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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평화네트워크 공동기획인 '주한미군 없는 한국을 준비하자'의 연쇄 인터뷰의 하나로 진행한 이장희 교수(한국외국어대, 국제법)와의 인터뷰는 24일 한국외국어대 교수회관 연구실에서 있었다.

이장희 교수는 현재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민화협 정책위원장 등 민간통일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진행은 평화네트워크 평화문제연구회 회장인 서보혁 기자가 담당했다. 지난 번에 두번째 내용이다.

교수님께서는 독일에서 공부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먼저 현재 한반도 상황을 유럽과 비교해서 간단히 진단해주시죠.

"네. 유럽은 냉전체제에 블럭간 대립이 기구적으로 형성되었죠.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그것이죠. 그리고 유럽안보협력회의가 설립되었어요.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한 이후 양독관계의 진척에 이런 두 블럭과 유럽안보협력회의가 일정한 역할을 했어요. 즉 기본조약이후 서독은 동독이 합의사항을 위반할 경우 유럽안보협력회의에 폭로하여 합의사항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동서 양진영간 블럭은 결과적으로 양독간 분쟁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는 이런 다자적 안보협력기구가 부재함으로 해서 남북간 분쟁해결 및 중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점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정부가 회담결과를 주변 각국에 설명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평양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물론 남한내에서도 그렇지만 남북한이 미국 등 관련국들과 갖고 있는 국제적 문제도 새롭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한미간의 문제를 상호방위조약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냉전시대에 맺은 군사동맹조약입니다. 물론 이와 같이 북한도 냉전시대에 중국, 소련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었죠. 아무튼 이 조약은 북한을 겨냥하여 맺어진 것입니다. 화해협력시대를 열어갈 상황에서 양 정상이 '남북한 공동선언'에서 전쟁상태의 종식과 군축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 내용에서는 조약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상호성이 결여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먼저, 이 조약 5조에서 무기한으로 유효하다고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단서로 어느 일방에서 조약의 정지를 하려고 할 경우 1년 전에 통고하기로 되어있어요. 이것은 우리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에게 의존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것은 미국이 필리핀, 일본는 각각 25년, 10년씩 조약 개정을 논의하도록 되어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안보상황 변화를 조약에 반영할 수 있는 조건이 근원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겁니다.

둘째는, 전토기지공여주의입니다. 미국은 필리핀, 일본과는 미군기지를 지도를 첨부하면서까지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비해, 4조에 보면 우리와는 한국의 모든 영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이 자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우리의 모든 국토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 심각한 주권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조약 전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미국은 이 조약의 목적을 태평양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조약은 양국간 상호방위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한국의 모든 곳이 미국의 태평양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실제로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매향리 훈련장도 괌이나 오끼나와, 심지어는 미 본토에서 비행기들이 와서 폭격훈련을 하고 있어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행정협정이나 미사일 양해각서도 그 모법인 이 방위조약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북한도 관련되어 있는 정전협정의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를 살펴보죠. 먼저 북한이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이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제법적으로도 정전협정의 당사자문제와 평화협정의 당사자문제가 복잡하거든요. 정전협정은 북한, 중국과 유엔사령부간에 맺어졌죠. 북한은 이를 근거로 해서 평화협정 체결도 미국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남한을 배제하자는 거죠. 북한은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어 미제국주의의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는 남한과는 상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북한의 이런 입장은 미국을 통해 체제안보를 담보받으려는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교수님, 그럼 이런 문제에 관한 국제적 사례는 어떻습니까?

"국제적 경험으로 볼 때 정전협정의 당사자와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정전협정의 당사자문제는 정치적 성격이 작용하고 있는 것도 발견되요. 이런 점에서 한반도는 전자의 경우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후자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가지 다행스런 점은 지난 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5조에 남북이 공고한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즉 평화체제 형성을 위해 남북이 당사자로서 기여하자는 얘깁니다. 남북이 참여한다고 할 때 평화협정보다는 평화체제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협정은 국가를 단위로 하는 전쟁 당사자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영토조항, 전범처리, 손해배상 등의 문제가 기본적으로 포함되는데 남북간에 이런 문제가 기계적으로 적용되면 남북간 갈등과 유엔 참전국의 개입 등 문제가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남북간에는 평화공동선언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선언에는 최소한 전시상태를 종식한다는 선언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를 양측 국회에서 비준해서 효력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들이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와 직결되는 문제인 주한미군문제입니다. 교수님은 남북한이 주한미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언론 보도를 유추해보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들은 주한미군이 현상황에서는 동북아의 힘의 균형과 안정을 보장하는 균형자,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김 대통령이 이러한 점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충분히 설득했을 것입니다. 즉 현재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힘의 공백이 발생하여 중국과 일본간에 패권경쟁이 야기되고, 그러면 남북관계의 화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북한의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이, 작전계획 5027에서 보듯이, 남한의 북한 공격을 억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을 겁니다. 사실 미국은 95년 나이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이래 10만 명 규모의 미군을 아시아태평양지역에 계속 주둔시키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주한미군도 계속 주둔할 것입니다. 최근 방한한 올브라이트 장관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는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 주한미군이 궁극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정한 단계까지는 균형자, 조정자로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일정한 단계'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집단적으로 보장할 동북아6자안보회의가 성립되는 때를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쌍방간의 동맹관계로 주둔하는 지금과 같은 미군의 역할은 사라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 속에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방위조약이나 한미행정협정의 불평등성과 주한미군이 우리 국민들에게 벌이는 인권 및 생존권 침해 등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오늘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남북화해와 통일을 열어가는데 있어서 국내외적으로 처한 문제들의 해결 방안, 특히 이와 관련한 법적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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