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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한 인터넷 안티사이트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조사에 나서 시선을 끌고 있다. 하지만 관심을 끄는 내막은 다른 곳에 있다.

조사에 나선 사이트는 다름 아닌 현 정부를 비난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적인 의견을 담고 있는 '안티 DJ'(http://myhome.dreamx.net/freenet2000) 사이트.

서울시 서초경찰서는 11일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안티(anti) DJ'라는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윤락을 알선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이 사이트의 음란성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0월말 이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윤락행위를 알선하는 내용이 있다는 민원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접수됐다"며 "해당 게시판 운영자의 IP주소를 조회한 결과, 서울 종로구에 사는 58세의 남자로 확인돼 이 사이트의 운영자가 음란한 내용을 올렸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 개설자를 비롯한 이 사이트 회원들은 "음란성 내용의 글은 일반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을 비롯 어디서나 쉽게 게재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음란한 내용이 게재됐다는 것을 빌미로 사이트를 조사, 폐지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현 정부의 옳고 그름을 인터넷상에서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뿐인데 정부나 관련기관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며 "지난 10일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해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네티즌은 "민원이 들어왔다는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며 "정부가 사이트를 폐쇄하도록 압력을 넣어 경찰이 수사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덧붙여 "정부 정책에 반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자 보다 못한 정부 관료들이 경찰을 동원해 사이트를 폐쇄하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이 사이트 운영자(ID `ladmin')도 조사에 앞서 "얼마전 허 아무개라는 여성이 음란성 글을 올려 이를 모두 삭제했으며 소수의 글들이 남아 있는 정도였다"며 "경찰이 이를 이유로 `음란물 배포' `매춘알선' 혐의로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모나리자의 얼굴에 김대중 대통령 얼굴을 합성해 놓고 'IMF 극복은 김대중의 작품이 아니다. 이는 차라리 모나리자를 김대중 작품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또 '김대중이 군사독재자보다 점수를 더 잃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전두환 전대통령의 얼굴에 김대중 대통령의 얼굴을 겹쳐 꾸며놓은 화면이 눈에 띈다. 아울러 이 사진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하던 어제의 김대통령 모습을 전두환으로 착각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밖에 이 사이트의 '나도한마디'에서 김대통령의 정책에 관해 작성자 johnbaak 은 "IMF 극복은 김대중의 작품이 아니다! 빅딜은 띨띨한 즉흥적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환란극복 프로그램을 만든 공은 IMF의 것이며 그것마저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우리 경제가 헤메고 있는 것은 김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작성자 진군승리는 "전 어제 당신이 전두환인 줄 알았어요"라며 '김 대통령은 군사독재자보다 점수를 더 잃는 이유는 "한평생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살았다는 김대통령이, 박정희.전두환 등 군사정권이 저지른 독재와 인권무시를 최일선에서 목격한 그가 과거 독재자들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국회에서는 날치기가 여전하고 의장집무실을 점거하는 등 불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파업유도 사건 같은 황당한 사건도 터져나오고 있는 등 부정과 비리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녀사냥' 운운하던 대통령의 모습은 자신의 평생 업적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작성자 반DJ맨은 "내가 김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국정운영자 지위를 개인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이용했기 때문이다"며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자신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이용해 왔다는 혐의를 씻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녀'라는 이름의 작성자는 "노벨상은 국민 주머니와 바꿔 먹은 것"이라며 "김 대통령이 노벨상 받으며 웃고 있을 때 국민들은 텅빈 주머니 현실에 울고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한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으로써 정부나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돼 있는 현 실정이 이러한 홈페이지를 만들게 했다"며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의 '열린 마당'과 각 정당이나 의원들의 홈페이지 게시판 외에는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곳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하지만 청와대나 국회의원들의 게시판에는 내용이 지극히 자극적이거나 선동성이 짙으면 바로 삭제되는 등 규제가 많아 반영이 어렵다"며 "이에 따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사이트를 만들어 정부를 비난하거나 충고하는 글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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