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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보위원장인 김홍신 의원이 한나라당 부총재인 박근혜 의원에게 공개편지을 띄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의 국고지원을 거부하라고 제안해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12월 21일 오전 10시 비서실을 통해 박근혜 부총재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고 "(국고를 지원해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것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 상태에서 기념관이 세워진다 한들 두고두고 부총재님이 가슴앓이를 하게 될지 모른다"며, "이 문제를 풀어서 흔쾌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부총재님이 최적격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편지를 통해 "많은 지식인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양심적 인사들이 고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육영수 여사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진작에 중단해 달라고 하셨을 것"이라며 박 부총재의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말미에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송구스럽고 민망하게 짝이 없다는 것을 전들 왜 모르겠느냐"면서 "국민들에게 신선한 이야기거리를 남겨두는 것이 부덕한 자신의 소망"이라며 "역사의 순명을 곱게 받아들이라"고 간청했다.

다음은 김홍신 의원이 박근혜 부총재에게 보낸 공개 편지 전문

박근혜 부총재님께

늘 다소곳하고 잔잔한 웃음으로 살아가는 부총재님의 모습에서 육영수 여사님의 잔영을 느끼곤 합니다.

고뇌 끝에 작은 용기를 내어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행여 불편한 심기를 느끼실까 걱정을 하면서도 아무도 대놓고 말씀드리지 않는 사안이기에 제가 부덕한 소리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너른 가슴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한건 미안한것일 망정 죄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아시듯, 많은 지식인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양심적 인사들이 고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주장을 펴는 분들도 솔찮다는걸 인정합니다.
저는 그동안 거론되었던 찬반 양론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국민 뇌리속에 애잔하게 기억되는 육영수여사님께서 생존해 계신다면 이렇게 찬반이 엇갈려 있는 상황에서 무어라 하셨을까를 연상해보았습니다. 육여사님께서는 진작에 중단해 달라 하셨을 것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넉넉한 가슴을 가지셨고 208억원의 국고, 즉 국민의 돈을 허투로 써선 안된다는걸 인정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제 소설적 상상력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이 그리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육여사님의 조신한 모습은 우리들 가슴에 곱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저는 부총재님과 같은 한나라당에 있고 더구나 홍보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런 말씀 드리기가 더욱 조심스럽고, 행여라도 부총재님의 노여움이 한나라당에 부담스러운 근원을 제공하게 될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정 곧은 길이 무엇인가를 알리는 것은 당원된 도리이기도 하지만 부덕한 지식인이라 할지라도 시대적 소명을 지키는 또 하나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하루 이틀 고심한 것이 아니라 한참을 연민과 고뇌, 양심과 역사인식, 인간적 도리와 윤리적 심려, 가족사와 시대적 편견, 역사적 평가와 개인의 소망 등등의 뜨거운 열정으로 삭인것입니다.

알고 계시듯, 저는 70년대 초에 육영수기념재단 홍보부장으로 천거되어 부총재님의 재가를 받았으나 거부한 경력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한센병 환우들을 돕는 일을 하다가 육여사님의 고매한 인품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센병 환우들을 진심으로 보살피고 어루만져주시던 그분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연대의대 유준 박사님께서 그런 저를 육영수 기념재단으로 보내려 하셨습니다. 마악 늦깎이 소설가가 된 저는 배고픈 생활을 청산하고 좋은자리로 갈까하는 생각도 아니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때는 정말 처절하게 기궁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부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육영수여사님 때문이 아니라 아버님이신 박정희 대통령 때문이었습니다. 아버님에 대한 제 나름의 역사적 평가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부총재님.
이 문제를 풀어서 흔쾌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부총재님이 최적격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찬반이 엇갈린 상태에서 기념관이 세워진다 한들 두고두고 부총재님이 가슴앓이를 하게 될지 모릅니다. 이제는 자연인 박근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자 한나라당의 부총재입니다. 국민이 원치 않는 일이라면 아버님을 역사의 평가로 남겨두시는게 그 분을 위해서도 옳은 일입니다.

이참에 또 한가지 대안을 말씀드리는걸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문화방송(MBC)의 주식 30%를 갖고 계십니다. 그런데 문화방송의 자산은 10억원밖에 안됩니다. 자산재평가 작업을 해야하지만 수천억원대로 자산이 늘어나면 세금 또한 상당액이 됩니다. 더구나 부총재님 소유의 자산도 난망하게 되기에 이래저래 문화방송의 자산은 10억원으로 동결되어있는 엇평가 상태입니다.

이것도 풀어주시면 됩니다. 일정액을 받아 고향 땅에 기념관을 지으시되 후원자와 독지가들과 지지자들의 성금을 보태면 찬반양론도 물 흐르듯 해결되며 가족사의 자존도 지키며 뜻있는 기념관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되면 문화방송도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려주는 큰 뜻을 편 쾌거가 될터이고 아버님을 기리려는 분들의 뜻도 귀하게 됩니다.

아니 부총재님의 사려깊은 마음이 육여사님을 닮았다하여 아름다운 이야기거리를 이 답답한 세상에 던지게 됩니다.
역사의 순명을 곱게 받아드리길 간청합니다.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송구스럽고 민망하게 짝이 없다는 것을 전들 왜 모르겠습니까마는 가슴 미어지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이야기거리를 남겨두는 것이 부덕한 제 소망임을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잔잔한 웃음을 보여 향기나는 삶을 가꾸시길 기원합니다.

2000년 12월 22일 김홍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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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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