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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의 상봉을 지속할 유력한 방안으로 남북한이 합의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가 남북한 당국간은 물론 그 장소 선정을 두고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금강산 면회소는 절대 안된다"는 제하의 25일자 사설을 통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일보>는 이산가족 면회소로 거론되고 있는 장소 가운데 하나인 금강산 면회소는 불가하다고 강한 톤으로 주장하였다.

이 사설은 금강산 면회소가 불가한 이유로 장소의 중립성 훼손과 현실적인 불편함 등 두 가지로 들었다. 그러나 <조선일보>측이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 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사실에 근거한 보도와 논평을 기본가치로 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이 사설에서 정부·여당이 "이산가족 면회소를 금강산에 설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하는데, 이를 근거로 <조선일보>의 입장을 전개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즉 <조선일보>는 정부·여당의 검토 중인 선택치까지도 비판하여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려 한다면 이는 자의성을 벗어나지 못하며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이렇게 공격할 수 있는 주관주의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금강산 면회소가 불가하다는 <조선일보>의 첫째 이유는 장소의 중립성 문제이다. 이에 대해 사설은 "만약 북한 통제하에 있는 금강산에 면회소를 설치하면 '상봉'은 완전히 북한당국의 일방적 관리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고 단정한다.

이렇게 본다면 상봉을 서울에서 한다면 우리 일방대로 할 수 있다는 논리인가? 또 <조선일보>가 대안으로 주장하는 판문점은 중립성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곳인가? 이산가족 상봉이 제대로 이루어지는데 있어서 관건은 장소가 아니라 남북한 당국의 성실하고 신뢰있는 행동에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사설에서 <조선일보>측이 이산가족 면회소로 금강산이 불가하다고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시간과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이다. 이 대목은 일견 일리 있는 지적이라 생각된다. 사설은 "현대그룹이 운영하는 관광선을 이용할 경우 가는 데만 무려 12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비용도 3박4일 기준 최소 80만원이 든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비용 가운데 정부의 부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이런 지적은 액면 그대로는 타당하다고 하겠으나 이 사설의 강조점은 금강산 면회소가 북한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첫째 이유라는 점을 고려할 때 두 번째 점은 이를 보완하는 논리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비판에 이어 사설은 대안으로 판문점이나 철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각 언론은 면회소 예상 장소로 거론되는 이 세 곳에 대해 각기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어느 곳은 좋고 어느 곳은 나쁘다는 식의 논리는 일방적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결국 정부가 북한의 입장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설은 "정부가 당초 판문점 면회소를 강력히 주장하다가 최근 들어 …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혹시 그것이 '판문점은 열강의 각축장이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눈치본 것이라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가정에 기초한 자기 입장 강화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이산가족 면회가 보다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하려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 모르지만, 가정의 경우도 내용상 건설적 가정이 있을 수 있고 퇴행적 가정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건설적인 방향의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려된다.

우리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이에 걸맞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해·통일 문화를 만들어가는 길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라져가는 냉전의식의 잔재를 붙잡고 대세를 되돌리려는 부질없고 안타까운 행태를 보게 된다.

이산가족 면회소 선정을 포함하여 앞으로 풀어가야 할 남북간의 일은 상호 신뢰와 호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재삼 강조한다. 기본원칙에는 이 점에 동의하고서도 구체적인 사안을 논할 때 이를 망각하는 것은 성숙된 자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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