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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택시청 에바다 천막 농성장.
또 다시 하루밤이 가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평택시청 앞은 탁트인 곳이고 8차선 대로가 잘 닦인 곳이라 일단 동이 트면 지열이 대단하다. 같이 천막에서 잠을 자던 선생님이 아침을 먹으러 가잔다.

잠결에 덜컹거리는 봉고차를 타고 10여분을 달리니 어느 공장 앞에 다다른다. 아니 언뜻 보기에는 막 전쟁을 치른 군부대 같았다. 담벼락에 높다랗게 둘러쳐진 철조망이며 군데 군데 걸린 찢기고 너저분한 플래카드들이 정문에 걸려 있었다.

담벼락 한켠의 금빛만 찬란히 동방제약이란 글자만이 컬트적으로 달려 있을 뿐이다.
'동방제약'
징코민이라는 혈액순환제재로 꽤나 수익률 높은 제약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아침으로 밥을 대접해야 하는데 미안하다며 라면을 끓어 주시는 노조 간부 아저씨의 얼굴은 너무나도 피곤하게 보인다. 그리고 온 몸에 상처 투성이다. 정문을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천막과 널다란 작업장에 웅크리고 있는 아궁이에서 우리의 아침이 만들어 지고 있다.

내 형뻘이나 됨보임짐한 노조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어본 즉, 동방제약은 한마디로 무법천지의 세상이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거의 모든 수당(잔업수당, 연·월차수당, 여성보건수당, 특근수당) 등을 전혀 지급해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동법 의무사항인 4대 보험(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역시 단 하나도 실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동방제약 노동자들은 아이가 아파도 보험증이 없어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고 밤늦도록 일을 해도 저녁 조차 먹지 못하고 일을 해야만 했다. 기자는 정말 아직도 이런 회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기자를 아연 질색케 한 것은 이 동방제약의 박화목이라는 대표이사의 행태였다. 그는 식당과 지하강당에 예배당을 꾸며 놓고 절실한 기독교 신자임을 자임하면서 사원들에게 매주 월요일 한시간씩 일찍 출근하도록 강요, 예배를 보도록 하였다.

만약 예배에 불참하면 시말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사원들의 종교의 자유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동방제약은 말그대로 박화목 대표이사의 소왕국이었다. 뿐만 아니라 동방제약은 사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채 6개월도 되지 않은 열악한 회사였다.

사원들의 사내 점심식사는 주 메뉴가 밥, 김, 국밖에 없는 일제 징용 시대의 배급식사보다 못한 수준이었고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고자 결성된 노동조합 역시 인정하지 않으면서 노조 활동을 하는 사원들을 존재하지도 않는 영업소로 부당하게 인사방령을 하는 등 노동조합의 대화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또한 회사는 현재 직장 패쇄를 해놓고 관리직을 동원하여 불법적으로 생산을 재개하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 6월 초에는 용역강패를 동원, 파업 중인 조합원들 강제 퇴사시키려 하였으나 오히려 지역 민주노총의 발빠른 대응으로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박화목 대표이사는 노동부 검찰 법원의 중재에도 응하지 않고 연락조차 두절한 상태이다. 조합원들은 석달 째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싸우고 있다.

◆ 동방노동조합 요구사항 ◆
1. 직장 패쇄 철회
2. 각종 수당 지급
3. 4대 보험 실시
4. 밥·국·김뿐인 점심식사 개선
5. 성실한 단체교섭 이행

덧붙이는 글 | 대표이사 박화목은 지금 현재 서울의 어느 교회에 은거 중이라고 합니다. 개인비리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다 심층적인 취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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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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