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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막 시행된 7월 초, 어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확한 내용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소아과 의사가 감기에 걸린 소아환자에게 처방한 약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찰한 의사의 얘기는 없고 처방전만을 가지고 하는 얘기였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역시 의사들이 약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기사였다.

그 잘잘못을 떠나서 지적한 내용 중에 한 가지가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항생제를 처방했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감기에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마이신'으로 감기를 치료한다고 알고 계신 옛 어른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실제로 소아 감기 환자들에게는 성인 감기 환자에서보다 항생제 처방빈도가 높아진다. 그만큼 아이들은 아직 몸의 발달이나 면역능력이 완전치 않고, 합병증이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점을 판단하는 것은 사실 의사로서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대표적인 감기 합병증 중의 하나가 중이염이다. 귀의 고막 안쪽의 공간인 중이강 내에 생기는 염증인 중이염은 상기도 감염(감기), 알레르기 질환 등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데, 유소아가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중이염이 어린이에서 잘 생기는 이유는 귀와 코를 연결하여 기압을 조절해 주는 관인 '이관'이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른에 비해 짧고 넓으며 수평에 가깝기 때문에 감기가 있을 때 균이 이관을 타고 귀로 쉽게 올라가고, 이관 주위의 임파조직(편도선과 아데노이드)이 염증으로 부으면 이관이 쉽게 막히게 되기 때문이다.

중이염은 출생 후 3세까지의 유소아 중에 1/3이 세 번 이상 급성 중이염에 걸린다고 하고 전체 소아의 2/3에서 3세가 될 때까지 한 번 이상 중이염에 걸릴 정도로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4세 이하의 소아는 중이염의 재발률이 높아 만성화의 경향을 보이고 후유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급성 중이염은 모체로부터 받은 면역성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생후 6~12개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5~6세에도 비교적 높은 발생률을 보이며, 감기가 자주 발생하는 환절기, 겨울 등에 주로 발병한다.

특징적인 증상은 발생 초기 1-2일에 나타나는 39-40도의 고열, 난청과 함께 밤에 더 심해지는 귀의 통증이다. 난청 증상의 표현은 말을 하는 소아에 있어서는 귀가 먹먹하다거나 잘 안 들린다고 할 수 있고,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유아의 경우 자신의 귀를 잡아당기는 시늉과 심하게 울고 보챔으로써 통증을 표현하기도 한다.

급성 중이염은 적절한 치료에 의해 3일 내에 발열이나 통증 등의 급성 증상은 없어지고 약 2~4주 정도면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경우 1주일 정도 염증이 계속 진행되면서 고막이 팽창되어 터지게 되고 뇌막염, 청력장애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급성 중이염이 완치되지 않고 액체가 고인 채로 지속되는 삼출성 중이염이 되면 청력장애가 생기며, 유소아의 경우 TV 볼륨을 높이거나 TV에 가까이 앉고,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등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또한 귀가 먹먹한 느낌이나 자기음성이 크게 울려 들리는 자가강청 및 이명(귀울음) 등이 있을 수 있고 치료기간도 2-3개월 이상 길어진다.

3개월을 치료하고도 낫지 않는 경우를 만성중이염이라 하는데, 급성중이염 환자의 10%정도에서 발생하며 이 때는 보다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6 개월이상 약물치료를 했는데도 잘 낫지 않으면 수술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급성중이염의 예방은 물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공갈젖꼭지를 많이 빠는 아이라든가, 모유를 먹지 않은 아이, 6 세 이하의 유아원에 다니는 아이, 담배연기 등의 자극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아이, 집안에 중이염 환자가 있는 경우에 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위생관리와 함께 감기에 걸렸을 때, 여러 명이 모이는 장소나 놀이방 등은 피하는 것이 감염의 기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급성 중이염이나 삼출성 중이염은 소아 난청의 가장 흔한 원인이고 이로 인해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언어-인지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급성 중이염과 삼출성 중이염 등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는데 어른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급성 중이염의 치료는 우선 약물요법과 함께 휴식, 안정이 필요하다. 약물요법은 항생제 및 소염·진통제 등을 사용하는데 항생제는 재발이나 합병증 방지를 위해 증상이 없어진 후에도 10일 정도 더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되어있다.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고 충분한 기간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사에게 진찰과 처방을 받는 것이 필요하며, 어린이가 감기를 앓다가 갑자기 심하게 귀가 아프고 열이 있을 때는 급성 중이염의 합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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