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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오후 2시, 3대 개혁법안의 국회통과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12일째 노숙 단식 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에게 종교인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지난 주 문규현 신부, 김광수 목사, 수경스님, 이선종 교무 등 종교인들이 단식단을 찾은 뒤,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나라의 인권운동가들이 추운 겨울날 노상에서 단식 농성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서로에게 종교인들도 각성하고 기도(기원)제를 제안했다.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150여명의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천주교의 경우 각 지역 정의평화위원회와 전국가톨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소속의 대학생들이 다수 참여했다.

종교인들은 성명서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이 이 겨울에 이토록 처절한 극한 단식 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우리 성직자들은 이 민족에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밝히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3대 개혁법안의 실현이 민족에게 봉사할 마지막 실천이란 것을 잊지 말 것"을 촉구했다.

문규현 신부는 대회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신년사에서 국정의 5대 지표를 제시하였으나 지난 3년간 이러한 공약을 수도 없이 들어왔으나 그것은 말잔치였고 기만이었다"며, "실천이 따르지 않는 약속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밝히고 명동성당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이들의 요구에서 "정의와 평화, 민족의 통일을 갈구하는 이들의 뜨거운 가슴을 느낀다"고 역설하였다.

농성단의 농성 보고를 듣고, 각 종교단체에서는 각 종교의 특성에 맞게 불교는 수경 스님(지리산 살리기 범불교연대 대표)이 기원문을, 개신교는 김광수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가 기도를, 원불교는 이정택 교무님이 기원문을, 천주교는 양비안네 수녀(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가 기도를 통해서 3대 개혁입법안의 실현을 염원했다.

전북 수유성당의 최종수 신부는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가 단식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지은 시를 낭독하기도 해 참가자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명동성당에서 가장 노래를 많이 불러왔던 가수 박준 씨는 "더 이상 명동성당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며 "이 땅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모두 함께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3대 개혁입법 제정 및 폐지 시민, 종교인 기원대회"는 명진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총회 부의장)의 성명서 낭독으로 마치고, 각 종교계별로 이후의 행동에 대한 방향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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