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9일 금요일 오후 2시. 매향리는 언제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평화롭기만 했다.

쿠니 사격장에는 공휴일을 제외하곤 주중이면 언제나 걸려있던 주황색 깃발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매향리 주민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비행기 소리, 기관총 소리, 폭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쿠니 사격장에는 오히려 오늘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이 한가로이 밭을 일구고 있었다.

"살 것 같아. 평생 이렇게 한가하게 밭을 돌본 적이 없어. 주말이 되어 사격장에 사격이 멈추면 그날은 쉬지도 않고 일을 했지. 나뿐이 아니야. 사격장 안에 밭을 일구는 마을 주민들은 모두 정신이 없었지."

매향 2리에 살고 있는 김정옥(74세) 할머니는 깨밭을 일구던 손을 놓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6월 6일 '매향리 분노의 날' 뜯겨 나갔던 쿠니 사격장의 철책들과 시멘트 기둥들은 어느덧 새 강철 기둥과 은색 철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직 엉성하기는 하지만 잠시나마 매향리와 하나가 되었던 쿠니 사격장은 다시 세워진 철책에 의해 나뉘어 졌다.

'매향리 미공군 폭격연습 주민피해 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임시 상근을 하고있는 환경운동연합의 박항주 간사는 "어제 오후부터 기둥과 철책이 세워지기 시작했어요. 공병으로 보이는 3명의 미군과 한국인 군속 2명이 작업을 하더라구요." 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에 대해 '주민피해 대책위원회 임시위원장' 최용운(45)씨는 "저렇게 해놓아도 아무 소용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전만규 위원장을 석방시키지 않고, 6월 14일 사격을 재개한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뽑아 버릴 겁니다. 두고 보세요. 6월 14일 전 매향리 주민들이 들고 일어설 겁니다. 매향리 주민들 100%가 쿠니 사격장 철폐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항주씨는 "14일 폭격이 개시된다면 육상시위는 물론이고 해상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다"면서 "6월 6일 시위는 경고였지만 이번엔 실력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6월 14일에는 더욱더 많은 시민들이 쿠니 사격장 철폐를 위한 항의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