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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건장한 남자들에게 에워싸여 있다. 그리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당신 가족의 두 팔을 수갑으로 채운 채 함께 사라진다.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해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나.

지난 일요일(20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한 도서대여점에서 세칭 '민족민주혁명(이하 민혁당) 사건'으로 수배 중이던 최아무개(38) 씨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수사관들에 의해 검거됐다.

하지만 검거 과정에서 상황을 물어보는 가족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검거 이후에도 국정원은 가족들에게 최씨에 대한 신변 확인을 해주지 않아 가족들의 애를 태우게 했다. 특히 국정원을 직접 찾은 가족들에게 불성실한 답변과 태도를 보여 물의를 빚고 있다.

검거 당시 같은 장소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최씨의 여동생에 따르면 "갑자기 20여 명의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로 들이닥쳤고 골방에서 기거하던 오빠를 쓰러뜨려 수갑을 채웠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당시 여러 명이 권총을 들고 있었고 무슨 영문인지 몰라 상황을 물어 보았지만 아무런 대구도 하지 않은 채 승용차에 오빠를 태우고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가족들은 청주경찰서, 서초경찰서 등에 수소문을 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최씨의 신변을 확인 할 수 없었다. 결국 국정원까지 연락을 해 봤지만 최씨가 있는 곳을 확인하지 못했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던 가족들은 서울까지 올라와 세곡동 국정원을 직접 찾아야 했다. 하지만 역시 어느 곳에서도 확인 할 길이 없었다. '실종'된 지 5시간 후에야 선임 변호사와 피의자 최씨가 접견을 하게 되었고, 겨우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최씨의 여동생은 "납치된 최씨의 행방을 찾는 동안 가족들은 무기력 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정체를 밝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족이 끌려가고, 신변확인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국정원의 비인도적인 행태는 이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의 신변을 확인하고 국정원을 찾은 가족들에게 일체의 접견 요청을 거부하고, 속옷 등 물품마저도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가족들은 자신들을 대하는 국정원 관계자들의 태도를 비난했다. 최씨의 여동생은 "한 국정원 관계자는 '난 무식해서 모르는데 당신들은 왜 이렇게 당당하냐'며 빨갱이 가족들이 할 말이나 있냐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접견이나 물품 반입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말을 바꾸고, 조사를 위해 어디론가 간 사람이 나중엔 퇴근해버렸다는 둥 태도가 너무나 불성실했다."고 국정원을 비난했다.

다행히 피의자 최씨의 가족 접견은 국정원에 몇 차례 항의방문을 한 후인 오늘(24일)에야 가능했고, 이는 지난 20일 최씨에 대한 검거가 이루어진 후 나흘이 지난 시점이다.

이외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수사과정에서 불법적인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김아무개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법적으로 보장된 변호인 접견권까지 제한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가 하면 '짧게 끝내라'며 종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검거 당일 날 국정원에서 피의자를 재우는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원 공보실 관계자는 "가족들의 접견을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은 일과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또 "어떤 불법적인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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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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