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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포항 항도중학교 1학년 학부모회가 주축이 되어 기존 업체의 끈질긴 반대를 무릅쓰고, 교복의 공동구매 입찰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교복값을 현격하게 낮춘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의 인터뷰 주인공이자, 이번 일을 앞서 이끈 김정희 여사는 1학년 학부모이자, 학교 운영위원회의 부위원장입니다. 인터뷰는 7월 10일에 있었습니다. - 편집자 주)


반갑습니다. 김정희 여사님이시죠? 교복 값을 반 이상 줄이는 일을 하셨던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은 학교 운영위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입니다. 이런 일 하자고 학교 운영위원회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게 그렇게도 어려웠습니다. 그 동안 교복이 거품이 많았다는 것은 1988년 대구 도원중의 경우 공개 입찰 결과, 186,000원의 동복 값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을 보더라도 자명한 일입니다.

대전의 문지중도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공동 구매 입찰 방식을 선택한 선례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학교가 교육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학교 운영위가 구성되었으면 당연히 그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교복 구매 방식은 학교에서 디자인을 정해주고 각 업체에서 가격을 자유롭게 매기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결국 교복은 지역 안에서 사 입을 수밖에 없기에 자유 경쟁가격이라 보기 힘들고 오히려 담합의 인상이 짙다고 봅니다. 김여사님, 포항 항도중 1학년 학부모회에서 실시한 공동 구매입찰의 결과는 어땠습니까?

"동복의 경우 15만원에서 23만원 하던 것을 새한 파트너 울 50% 짜리로 해서 여학생 8만8천10원, 남학생 9만4천2백6십원 했지요. 결과적으로 1학년만의 경우 3천만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본다면 엄청난 비용 절감이 예상됩니다. 학생 수를 곱하면 얼마나 될까요?"

유치원까지 합하면 수천 억 이상 조 단위 정도로 비용 절감되리라 추측됩니다. 그런데 지역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찮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이루 말을 다 못합니다. 유명 메이커 측에서 입찰하기 전날 밤 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와 딸 아이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 전화했지요. 그래서 그 때 내가 분명히 말했습니다. 만약 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당신들이 한 짓이라고 믿겠다. 그리고 다음날 입찰을 보려고 하는데 메이커 업체들이 몰려 와 입찰 훼방 목적으로 엄청 시끄러웠죠. 그때 제가 이 이야기를 그 자리에 참석한 업자들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그냥 하는 줄 아느냐? 나도 이 일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 하나 희생해서 고통받고 대신 그 혜택을 전 국민이 다 나눈다면 그 의미가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각오하고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나의 딸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 전화를 한 사람도 바로 저기 와 앉아 있다. 나는 그것을 이미 녹음해 두었다 라고 폭로하자 그 순간 이후 그 자리가 조용해졌습니다.

제 친척 중에 수사 반장님이 계셔서 이런 일로 협박에 시달린다고 상담을 드리니까 녹음을 하라고 그랬지요. 그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입찰이 성공적으로 치루어졌습니다."

제가 법을 모르지만 공갈협박죄는 분명하고 심하면 살인미수죄까지 적용될지도 모르겠군요.

"교복 입찰을 끝내고 돌아선 나는 지옥을 건너온 기분이었습니다. 4월초부터 지금까지 겪은 3개월이 30년처럼 여겨졌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오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이 세상에 홀로 서 있다는 느낌, 너무 외로웠다.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게 누굴 위한 거냐? 내가 혼자 잘 먹고 살기 위해서인가? 다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우리 선생님들의 건전한 양심과 더 나아가 우리 선생님들의 교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받는 이 수모가 대체 무슨 일인가 하는..."

다른 건에도 거품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학교가 교육 공동체라는 인식을 교사 학부모 학생이 다 해야만 학부모의 역할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공동체 내에서 함께 고민하며 문제 해결을 하는 과정은 민주적인 리더쉽의 형성 과정과 같은 것이지요.

거품의 근본 원인은 학교가 교육 공동체라는 인식을 다 함께 못한 채 학부모는 개별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앨범, 수학여행 등 학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이 있지요. 앨범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교사인 저로서는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힘내시고 계속해서 이 운동이 확산되도록 애 써주십시오. 저희 경주 지역과 포항 지역은 올 여름부터 준비하여 많은 학교가 이 운동에 참여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 때 사례 발표 부탁드립니다.

"언제든 불러 주세요. 달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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