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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양민학살은 과연 '물줄기'인가 '물방울'인가. '베트남 양민학살 의혹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라'는 언론의 보도는 과연 사소한 '물방울'을 큰 '물줄기'로 착각하는 것인가.

지난 9월 1일 오마이뉴스에 '김정길 법무장관님, 31년 전 고등군법회의를 기억하십니까'라는 기사가 나간후 월남 파병군인에 의한 베트남 양민학살 문제에 대해 '물줄기-물방울' 논쟁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권부에 보내는 대안> 3 : 김정길 법무장관님, 31년 전 고등군법회의를 기억하십니까

이 논쟁에 불을 당긴 사람은 군사전문가 지만원 씨다. 오마이뉴스는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 문제와 그것을 인정한 31년 전의 군사재판, 그리고 그 관여 검찰관이 현 김정길 법무부 장관이라는 사실을 다룬 기사를 지난 9월 1일 낮 12시에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지씨는 그날 밤 11시38분 '오마이뉴스의 한계'라는 독자의견을 적어 올렸다.

지씨는 이 글에서 "양민학살을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종수 소위는 물방울이고, 그를 처벌한 한국군은 시스템"이라며 "오마이뉴스나 한겨레21은 '물방울'과 '물줄기'를 혼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9월 2일 새벽 4시 한광희라고 이름을 밝힌 한 독자는 지만원 씨의 글에 대해 장문의 반박문을 독자의견에 적었다. 한광희 씨는 지만원 씨가 오마이뉴스에 던진 5가지 질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씨는 "시스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에는 옳은 주장과 바른 목소리는 사소한 물방울로 튀고 마는 것"이라며 지만원 씨에게 "아우슈비츠의 원형을 보전해서 역사를 망각하지 않으려는 독일 국민의 노력과 아직도 '종군위안부는 없다'라고 되뇌이는 일본 정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다음은 논쟁이 일고 있는 지만원 씨와 한광희 씨의 글이다. 지씨는 글을 좀 줄여달라는 오마이뉴스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5가지 질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한씨의 글은 너무 긴 관계로 조금 요약했다. 다만 큰 줄기는 건드리지 않았다.----편집자)

김종수 소위와 베트남 학살--지만원

지난 7월 말. 필자는 공주시에서 목회를 한다는 김종수 목사로부터 꼭 만나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월남에서 소대장을 하다가 양민학살이라는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받았다가 10여 년을 복역하고 나왔는데,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동아일보>에 3일간 자기의 기사가 났다는 사실을 내세웠다. 그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이 그 정도로 자백하면 모두가 좋고, 김소위도 처벌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건이 짜깁기 됐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나는 바보요"라는 소리로 들렸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가 건설공병단인 비둘기 부대에 근무하면서 그런 누명(?)을 썼다는 사실이다. 비둘기 부대에서 베트콩을 사살했다면 "소가 웃을 일"이었다. 베트콩이 없는 청정지역이었다.

그를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나도 그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더구나 그는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많이 늘어놓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동아일보 기자는 어째서 인내심을 발휘해 그를 취재했을까?

의문은 <오마이뉴스>에서 풀렸다. '양민 학살은 없었다'는 군의 주장을 뒤엎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이봐라. 바로 여기에 대법원에서 증명된 사실이 있다. 김종수 소위 사건이다." 하지만 바보(?)같이 김종수 목사는 동아일보를 자기 편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당해 놓고도, 당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라면 월남에서도 검찰의 사탕발림에 녹아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9월2일자 오마이뉴스에 "김정길 법무장관님, 31년전 고등 군법회의를 기억하십니까?"라는 제목을 접했다. 오마이뉴스는 "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사살이 법원 판결에 의해 인정된 것은 이것이 유일"한 것이며, "민간인 살해 피해는 없었다"는 국방부의 공식입장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로 이 사건을 부각시켰다.

오마이뉴스가 인용한 동아일보 기사를 보니,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형편없었다. 그의 말로는 동아일보가 그의 억울함을 대변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위에 인용된 기사를 보니 그는 완전히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21> 기자에게 베트남 학살사건(?)을 집중 취재하는 이유가 무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기자가 말했다. 진실을 밝히고 역사를 바로 세우고 싶어서라고.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1) 왜곡된 역사는 매우 많다. 더 크고 더 긴박하게 바로 잡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주월한국군의 만행(?)인가?

2) 바로잡아야 한다면 왜 하필 30여 년이 지난 지금인가?

3) 군은 국민의 얼굴이다. 군은 국민만큼만 훌륭하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자.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동키호테는 어느 집단에나 있다. 미국의 전쟁 영화들을 보라. 코소보 사건들을 보라. 인권, 도덕, 기율로 말하자면 미국은 객관적으로 세계 최고다. 그런 미국군에도 김종수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많다. 도대체 그런 돌연변이 적 사건을 침소봉대해 가지고 무얼 노리겠다는 건가?

4) 한국군은 김종수 소위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무기 징역을 판결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무슨 결론을 내려야 할까? "김종수 소위"를 욕할 수는 있어도, 김종수를 준엄하게 처벌한 "한국군"은 칭찬해야 하지 않겠는가?

5) 인터넷에서 "사회병리"(social problem)의 정의를 찾아 보라. 패턴과 줄기가 있어야 사회병리로 취급된다. 동키호테처럼 예외적으로 발생한 사건은 사회병리가 아니다.

모든 사회현상에는 줄거리가 있고, 어쩌다 발생하는 돌연변이가 있다. 통계학 입문서에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을 읽어 보라. 시스템이 있고, 잡상(white noise)가 있다. 펌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자. "물줄기"가 있고, 사방으로 튀는 작은 "물방울"이 있다. 김종수 소위는 물방울이고, 그를 처벌한 한국군은 시스템이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나 한겨레21은 "물방울"과 "물줄기"를 혼돈하고 있다.

6) 하나 더 붙이고 싶다. 필자는 42개월간 월남에 있었다. 월남에서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학살한 적은 없었다. 단지 월남인의 마음을 얻어야만 한국군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은 말단 병사들에게도 팽배해 있었다. 한국에서도 방위병이 친구를 시켜 마음에 안 드는 소령을 음식점에서 칼로 찌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하물며 월남에서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어찌 되겠는가?

ML주의에 심취했던 운동권 출신을 포함해 정신적 애숭이들이 날뛰는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면 한국의 앞날이 암울해진다. 대통령이 "젊은 피"를 외쳤다. 386세대가 등장했다. 그들이 무얼 배웠고, 얼마나 여물었는가? 장원교수, 386 국회의원들에서 우리는 무얼 느껴야 할까? 주월한국군의 격하운동은 곧 한국군의 격하운동이다. 무엇을 노리려 하는가? 스탈린 격하운동이 연상된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지만원 (www.systemclub.co.kr)

(기사는 한광희 씨의 반론으로 이어집니다.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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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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