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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비평준화 제도는 학생들이 실력에 맞는 학교에 진학하여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비평준화 지역인 포항의 중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계발할 기회를 박탈 당한 채 내신에만 매달리고 있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학생들은 내신성적에 따라 고교에 진학하게 된다. 포항시는 작년부터 연합고사가 폐지되어 고교 입학 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진 실정이다.

환호여중에서 만난 8명의 학생 가운데 예고 진학 예정인 이혜인 양을 제외한 7명 전부가 과외를 받고 있었다. kkk 양은 “내신을 올리기 위해선 학교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며 과외를 받지 않으면 자신이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과외를 받는다”고 말했다.

내신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험기간마다 주로 집에서 하는 수행평가가 있는데 학생들은 각 과목마다 전체성적의 20~30%를 수행평가로 대신한다. 하지만 시험 공부도 바쁜 상황에서 학생들이 전과목의 수행평가를 모두 잘 해내기는 어려워 이를 과외 선생에게 대신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교사의 입장에서도 전교생의 수행평가를 모두 채점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비교적 객관적 평가가 가능했던 연합고사 체제가 폐지된 이후에는 학교별로 명문고 입학 인원이 정해져 있어 문제다. 환호여중의 경우 여고 명문인 포항여고에 진학하는 인원은 한 해에 40명 정도이다.

환호여중 박은희 학생은 “2학년 때 성적이 중상위권이던 학생이 3학년 한 학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 40명 안에 들어가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소위 명문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이미 2학년 때부터 정해져 있는 셈이다.

박은희 학생은 “그 때문에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 변두리 학교로 전학 가는 학생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시내에 있는 학교에서 중위권을 하던 학생도 변두리로 전학 갈 경우 최상위권으로 성적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외 열풍 때문인지 고교 1학년 입학당시 성적은 포항시가 월등히 높다. 그러나 3년 후 대학진학률은 평준화 지역의 타 도시와 거의 비슷하다. 이에 대해 포항 환호여중 정병락 선생은 “학생들이 중학교 때 이미 공부에 질려버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할 의욕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며 모든 과목이 고교진학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므로 정작 고교에 입학해서 필요한 영어나 수학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중학교 내내 내신에만 매달려 자신의 적성을 계발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전과목의 내신에 신경을 쓰다보니 특기를 살리는 교육 자체가 어렵고 특기가 있어도 고교 진학시 가산점이 거의없다.

예고 진학 예정인 이혜인 양은 “미술이건 음악이건 컴퓨터 건 간에 전과목 내신에 신경을 쓰면서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하면서 “만약 2명을 뽑는 예고 지원에서 떨어지게 되면 자신의 성적의 맞추어 일반고에 갈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내신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현실에서 교육부는 고교 등급제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 고교등급제가 시행될 경우 포항시의 고교 비평준화 문제는 더욱 심화되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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