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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열린 제10차 북-일 수교협상이 가시적인 성과 없이 24일 마쳤다.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수교협상은 양국간 국교정상화로 가는 길이 앞으로도 긴 여정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의 대표단은 일본이 행한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 및 배상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내세웠으며, 반면 일본측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 등 현안문제 해결을 선결과제로 주장하였다. 일본인 납치의혹에 대해 북한측은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도 과거에 비해 완강한 태도는 아니었다고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논평하였다. 한편 북한이 주장하는 과거사에 대한 사죄 및 배상에 대해 일본은 북한과 직접적 교전국이 아니었으므로 배상 대신 경제협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0차 협상이 양국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하며 진전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상 마지막 날 양측이 솔직한 대화를 하였으며 양국관계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향후 회담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공동합의에는 다음 협상을 10월 제3국에서 개최한다는 대강의 일정이 발표되었다.

이번 수교협상에 대해 일본 여론은 크게 두 가지 시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시각은 양국간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공유하는 가운데 그 접근 방법에서의 일정한 차이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 두 가지 시각이란 일본 언론 중 다소 자유주의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아사히신문>의 25일자 사설과 이에 비해 보수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의 25일자 사설이다.

먼저, 이번 제10차 수교협상에 대한 평가에서 <아사히신문>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협상은 큰 성과는 없었지만 수면 아래 북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 방증으로 이 신문은 이번 협상에서 북한측이 나타낸 성실한 대화 태도와 다음 협상 일정의 합의를 들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나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크게 없어 이번 협상에 성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향후 수교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신문은 "(일본의 사죄 및 배상에 관한) 북한의 요구는 (일본이 주장하는) 일본인 납치 의혹 등 현안문제를 뒤로 미루려는 뜻"이라고 논평하였다.

둘째, 협상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도 이 신문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기존에 주장해온 입장을 반복한 점을 거론하며 이런 식으로 협상을 계속하면 교착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하며 타협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 부인에도 불구하고 협상에서 보인 북한측의 태도가 과거와 같이 화를 내는 것과 같은 완강한 부정은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의 입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신문은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는 일본의 주권에 관한 문제임을 지적하며, 특히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는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일본과의 수교를 통해 일본 자금을 들여와 경제재건을 도모하려 하지만 납치의혹이 풀리지 않는 이상 그것을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향후 대북 수교협상에서 일본당국이 취해야 할 대응방법에 대해서 이 두 신문은 매우 상반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먼저 <아사히신문>은 북한과 일본이 각각 고수하고 있는 기본입장을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의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양측이 조금씩 근본태도를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 방법이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양국관계가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개방적 길"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비타협적인 자세를 일본당국에 촉구하며 일본이 주장하는 사항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 신문은 그 근거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나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 해결 없이 북한에 자금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대북 수교협상 담당자들이 양국간 관계 정상화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근본 원칙에 따라 협상에 임할 것으로 촉구하였다. 또 이 신문은 협상가들에게 한-미-일 3국간의 대북정책 공조가 중요함을 상기시키며 북한이 그 틈새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북한과의 향후 수교 협상에서 일본은 자국만을 관련시킬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그리고 한반도 관련 주변정세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신문은 대북 수교협상에서 조급성을 경계하며 "신중하고 사려 깊은"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북-일 수교협상에 관한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의 입장 차이는 대체로 일본 내 대북 협상파와 강경파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 내에서는 남북관계 등 주변정세의 변화에 의해 북-일 수교의 객관적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이념적 태도 및 정치적 기반에 따라 접근 방법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 두 신문이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볼 때 향후 북-일 수교의 전망은 두 나라 밖의 외부적 변수를 제외하면 북한보다는 다원주의사회인 일본 내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사죄 및 배상문제에 대하여 최근 일본 외무성이 경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어 결국 북한에 들어갈 자금 규모가 수교협상에 걸릴 시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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