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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계개편의 일환으로 민주당, 자민련, 한국신당, 한나라당 일부가 참여하는 신당 창당이 검토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서영훈 전 대표가 8월 중 자민련 수뇌부에 합당에 대한 제의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였고, JP 자민련 명예총재가 내년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화두를 던져 이에 대한 논의들을 무성하게 만들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신당의 구도는 반이회창/이회창 구도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참석하고, 여기에 한국신당과 한나라당에서 이회창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현재 합당을 통한 정계개편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이유를 보면, 가장 크게는 민주당이 소수여당으로는 더 이상 힘있는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의 확산과 자민련과의 느슨한 공조체제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 그리고 당내 반발을 예상했으면서도 DJ가 김중권 대표체제를 고집한 데에는 이와 같은 정계개편 구상을 염두에 두지 않았느냐라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신당 창당을 통한 인위적인 정계개편의 가능성과 현실성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 그리고 여기에 다른 군소 정당 등이 참여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현재의 신당 창당은 현실적으로 많은 위험 요소를 수반하는 작업이다.

우선 자민련과의 합당과정에서 자민련의 이탈자들을 어떻게 규합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현재로서는 무리한 합당 추진은 자민련 일부 의원의 이탈을 초래, 합당을 통한 다수당 위치 정립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불어 자민련과의 합당과정은 4·13 총선을 앞두고 합당 시도가 자민련 내부의 반발로 무산돼 오히려 양당의 관계를 악화시킨 경험이 있어 이에 대해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의 자민련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로서의 역활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이는 지난 국회 탄핵안 처리과정에서 극명하게 보여줬었다. 그러나 내년에 가서 이를 포기하고 합당에 전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명분과 실익이 없다. 지난 6공화국 시절 삼당합당의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민정당의 소수 여당으로서의 한계와 정권 재창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의 차기대권 야망과 결합된 형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자민련 내에 차기 대권 주자가 확실한 상황도 아니며 합당에 따른 리스크를 보완해 줄 아무런 대안이 없다.

합당 논의에 있어 가장 큰 한계는 무엇보다도 DJ에게 있다. 우선 역사적으로 DJ는 6공시절 3당 합당의 가장 큰 피해자다. 누구보다도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한 비판을 해온 그가 이제 와서 그 오류를 다시 번복한다고는 보기 힘들다.

현재 물론 DJ정권에 대한 국민적 이반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나 그 근원은 개혁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내치의 실패라는 점이다. 정권의 정당성은 이와 같은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DJ는 평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군사정권의 형태인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자신의 정치 도덕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이것이 6공 시절 3당 합당을 이끌었던 노태우 정권과 DJ정권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여기에는 DJ의 '노벨상 정치'에 대한 자부심 또한 한 몫 하리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일각에서 김중권 대표체제를 합당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는 것은 일정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김중권 체제는 자민련과의 공고한 공조를 위한 수순이라는 전망이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2001년 정계개편의 양상

DJ 또한 현재의 구도로는 자신의 개혁작업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현재의 구조는 변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DJ도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DJ의 정계개편의 안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DJ의 정계개편 밑그림은 합당이나 신당 쪽 보다는 정·부통령제로의 개헌 쪽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DJ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던 당시 "국민에게 의견을 물을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말해 개헌에 대한 여운을 남긴 적이 있었다.

정·부통령제로의 개헌은 여러 가지 면에서 DJ에게는 이점이 있다.
우선 자민련과의 정책공조가 아닌 차기 대선을 앞두고 실질적인 권력 공조의 끈을 이끄는 데에 있어 수월하다. 자민련의 입장에서는 민주당 한 인사와 자민련의 이한동 총리 라인을 차기 대선에 연결시킨다면 현재의 당의 정체성과 차기의 권력구도 모두에 참여 할 수 있는 호기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JP의 '큰 변화'는 합당보다는 이를 전제한 발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통령제의 도입의 또 하나의 반이회창/이회창 전선을 합당이 아닌 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통령제의 도입에 노골적인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세력은 이회창뿐이다. 왜냐하면 이회창의 경우 차기 대선에서 출마가 확실시되며, 일면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통령제의 도입으로 갖가지 변수들을 끌어 들여 불확실한 판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정·부통령제의 도입의 필요성을 공공연히 제기하고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의원이나 김덕룡 의원 등 한나라당의 비주류 중진 의원들은 이미 이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DJ와의 공조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들은 더욱이 한나라당이 이회창 독재체제로 가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 언제든지 탈당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군소정당과 무소속의원들에게는 정·부통령제의 도입이 후보연합을 통한 실리챙기기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도 이는 구미에 당기는 제안일 수 있다.

결국 정·부통령제의 도입은 이회창을 제외한 모든 세력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실현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물론 정·부통령제로의 개혁은 최대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저항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느냐에 관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헌은 국회보다는 국민투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합당에 이은 신당 창당보다는 개헌 쪽이 오히려 DJ에게는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DJ의 정계개편의 밑그림은 DJP공조의 공고화와 정·부통령제로의 개헌 쪽에 무게가 더 실리지 않을까 전망된다. 따라서 정계개편의 방향은 거대 여당의 탄생보다는 거대 야당의 해소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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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일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사이트가 기존 제도권 언론에 대항하는 21세기형 새로운 언론매체의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글은 주로 정치쪽 에세이를 중심으로 구성이 될 것입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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