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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회원은 오늘부로, 마지막인 이 기사를 끝으로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을 탈퇴하고자 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를 작성을 했다고 자부하는 저는 탈퇴까지 결심하면서, 이제부터 이런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로서는, 현재 오마이뉴스의 문제점을 수 차례 제시 및 제안했던 바, 현재까지는 전혀 변하고 있지 않아 부득이 탈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오마이뉴스가 창간되기 한달 전부터 기자회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해온 저는 오마이뉴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최후의 선택인 기자회원 탈퇴를 하면서, 이 글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오마이뉴스가 다시 거듭나기를 바라며, 눈물을 머금고 글을 올립니다.

지금부터, 그 전부터 최근까지 제가 제기해온 오마이뉴스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기자회원으로서, 제가 겪었던 예들을 중심으로 전개하고자 하오니, 다르게 생각하시는 기자회원 및 독자들의 흉금없는 비판과 충고를 바랍니다.

첫째, 오마이뉴스는 기자회원에 대한 어떠한 신분보장에 대해서도 노력하지 않았다.

본인은 수차례 기자회원들에게 '명함'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 이유는 어떤 민감한 사건이나 사안취재에 있어서, 최소한의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취재의 한계를 여러 차례 겪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취재할 때는 그 것으로 인하여 취재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하여 취재제약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공권력과 관련된 취재를 할 때는 분명 다른 상황에 맞딱드렸다.

경찰은, 명함도 없는 기자를 당연히 '사이비 기자'로 매도했으며, 오히려 저들에게 역이용, 반박하고 사건을 조작,은폐하는 빌미마저 제공하게 되는 경우를 몇 번 경험했다.

나로서는 쓰라린 패배요, 고통이었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취재다니다보면 숱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명함교환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취재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나는 본의 아니게 그들에게 숱한 '무례'를 범해왔다.

오마이뉴스는 그 누구가 되었든, 어떤 방법으로 비용을 처리하든 기자회원들에게 최소한의 신분 보장인 '명함'을 지급해주길 바란다.

다만, 나름대로의 규정과 기준에 의해서 지급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창간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기자회원에게 명함이 지급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둘째,'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는 '사실명제'가 아니라, '당위성의 명제'이다.

첫째 항의 부연이 되겠다.
나는 지금껏, 위의 모토가 오마이뉴스의 '사실명제'이기를 바라며, 그렇게 믿고 싶어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취재를 해왔다.

그러나, 위의 모토는 바꾸어져야한다. 현재로서는.
'모든 시민은 기자가 될 수 있다.' 혹은, '모든 시민은 기자여야 한다.'로 바뀌어져야 한다.

'열린진보'를 표방하는 오마이뉴스 역시, 자본주의사회 속에서의 위의 모토는 심하게 해석한다면, 일종의 '마케팅 전술'일 뿐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4,000여 명 되는 전국의 기자회원들은 아무런 신분보장없이, '마케팅 전술'에 의해 '일종의 활용'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좀 심한 비약일까?

'좋은 기사는 기자의 가슴을 뛰게'하지만, 아무런 신분보장도 없이 발로 뛰어보았자 '기자의 가슴과 발을 뛰게 할 뿐' 종국엔 지치고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다.

셋째, 기자회원들과 오마이뉴스 본사와의 유기적 협조가 거의 전무하다. 가령,오마이뉴스 본사에 대한 기자회원의 취재.여론화 협조 요청에 대해 오마이뉴스의 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인은 지금껏,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 오마이뉴스에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한 지원을 요청했었다.

한 예를 든다면, 오늘의 전야제로부터 시작하는 'PiFan2000 공동취재단 구성 건'에 대해서도 오마이뉴스는 실질적인 유기적 협조를 약속하지도 않았거니와, 주최측에서 기자에게 발급하는 '프레스카드' 건에 대해 도움을 주지 않았다.

몇 주전 본인이 직접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을 찾아가서 취재 후에 사무국장에게 부탁을 해서 간신히 '취재협조다짐'을 받고 돌아왔다. 그것도, 생각끝에 본인과 공동취재를 약속한 기자회원 두 명과 오마이뉴스의 대표적 기사들을 프린트한 파일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가서 설득할 수가 있었다.

이것은 기자회원권리보장과 정당한 협조요청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판단한다. 사무국에 공문 한 장이라도 정중하게 보냈었다면, 굳이 본인이 직접 가서 부탁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 판단한다.

넷째, 중요한 사안에 대해 어떤 한 쪽으로의 보도를 지향함으로써, 다른 중요한 사안에 대한 여론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를들어, '철거민문제'를 들고 싶다.

지난 6월 10일, 철거민 7명의 '6월 9일 여의도 민주당사 점거농성사건'을 취재하면서, 본인은 기사 작성 등 겸사겸사 본사에 가서, 남북정상회담 건 뿐만 아니라, '철거민 문제'사안의 중요성을 설명했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3,500 명이 넘는 기자회원들과 내부기자들 어느 누구도 그 사안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론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주장하건대, "철거민문제는 생존문제다" 그리고, '당장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안'이며, 진보적 언론이라면 마땅히 '심층취재'까지도 필요한 사안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그에 대한 자세한 근거는 본인이 그동안 작성했던 철거민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여 검토하면 알 수 있다.

지금 오마이뉴스에서 중요하게 판단하여 지속 밀착 취재.보도를 하고 있는 '매향리 관련 문제'만큼,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사안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끝으로, 오늘도 나는 서대문구 남가좌동 철거민으로부터, 지금 남아서 철거반대를 하는 한 세대를 상대로, 재개발업체인 삼성건설(주)이 앞세운 다원건설이라는 철거용역깡패집단과 공권력 100여 명이 침탈하고 있다는 긴급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바로 와서 취재해달라는, 절박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물론, 내 가슴은 벌컥벌컥 뛰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숱한 인권탄압의 현장을 몇 번 눈으로 직접 목격한 나는 분노했다.

