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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과 우리 출판문화

노동환 : 그런데 한국 출판문화가 아직은 낮은 듯해. 헌책방의 일반적인 인식이 낮잖아? 좀 높아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직까진 고물상하고 큰 차이를 안 두거든.
박중서 : 사실은 고물상 아니에요?
노동환 : 고물상이라 할 때 그건 폐지 재활용이라고 하고. 고물이라고 할 때 못 쓰는 거라기보다 예전 물건을...
박중서 : 하여간 제 가치 보단 절하된...

김민성 : 숨책이 그런 이미지를 가장 깬 그런 곳이 아닌가. 헌책방이 항상 (책을) 뒤져야 한다는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었는데 <숨어있는 책> 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놀라기도 하고.
노동환 : 사실 요즘 이런 책방들이 많이 있어.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지.
김민성 : 그래요. 새로 이사가며 매장 크게 넓힌 데도 있기는 한데 그런덴 많이 안 알려져 있으니까요.
최종규 : 거기다 이 동네 신촌엔 "주변 상가 안내도"라고 곳곳에 알림판을 세워놓았잖아요. 그런데 알림판엔 죄다 술집,밥집,찻집.. 같이 `노는 시설'만 그려놓았지 연대 앞에 있는 <정은서점>이나 창전동 <공씨책방>은 지도에 아예 넣을 생각도 없더라구요. 용산구에서도 용산역 광장에 보름 앞서 용산구 구내 관광안내도 지도를 큼직하게 세웠는데 거기에도 영화 "해피 앤드"에 나온 용산 <뿌리서점>도 나와 있지 않더라구요. 시민은 시민대로 관료는 관료대로 `헌책방'은 `문화공간'이 아니라고 보고 있더군요. 홍대 앞에도 피카소거리라고들 하지만 미술-예술 계통 책을 가장 많이 갖춘 헌책방 <온고당>도 마찬가지 대접을 받고요.

박중서 : 책의 역사가 다르다고 느껴요. 외국 헌책방은 헤이온와이를 얘기하는데 거기 나라와 우리는 책 문화가 틀리거든. 거긴 충분히 대형화 전산화가 될 수 있고 소비자도 많아. 우리 나라도 책 문화가 약간 이식된 바깥 문화라고 볼 수 있거든.
노동환 : 그런데 안타까운 게 한국 문화 한 단면으로 보면, 헌책방을 대표해서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헌책방 수준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떨어진다 이거지.(외국과 빗대서)
박중서 : 책...을 외국과 일대일로 빗대면 불합리하다고 봐요.
노동환 : 불합리하다는 게 우리 문화의 열악성을 얘기하는 거 같아 안타까와요.

김민성 : 출판 문화에서 유통으로 헌책방이라는 데가 사람들한테도 그렇고, 출판사-새책방-헌책방이 연계가 되면 헌책방이 가질 수 있는 입지, 그런 게 있잖아요. 가령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헌책방이지 않을까 해요. 비틀린 출판 구조의 틀을 깨는데, 헌책방의 여지가 많을 수 있겠다고 보거든요.
박중서 : 출판사 출신으로서 헌책방을 하니까 잘 아는지 모르지만 출판사가 보는 헌책방 이미지가 아주 나쁘더라고. 반품도서란 게 있기 때문에. 반품도서를 폐기했는데 이런 책이 나오는 게 헌책방이고. 70-80년대는 해적판, 누구 책을 불법으로 만들어서 내놓는 온상이 청계천이었거든. 그때 당시 기록들을 보면 헌책방이라는 것 자체를 아주 해적판의 온상이라고 보고...
최종규 : 실제로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1970년대에 펴낸 잡지에서도 해적판 책을 이야기하면서 마치 이 책들이 모두 `청계천거리'에서 나오며 헌책방들은 책 문화를 더럽히는 곳이라는 듯 쓴 기사가 한둘 있어요.

헌책방과 출판노동자

노동환 : 그게 이중적인 게 출판사 사장들이 헌책방을 자주 출입하는 경우가 많거든. 아까 말한 불법으로 유통되는 건 그렇지만. 그걸 가지고 헌책방 전체 이미지를 보기는...
박중서 : 그 사람들은 헌책방보다 고서점을...
노동환 : 내가 봐도 출판사 사장들은 헌책방 와서 고서 아니라도 `이거 재밌네' 하면서 고르는 걸 제법 봤거든.
박중서 : 얼마나 되겠어.
노동환 : 아니.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자료를 많이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고..

