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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1일 당직 개편을 단행, 사무총장에 박상규(朴尙奎) 의원, 정책위의장에 남궁석(南宮晳) 의원을 임명했다. 대변인에는 김영환(金榮煥) 의원이 임명했다. 또 지방자치위원장에는 추미애(秋美愛) , 대표비서실장에는 김성호(金成鎬) 의원이 임명됐다.

이번 당직 개편의 최대 특징은 초·재선 의원들의 약진과 호남권 의원들의 배제 등을 들 수 있다. 사무총장에 임명된 박상규 의원은 15대 때 국민회의에 영입돼 전국구로 정계에 입문, 중소기협중앙회장과 중소기업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한 경력을 바탕으로 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의 중소기업 정책 입안을 도운 인물이다. 16대 총선에선 인천시지부장을 맡아 인천 부평갑에서 당선했다.

한편 남궁석 정책위 의장은 중앙일보 동양방송 기획실장을 거쳐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총괄사장, 한국통신 하이텔 대표이사 사장, 삼성 SDS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정보통신분야의 간판급 인물. DJ정권 출범 뒤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됐다가 4.13총선 때 고향인 용인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대변인인 김영환 의원은 치과의사, 전기기술자, 재야운동가, 시인, 벤처기업가 등의 다양한 경력을 지닌 재선의원. 15대 총선 때 김근태 최고위원이 주도한 재야 쪽에서 정치에 입문. 지난 대선 때 김대중 후보의 TV 연설팀장을 맡았었다. 16대에는 경기 안산 갑에 출마 한나라당 김동현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로써 민주당의 새 진용의 모습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당직개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하고, 당 내부에서도 잇단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DJ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초·재선을 중심으로 당을 재편한 의도는 무엇인가? DJ는 이번 당직개편에 대한 당 내부의 반발도 충분히 고려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판짜기를 한 데에는 DJ 집권 후반 구상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있었다고 보인다.

후속 당직개편의 의미, DJ체제의 강화

이번 당직개편을 두고 의외다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이 된 이번 민주당 당직개편은 DJ의 이후 구상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본다.

우선 이번의 당직개편을 보고 비동교동계 비호남권의 등용과 동교동계의 후퇴를 등치관계로 연결시켜 해석하는 입장들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는 일면 위험요소가 따른다. 김중권 대표를 비롯하여, 박상규, 남궁석 의원들은 모두 당내 영입파들이다.

이들이 영입파이면서 초·재선 의원이라는 점은 결국 이들 모두가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자 세력이 없기 때문에 DJ나 실세들에 충성을 맹세해야만 하는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상규 의원인 경우 한화갑의원에 의해 영입된 경우라 한화갑 의원과 관계가 긴밀하고, 남궁석 의원인 경우는 권노갑의원과의 관계가 긴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의 당직개편이 비동교동계의 등용이라고 전적으로 얘기되어 질 수 없는 측면이 여기에 있다. 물론 외관상으로는 중부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경우이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DJ와 동교동계의 영향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바라본다면 결국 이번 당직개편은 민주당 내의 DJ 주도권 장악과 동교동계에 대한 적절한 힘의 배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또 한가지 측면은 민주당 대표를 당내 영입파로 임명한 DJ로서는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민주당 내 중진으로 기용할 경우 당대표가 자칫 허수아비로 전략할 수 있다는 판단이 고려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DJ는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도 영입파와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편함으로서 당대표를 중심에 배치했다. 이는 이후의 정국운영을 당대표 중심으로 이끌고, 당대표를 DJ가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면서 개혁의 후속작업들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DJ의 이번 당직 개편에는 민주당 내의 차기 대권 후보들에 대한 모종의 경고성의 메세지도 있다. 초·재선과 영입파들을 중심으로 당을 재편한 데에는 DJ가 아직 누구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의중을 은연중에 보여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집권 후반 차기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당의 재편되는 상황에서 DJ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점과, 집권 후반기 발생할 수 있는 레임덕의 요인들을 제거한다는 이중적인 포석이다.

사실 이번의 당직개편으로 차기 대권과 관련하여 누구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사람은 없다. 물론 박상규 의원과 김중권 대표의 등용으로 한화갑 최고위원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는 있으나 이는 한화갑 의원의 위상보다는 DJ의 당 장악력의 상승 쪽에 초점을 두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이번 당직개편으로 한화갑 최고위원의 득을 보았다는 시각은 일면적인 사고에 머물 우려가 있다. 오히려 모두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면, 권노갑 퇴진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인제 최고위원이 반대 급부로 득을 봤다고 보인다.

이제 앞으로의 문제는 이러한 당직 개편에 대한 당 내부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노무현 장관이 경우 김중권 대표에 대해 "기회주의자는 지도자가 안된다"고 하면서 당장 현 민주당 체제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당내의 일부 중진의원들 중에는 탈당까지도 고려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DJ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어떻게 당 내분을 추스리고 이끌어 가느냐에 현 운영시스템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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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일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사이트가 기존 제도권 언론에 대항하는 21세기형 새로운 언론매체의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글은 주로 정치쪽 에세이를 중심으로 구성이 될 것입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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