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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대학 시험 교정위원이었던 박종석 씨가 8월 27일 시험 종료 이후 서울 한 호텔에서 나오다가 국가정보원에 연행되어 구속되자 지역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활동하면서 국가보안법 즉각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씨는 서울대를 나와 경상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고 현재 민주노동당 진주지부 교육선전국장을 맡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99년 알려진 이른바 '민혁당사건'에 박씨가 관련되었다며 연행, 구속했다. 국가정보원은 박씨 구속과 관련해 8월 30일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다만 박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고만 밝혔다.

국가정보원 관계자 10여명은 지난 27일 오후 3시 30분경 진주시 신안동 소재 박씨 집에서 각종 기물을 압수했다. 이들은 박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본체와 시디, 디스켓, 편지, 민주노동당 지부 회의 자료, 당원명부 등을 압수했다.

당시 박씨 집에 있던 민주노동당 진주지부 사무국장 김영이 씨는 "국정원 직원들이 배관공이라라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들어 왔다. 다른 당원들에게 박씨 연행 사실을 전화로 알리려 하자 전화기를 강제로 빼앗아 왼쪽 볼에 약간의 찰과상을 당했다.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물어 민주노동당 당원임을 밝히자 '완전히 노동당이구만'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박씨의 구속과 관련해 진주지역 인사와 단체는 30일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진주대공상담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박종석 씨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박종석 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박광희)는 성명을 통해, '국정원은 조작된 민혁당 사건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 '국정원은 박종석 씨를 비롯한 구속 연행자를 즉각 석방할 것' '국정원은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할 것' '김대중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즉각 철폐할 것' 등을 주장했다.

또 성명에서는 "박종석 씨는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다.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사람이다. 말과 글을 지키는 겨레의 얼을 지키는 것이이라는 그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는 양심수가 없다고 말햇다. 이 말에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대통령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땅에는 사상과 양심의 문제로 갇혀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박광희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대해,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사이에 화해 협력 교류라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국가보안법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들끓고, 정부 여당이 이를 반영하여 실제로 국가보안법 개폐를 추진하고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국정원이 시대의 흐름을 뒤집어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사건은 98년 12월 격침된 간첩선의 내부에서 발견된 주민등록증과 12개의 전화번호/휴대전화번호/주소 등이 첫 실마리가 된 사건이다. 99년 9월 김경환 심재춘 하영옥 씨가 구속되었고, 올해 8월 27일 이화외국어고 박정훈 교사가 구속된 바 있다.

전국연합과 민가협 등의 단체는 '소위 민족민주혁명당 조직사건 진상규명과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공동대표 임길환 권오언 등)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대책위에서는 관련자의 약물복용 후 수사, 98년 남파한 간첩과 관계 불투명, 김영환과 북한의 관계를 입증할 자료의 불충분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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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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