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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입법의지 부족으로 실종위기에 처했던 '집중투표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발벗고 나섰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참여연대 장하성 경제민주화위원장(고려대 교수) 등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보호를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및 증권거래법 개정안,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그 동안 두 법안을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과제로 제기해 왔으나, 정부는 그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간만 끌다가 결국 장기과제로 돌린 바 있다. 이번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21일 법사위에는 지난 10월 16일 참여연대의 청원안과 지난 11월 29일 송영길, 윤경식 의원 등 34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두 가지 법안을 입법 발의하는데 앞장을 선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시장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추락하여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때문"이라면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가지 경제개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송 의원은 "증권시장에서 현대전자 주가조작, 대우그룹 분식회계,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 등 각종 불법행위가 만연함에 따라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소액주주들은 구제 받을 길이 없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동료 의원들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집중투표제는 사외이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98년 말 상법에 도입되었으나, 동시에 정관을 통해 이를 배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삽입됨으로써 사실상 사문화된 바 있다. 또한 다수의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는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도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제도 도입은 수년째 미루어져 왔고, 그나마 지난 15대 국회에 새천년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에서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된 증권집단소송법안조차 회기 경과로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국내외 펀드매니저, "집단소송제 도입하면 투자 늘이겠다"

한편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는 이날 지난 12월 12일 발표한 국내외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재계 일부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주식시장이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시장의 현실과 배치되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면서, "이 두 개혁법안 도입은 오히려 시장의 안정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지난 12월 12일 발표한 국내외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펀드매니저의 경우 응답자의 100%가 한국의 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 한국기업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절대다수가 '한국기업에 대해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국내88.5%, 국외92.4%), '증권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국내77%, 국외97%)고 대답했다.

장하성 교수는 또 "설문결과에서도 나온 것과 같이 증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선결과제이며, 그 수단으로 두 제도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두 개혁 법안의 도입 여부는 16대 국회의 개혁성을 평가하는 최초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소송 남발 우려

한편 정부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경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시장 등록기업 가운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들은 오는 2002년부터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적용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최근 정부가 도입을 검토중인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는 소송남발로 인한 기업의 피해, 회계법인의 연쇄도산, 기업공개 회피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도입을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집단소송제로 승소를 하더라도 기업의 대외신뢰도 추락, 경영차질, 주가하락 등으로 소수주주를 포함한 대다수 주주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제도를 통해 소수주주권이 신장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증권집단소송제도 입법'에 서명한 여야 의원 34명 명단

민주당(26명): 강운태, 김근태, 김민석, 김영환, 김원기, 김태홍, 나오연, 박병석, 박인상, 송영길, 신계륜, 심재철, 이미경, 이상수, 이재정, 이창복, 임종석, 임채정, 장성민, 전용학, 정범구, 정세균, 조순형, 천정배, 추미애, 한명숙

한나라당(8명): 김부겸, 김원웅, 김홍신, 심규철, 안영근, 윤경식, 이성헌, 정의화 의원

덧붙이는 글 | * 집중투표제란 이사 선임에서 각 주주가 1주에 대해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수의 의결권을 특정인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며, 집단소송제는 1명의 주주라도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을 경우 다른 주주들도 별도 재판 없이 똑같이 배상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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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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