 시내버스가 단 1대도 없으며, 택시의 경우도 역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횔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택시는 단 1대도 없다. 지하철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역시 이용에 어려움은 많다.

서울시지하철공사에서 운영하는 1기 지하철(1호선에서 4호선)의 경우, 2000년 3월 현재 전체 115개 역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역은 1개 역,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역은 24개 역,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36개 역,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는 역은 72개 역으로 나타났고 서울시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2기 지하철(5호선에서 8호선)의 경우, 2000년 3월 현재, 전체 94개 역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역은 29개 역,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역은 48개 역, 횔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는 역은40개 역,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는 역은 8개 역, 장애인화장실이 설치있는 역은 92개 역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특별시에서는 도로와 대중교통만으로는 장애인의 이동을 보장인의 이동을 돕고 있다

정보통신 밑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현황

편의시설 가운데 편의증진법에 의한 정보통신 부분은 공중전화와 우체통의 정비가 전부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면에서 보면, 시각장애인 유도 및 안내설비, 청각장애인 경보 및 피난설비 등도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설치율이 매우 낮아 시각장애인 및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텔레비전 자막방송 역시 부분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으나 모든 텔레비젼에 수신기가 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청각장애인이 개인적으로 자막수신기를 구입해야 하며, 그밖에 비디오 등에도 자막(캡션)삽입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경우 자막이 삽입된 비디오테입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아직도 청각장애인들이 방송이나 매스컴에 접근하기는 매우 어려운 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역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은 불모지나 다름이 없다.

2001년, 한국은 몇 점?

전체적으로 한국의 편의시설의 수준을 가늠해 본다면, 지하철의 경우는 시설설치 자체만 보면 그나마 세계적인 수준에 접근하고 있지만(세계의 지하철도 오래된 지하철일수록 편의시설이 안되어 있다) 이번 오이도역 추락사고로 그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는 처지이며 도로, 공중이용시설의 경우는 아직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중교통이나 정보통신, 커뮤니케이션의 경우는 전혀 안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한국 방문의 해이다. 일부 장애인 단체와 시민단체는 이번 오이도역 사건에 대해 당국의 책임있는 자세가 없을 경우 안전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을 방문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운동도 한다고 한다. 이런 우리나라에 과연 세계의 장애인 관광객은 무어라 할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장애인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실장님께서 얼기설기 작성해주신 글을 정리해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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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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