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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하루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1,000톤으로 연간금액으로는 약 7조원에 이르고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가 사용하는 예산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처리방법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수도권 음식물 쓰레기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김포 쓰레기 매립장이 음식물 쓰레기 반입을 전면 중단할 태세이고, 정부도 환경을 고려해 2005년 이후에는 매립을 전면 금지한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매립부지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성과가 미미한 상태다.

시간이 갈수록 지자체의 초조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 외에 소각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들 처리방법은 침출수에 의한 수질오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발생 등으로 주민들이 반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도-농간 순환처리 방식이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농촌의 사료와 퇴비로 자원화하자는 것. 이 방식은 성공한다면 지자체와 도시민은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농민은 사료 구입비용이 줄어 든다.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도 해결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이같은 실험에 도전하는 시민단체와 아파트 주민, 농민들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6일 평택농민회와 평택환경운동연합, 평택흥사단 등 3개 단체와 평택시 세교동 개나리아파트 주민 20여명이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의 목적은 시민단체들이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도농교류의 일환으로 11월부터 추진하는 '남은 음식물을 재활용하여 오리 키우기' 사업을 앞두고, 사례연구와 현장탐방을 갖기 위한 것. 강화도에서 3년째 오리 농장을 하고 있는 아무개 목사는 사례발표 강연을 통해 "(음식물 재활용 사업은)절박하고도 시급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유전자 조작 농작물로부터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무공해 저비용 운동"이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자체의 조직적인 지원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후 이들은 팽성읍 두이리에 있는 한미농장을 견학했다. 한미농장은 김동성씨(46)가 지난해부터 음식물 쓰레기로 오리를 키우고 있는 곳이다. 이 농장은 현재 서울 목동아파트 단지와 쌍용자동차 12톤 등 하루 총 18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 염분과 수분을 조절하는 기계처리과정을 거친 뒤 8천여 오리에 사료로 공급하고 있다.

농민 김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공급하면서 사료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 김씨는 "전에는 사료비로 2700만원 정도가 들었으나, 음식물 사료화에는 1200만원이 소요돼 농장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에 이쑤시개나 비닐, 심지어 병조각까지 섞여있어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김씨는 "철저한 분리수거와 시의 지원만 이루어 진다면 농민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농장을 견학한 후에는 공동사업을 펼칠 신대리 주민들과 함께 음식물 사료를 먹고 자란 오리 시식회를 가졌다.

환경운동연합 회원이기도 한 아파트 주민 박미순씨는 "환경문제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화두잖아요,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는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시민단체들은 연말까지 시범적으로 개나리아파트에서 나오는 하루 3백㎏의 음식물로 2백여 마리의 오리를 키워본 후 성과가 좋으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평택시도 음식물 재활용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평택시가 하루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70여 톤. 이 중 25톤 정도를 톤당 4만1800원에 김포 수도권 매립지에서 처리하고 있는데, 시는 빠르면 연말부터 재활용으로 방향을 바꿔 톤당 1만원의 경비절감과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자연환경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대로부터 빌려 온 것이라고 한다. 보다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만들기에 민·관 모두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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