박중서 : 현재 출판계 현실을 볼 때 중심에 들어올 여지는 없을 거 같애. 뒷골목에서 뒷구멍으로 나온 책이나 만지고...
노동환 : 외국에서 헌책방이 차지하는 위치와 우리나라 헌책방이 차지하는 위치가 다르다고 봐.
최종규 : 출판사 사람들이 제대로 인식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다고 봐요.
노동환 : 출판사 책이 불법으로 유통된다고 하는데. 일본같은 데는 헌책이 출판사에서 (서점에서) 내놓고 판매를 하다가 더는 유통이 힘들다 하면 (안 팔린다) 공식적으로 헌책방에 넘겨서 들어온다고 해. 경매나 뭐 그런 걸로 거긴 헌책방연합회 같은 데가 있어서 공동으로 인수를 한다고 해. 공동인수한 다음에 그 책 가치를 스스로 평가한다고 해. 얼마나 남겨야 하는지, 권수라든지, 몇 권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해서 1000권 가운데 300권만 있으면 괜찮다고 보면 700권은 폐기를 하고 1000권이 다 돌면 책값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고 보고. 헌책방에서 유통될 수 있는 가격도 재 보고 그런 판단을 헌책방 주인이 판단해서 결정한다고 하더라고.
김민성 : 그런 문화가 일본에서 잡혀 있는 게 책이 처음 찍힐 때 구매력이 어느 정도 자료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노동환 : 그러니까 출판사에서 판매부수 같은 거를 신문발행부수 abc처럼 정확하게 밝힌다 이거지.

<숨어있는 책>이 겪은 시행착오와 하고싶은 말

최종규 : 가게세는 얼마나 하죠?
노동환 : 월 45만원.
박중서 : 경제적으로 고통 받은 적은 없죠?
노동환 : 사실은 제대로 근검절약을 안 해서인지 시작하고 나서 천만원 정도 더 들어갔어. 부채는 한 사백 정도. 서점 하고 난 부채는 사백 정도? 박중서 씨가 말한 문제점이 초반에 드러난 게 아닌가 해서 걱정했다고. 일년하면서 천만원 정도 들어간 게, 내가 보기엔 천만원이 더 투자된 건데. 실질적으로 어려워서 그런 거는 육백 정도. 영업하면서 더 돈이 들어갔다는 거. 그리고 그 동안 책이 더 늘었으니 기본자산도 좀 늘어난 셈이지.

박중서 : 그 동안 겪었던 가장 큰 시행착오가 있다면?
노동환 : 아까 말한 인터넷 사이트.
이미경 : 그게 비쌌지.
최종규 : 인터넷 사이트는?
노동환 : 이백 몇십만 원 들어갔지. 전체 갖추는데.

박중서 : 헌책방 1년 해 보고 하고 싶은 말...
노동환 : 해볼 만하다는 거. 아까 말한 1차 수거와 2차 수거... 2차로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데 좀만 더 부지런하고 내핍도 하고. 그런데 부지런만 하면 가능하다고 봐.
이미경 : 사실 일반적인 기준에서 해볼 만하다고 쉽게 말할 순 없을 거 같애요. 장사를 할 때 기대하는 치가 있잖아요?
노동환 : 똑같이 하는데도 식당을 하면 돈이라도 벌었을 텐데 책방을 해서 돈을 못 번다고... 여러 업종에서 같은 일을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건 적을 건 같은데. 이걸 하면서 즐거울 수 있고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생활은 적당히 꾸려 나갈 수 있고. 만족.... 요즘 사회에서 기준이 금전적 가치, 월수가 얼마냐고 얘기하는데 월수 말고 만족도를 포함하면 해볼 만하지 않느냐 하는데.

박중서 :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 할까. 내 경우는 책을 팔아 먹고 사는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그냥 독자로서 나오는 책을 사서 읽기만 할 때가 훨씬 편했다는 생각도 들어.
이미경 : 팔든 만들든...
노동환 : 기업체 생활을 한다고 해도 서비스든 상품이든지 판매한다는 건데. 내 개인 성격으로는 책을 판매하는 게 제일 편한 거 같애.
박중서 : 그거 맞는 말이에요. 책이란 게 그렇게 큰 이익이 남는 장사는 아니니까.
노동환 : 그 모자란 부분을 갖다가 개인적인 만족도를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건 아냐.

책은 물건

박중서 : 출판사 있을 때 면접을 보니까 그런 얘길하더라고. 떨어지면 나중에 뭐할 거냐고, 그래서 교보문고나 일반 서점에 가서 책 판매나 한다고. 순진했지. 만드는 것만 일이 아니고 책을 팔 때 뭔가 책을 아는 사람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지. 그런데 그렇게 말하니까 면접관이 픽 웃더라고. 뭐 그런 하찮은 일을 바라느냐고 하는데.
노동환 : 그런 인식... 이때까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있잖아요. <송어낚시 하기>. 그걸 낚시코너에 꽂아 놨다고 해서.
박중서 : 그런데 책은 물건이지. 책은 그걸 읽는 독자에게나 책이지, 팔기만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단순히 파는 물건이니까.
노동환 : 그런데 그 책 한 권을 보면 집중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데, 교보같은 데는 기계적으로 분류하면 제목만 보고 잘못 꽂을 수도 있다고. 예전에 <포스트모던다이어트>란 책을 건강코너에 꽂아놨는데 어느 분이 문학 분야에 꽂아놔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게 뭐냐면 살빼는 법, 키크는 법과 같은 책 사이에 꽂아놓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런 게 있다고 하더라고.

