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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 사회를 가리켜서 "안전불감증의 사회'라고 지칭했던 적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건설현장 붕괴 등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그 사고가 부실공사와 허술한 안전관리 때문에 일어난 것이 드러나면서,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장애인과 관련된 사고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1998년 이후 지하철 내에서 발생한 장애인 관련 안전사고만 보더라도,

- 1998년 10월 시각장애인 박순옥 씨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에서 지하철 노선 위로 추락 사고
- 1998년 11월 시각장애인 김호식 씨 지하될 3호선 흥제역에서 지하철 노선 위로 추락 사고
- 1997년 6월 지체장애인 아규식 씨 지하철 4호선 혜화역 휠체어리프트에서 추락 사고
- 1999년 10월 지체장애인 이흥호 씨 지하철 5호선 천호역 췰채어리프트 가이드레일 파손으로 추락위기 사고 등이 있다.

이 사고 가운데 이흥호 씨를 제외한 다른 장애인들은 큰 부상을 입었다. 언론에 크게 보도된 사고가 이 정도이니 보도되지 않은 사고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박순옥 씨, 김호식 씨, 이규식 씨의 사고가 지하철 내의 안전시설 미비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면, 이흥호 씨 사고는 부실공사와 허술한 안전관리가 불러온 사고였다.

그런데 올해 다시 부실공사와 허술한 안전관리가 불러온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22일 설을 맞아 아들을 만나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하던 노부부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타던 중, 리프트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리프트가 아래로 추락하는 바람에 지체장애 3급이었던 부인 박소엽 씨가 생명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계속되는 지하철과 관련된 사고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이제는 그 수위가 생명마저 위협하는 실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장애인들은 외출 한번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목숨을 거는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셈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사고가 난 후에야 뒷수습을 한다는 뜻으로서, 때늦은 조치를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 휠체어 리프트의 경우가 바로 그 예이다. 연이은 휠체어리프트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휠체어 리프트에 대한 국가표준규격을 제정하기는커녕 안전설치기준마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휠체어리프트의 경우, 승강기에 포함이 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승강기와 같은 안전기준이나 국가표준규격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승강기처럼 산업자원부에서 정기적으로 점검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오이도역의 수직형 리프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가표준규격도 설치기준도 없다. 모든 것은 설치를 담당하는 시공회사에서 결정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제 시급한 것은 휠체어 리프트(수직형과 고정형)에 대한 국가표준규격을 마련하고, 설치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승강기에 포함시켜 안전기준을 정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편의시설의 설치에만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설치된 이후에도 꾸준한 사후관리와 정기적인 점검 및 감독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소는 잃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다시는 소를 기를 수도 없을 것이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꼭 고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오이도역수직형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대책위 간사단체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배융호 실장님이 보내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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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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