그러나, 나는 취재하러 가는 것을 포기했다.

왜?

지난 7월 8일 나는 같은 현장을 방문하여, 7월 4일 그 현장에서 있었던 무지막지한 공권력과 삼성건설측에 의한 폭력.인권탄압 사건을 취재했었다.

사건 현장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던 나를 삼성건설은 급기야 경찰을 부르면서까지 집요하게 방해했다.

난 굴복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사진에 다 담고, 피해 당사자를 상대로 인터뷰까지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난 거기서 회의감과 한계에 부닥치고 말았다.

한심하게 삼성의 똥개 역할하듯이, 그들이나 보호하러 온 경찰이 다가와서 기자신분증을 요구하며 "당신 사이비 기자지?" 하는 데에 어떤 대안도 내겐 없었다.

하마터면, 주민들 아니었으면 난 꼼짝없이 경찰이 아니라,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삼성직원들로부터 카메라와 필름을 압수당했을 뿐만 아니라, 집단폭행을 당할 뻔했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취재한 사건과 거의 똑같이 나도 그들에게 당할 뻔한 것이다.

그 후로, 난 기자회원으로서 더 큰 회의감에 빠졌다.
그 때 취재한 것들을 난 아직도 기사화 하지 않고 있다.
한 두 번의 취재로는 철거민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나의 판단때문이다.

이제 나의 두서없는 글을 마치고자 한다.

'좋은 기사는 기자의 가슴을 뛰게 하고', '모든 시민은 기자'이지만, 기자회원은 일 개 '힘없는 게릴라'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자는 절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더구나, 기자가 되기 위한 그 어려운 과정을 겪지도 않고, 신분보장도 없이, 기자처럼 뛰며 취재한다는 것은 여간한 뚝심아니고서는 힘들다.

난 그 날 분명히 느꼈다.
'명예롭게 기자로서 죽는 것'이 아니라, 일개 기자회원으로서 생명의 위협까지 맞닥뜨려 취재를 했던 '개죽음'의 위협을 당하면서...

덧붙이는 글 | 앞으로 저는 오마이뉴스 독자로서만 남을 것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진정한 대안.진보언론으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김태섭 기자회원의 글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답변>

김태섭 님의 탈퇴의 말씀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김태섭 님은 그 누구보다도 강한 열정을 가지고 오마이뉴스를 위해 일해 왔습니다. 김태섭 님이 기자회원으로 활동해온 이력은 사실 일반 기자로서도 해내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그런 일(취재 활동) 속에서 김태섭 님이 느낄 수밖에 없었던 한계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그 한계는 김태섭 님 개인이 느끼는 한계가 아니라 모든 기자회원과 신생 언론사인 오마이뉴스 내부기자 모두가 공히 느끼고 있는 한계이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어떻게 일반 시민이 기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 의식의 차이는 이런 데 있습니다. 일반 시민이 기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기자라는 개념을 기존 언론사의 일반기자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오마이뉴스가 말하는 기자라는 개념은 일반 시민이자 건강한 생활인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들을 뉴스로 전달하는 기자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마이뉴스는 모든 기자는 시민이다라는 모토를 내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오마이뉴스의 기자회원은 일부를 제외하면 기존 언론의 직업기자가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기자회원 대부분은 명함은 물론 기자증도 없습니다. 현장에서 '기자'라고도 밝히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런 한계 속에서도 오마이뉴스가 새롭게 개념정립한 '기자'로서의 역할을 해낸다는 것, 그것이 바로 오마이뉴스의 장점이자 일종의 언론문화 혁명인 것입니다.

김태섭 님을 비롯해서 많은 기자회원 여러분들이 오마이뉴스의 한계를 지적해 오셨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 바로 그 한계 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활인으로서의 기자 활동을 한계로만 받아들인다면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기자증 없이도 철거민투쟁 현장에서 취재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내는 외로운 개척자들인 셈입니다. '기자'라고 밝히기 이전에 '한 시민'으로서 그 현장에서 당당히 취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당당함이야말로 기자증보다 더 필요한 자세일 것입니다. 그것은 기자의 권리 이전에 한 시민의 작은권리일 것입니다.

그 외로운 개척자들에 의해 오마이뉴스는 많은 특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외로운 개척자들이 보낸 새소식들은 새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김태섭 님이 지금까지 품어왔던 뜨거운 애정으로, 오마이뉴스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함께 극복해가는 기자회원으로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김태섭 님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오해 또한 깨끗이 풀어주기를 바랍니다. 오마이뉴스는 김태섭 님의 부천국제영화제 취재를 위한 데일리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리고 기자회원을 위한 '오마이뉴스 명함'은 예전에 공지한 기준에 의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필요로 하는 기자회원에게 발급하고 있습니다.

또 외부 기자회원의 취재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사안에 따라 인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경우 내부기자들이 결합해 취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취재기자 8명이 해낼 수 있는 일의 한계는 분명하기에 모두 응해 드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오마이뉴스는 현재 내부인력이 많지 않은 관계로 한두가지 사안에 대한 '집중취재'를 전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 내부기자들이 집중할때는 철거민촌 이야기는 마음은 있되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더욱 발전하여 현재보다 약 2배정도 내부기자를 채용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운 여름, 김태섭 님을 비롯한 기자회원 여러분 모두의 건강을 빌며, 김태섭 님의 말대로 거듭나는 오마이뉴스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장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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