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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사법부의 심판대에 오른 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의 투표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지시간 10일(한국시간 11일)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이번 사태의 적법성 공방에 대한 주목할 만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하급법원인 주 판사들에게 결함있는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의 의지를 반영하는데 있어 이유있는 의심을 초래한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선거를 무효화시킬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실수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해서는 법률에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않다. 특히나 한 지역구의 투표결함 결과가 한 주 전체의 선거결과, 나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1998년에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내린 판결문에서는 선거 사기의 증거나 기표 절도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논란대상이 되는 선거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판시되어 있다. 단 이는 헌법상의 선거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분명한 사유가 판명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플로리다주의 선거법 전문가들은 알 고어측의 불평등 선거 주장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매우 설득력있는 케이스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마이애미 대학의 테런스 엔드슨 교수는 팜 비치 카운티가 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투표용지가 주법에 명시된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표용지가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지역 담당자들에 의해 승인된 것이기때문에 결코 하자가 없다는 공화당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절대적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권자 권리 분야의 권위자인 파멜라 칼란 스텐포드 대학 법대교수는 "그것은 유권자들의 권리이지 정당의 권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유권자의 권리라는 것이다.

과거 플로리다주 법원은 논란이 된 투표를 폐기한 적은 있으나 재투표 명령에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직 플로리다주 대법원 판사인 제럴드 코건은 "판사들이 충분히 잘못을 중지시키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선거에 참가했던 팜 비치 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선거를 실시하는 너무나 간단한 해결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역시 공화당이 불공평한 선거라며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이미 화요일의 선거결과를 알고있는 유권자들로서는 녹색당 랄프 네이더 같은 후보에게 죽을 표가 될줄 알면서 다시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상당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팜 비치의 기표결함 주장이 확실하다 할지라도 판사가 재투표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법원이 선거결과를 부정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주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판사가 무효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명백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텐포드대 칼란 교수는 "만약 최종 결정이 엉망이 된 투표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간주되는 경우 앞으로 4년간 대통령직의 합법성에 심각한 회의를 몰고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유권자 권리 분야의 권위자인 콜럼비아대 법대의 샤무엘 이사차로프 교수는 "만약 재투표 결정이 내려질 경우 연방법이 조정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법 규정에 의하면 투표가 같은 날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하원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실시된 투표를 새로 실시하는 경우이어서 이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여지도 있다.

만약 플로리다주가 투표일인 오는 12월 18일 전까지 선거인단을 승인해주지 못하게 되면 대선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두 후보 모두 당선요건인 270표를 넘지 못한다.

이 경우 헌법의 규정에 따라 하원에서 선거인단이 참가한 가운데 전체투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주의 대표단 전체가 하원의원 한명과 동일하게 1표밖에 행사할수 없게 된다. 공화당의원이 하원의 과반수를 넘는 상황에서 결과는 보나마나한 것이다.

이같은 무성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딱 부러지는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 워낙 복잡미묘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 조차도 '어떨게 할 도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한적한 시골판사들에게 주어진 케이스치고는 사상초유의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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