박중서 : 혹시 값을 잘 몰라서 잘못 판 책도 있었나요?
노동환 : 초반에 일본에서 나온 역사지도책이 있어. 그게 책 자체로도 신기했는데. 1920년대 나온 책이었는데 사실 잘못 판 책은 아니야. 살 때 말하자면, 싸게 샀어. 싸게 산 만큼 싸게 팔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게 엄청난 고서라고.
이미경 : 뭐 이런 거 있어요. 이건 거저 얻은 책이니까 싸게 판다고...
김민성 : 그런데 나가는 값 있잖아요. 형평성 같은 거. "내(노동환형)가 싸게 샀다"해도 책의 전체적인 값이 있잖아요. 그 부분하고도 형평성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많이 남는 책이 있으면 또 아까 말한 것처럼 손해를 보는 책도 있잖아요. 그러니 꼭 싸게 책을 샀다고 해서 무조건 손님에게 싸게 줄 필요는 없지 않나요?

노동환 : 아까 10%에 사서 50%로 판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 20%에 사서 30%에 파는 것도 있어. 10%에 사서 10%로 파는 것도 있고. 산 값에 파는 것도 있고, 산 값도 안 되게 팔 때도 가끔 있고.
최종규 : 통신 공간에서 <숨어있는 책>을 소개하고 이곳에서 모이는 일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노동환 : 그거는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공간이 좁아서 미안해. 여기서 조금...뭐랄까 여기서 내가 장사로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게...

얘기를 나누며 <숨어있는 책> 젊은 가시버시 두 분 사랑 얘기와 살아가는 철학도 나눴으면 좋으련만. 자리를 저녁 아홉 시부터 가졌기에 책방 문도 닫고 다들 집에 돌아가야 할 때라서 열한 시가 넘었을 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날 하루로 그치지는 않지요.

두 사람이 책을 얼마나 어떻게 사랑하고 아끼는가도 얘기나눠야겠고 중국학 쪽에 두고 있는 눈길도 풀어봐야 할 테고, 이백만원이 넘게 돈을 날렸다고 해야 할 인터넷 도메인 문제도 좀더 깊이 있게 이야기할 대목입니다. 적어도 인터넷에 게시판을 띄우고 있는 헌책방 사이트들을 한데 묶어서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신이 가고픈 곳을 고르고 자신이 찾는 책을 물어 보아서 있는지 없는지를 헤아릴 수 있는 방을 만드는 문제도 이야기 나눠 볼 만합니다.

겨울 난방대책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도 이야기 나눠 볼 만한데 이 또한 시간이 모자라 나누지 못했습니다.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찻값은 얼마만큼 들어가는지도 알아볼 만하죠. 헌책방을 꾸리며 있던 즐거운 일이라든지 안타까운 일을 묻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숨어있는 책>을 찾아오는 단골손님으로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있는지도 물어 보면 좋았을 텐데.

처음에 손님으로서 이야기에 함께 하신 분이 "이곳에 오는 모든 손님들과 친분을 맺을 수 있느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노동환 형은 이 물음에 "할 수 있으면 모든 사람과 친분을 맺고 싶다"고, 그러나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며 "부탁한 책이 들어오면 연락해 주는가"하는 물음에 "처음엔 곧바로 모두 연락했는데 그 가운데 40-50%는 두 주 안에 찾아오지 않아"서 "연락하는 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가 보다"하고 봤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간절하게 책을 찾는 사람에게는 연락을 한다는군요. 그리고 어지간한 책들은 한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찾기에 골머리를 앓다가 그냥 책방에 꽂아둔답니다. 그래서 먼저 와서 찾아보는 사람이 골라가게요.

언젠가 장서로 갖고 있던 책을 팔 때 가슴이 쓰리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처음엔 그랬는데 나날이 그런 느낌은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이런 느낌을 다시 한 번 여쭈어 '책 소유'에 가지는 생각을 들으면 좋았을 텐데 이 또한 시간이 모자라서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2차 수집가'로서 책을 사모으는 일 말고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책을 받거나 사는 일도 따져 볼 일인데 이 또한 얘기하지 못했죠.

처음엔 누님이 이야기에 함께 하지 않았으나 자리가 무르익어 가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자리를 가지면 그때는 좀더 살갑고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자리에서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보태기로 하고 여기서 아퀴짓겠습니다. <숨어있는 책>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모든 헌책방이 장사가 잘 되어 나름대로 꾀하고 있는 아름다운 헌책방을 알뜰살뜰 가꿀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10월 26일 나눈 이야기 모두를 보고 싶은 분은
  http://pen.nownuri.net 에 있는 최 종규 글마당
  글을 보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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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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