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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경인여대 학보사에 학우들이 체감하는 일상적인 불만이 무엇인지 취재요청을 하였다. 이 글은 주영미 학보사 편집장이 쓴 글이고 사진은 학보사 사진기자가 찍은 것임을 밝혀둔다.>

지난 5월 23일 인천시 계양산 아래 위치한 경인여자대학에서 4000여 학생 및 교수와 직원이 비리재단 퇴진을 외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80년대 광주 항쟁! 2000년대 경인항쟁'의 구호 아래 찌는 듯 더운 한 낮에도 꿋꿋이 나와 시위를 하는 경인인.

가지런히 다듬어진 푸른 잔디와 같이 가꿔지고 길러지는 이른바 경인 왕국! 이번 상황의 주역인 경인 학우들은 학생권리 침해와 열악한 교육환경을 바꾸어내고 자신들이 주인이 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오른쪽 잔디밭 한쪽에 자리잡은 가장 많은 인원의 멀티미디어 정보전산학부. 멀티미디어 정보전산학부는 1, 2학년과 주야간을 합쳐 800여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불만은 인원수(?)이다. 한 반에 수업을 듣는 사람이 거의 60여명인데 비해 컴퓨터는 40대 정도이고, 게다가 절반은 고장이나 필요한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한 대에 세 명이 함께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2000년도 신설된 피부미용학과이다. 피부미용과는 1학기 동안 실습을 한번도 못해 봤다며 입학 후 지금까지 계속 공사중이라고 말했다. 또 "등록금은 260만원이나 냈는데 재료비로 사용되는 비용이 개인당 30~50만원이나 되고 단 한 명밖에 없는 전임교수가 두세 과목이나 맡는 게 말이나 되냐!"고 분개하였다.

산업환경 공학부는 학과의 특성상 많은 실험 기구와 실습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실습실의 기자재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산환과의 한 학생은 "실험기구도 부족하고 실습실 사용 또한 허가하지 않는데 실습비는 왜 꼬박꼬박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에 힘을 합쳐서 일어나 학생의 권리를 되찾자고 말하였다.

또 전임교수의 부족으로 대부분이 비전공 강사이고 실험실습시에 위험한 약품을 다루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위험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99년에 개관한 스포토피아관(체육관)은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수영장, 볼링장, 실내 골프장, 에어로빅장, 헬스장 등 엘리베이터까지 웬만한 스포츠센터 못지 않은 시설의 이 곳은 사회체육학과의 효율적인 학습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건립되었다.

그러나 정작 사회체육학과 학생들은 6시 이후에는 체육관 건물에서 수업을 못하고 특히 야간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고 말한다. 이유는 2층에 위치한 백창기 이사장의 사택 때문이다. 이사장이 사는 곳에서 늦은 시간 시끄럽게 해서 거슬린다는 게 이유.

결국 체육관이 강의실인 사체과는 비인기 학과라는 명목을 붙여 본관 지하강의실로 옮겨졌다. 왜 강의실 옆에 초호화 외제 장식 가구로 꾸며진 이사장 사택이 지어졌는지 의문이다. 야간 수업의 경우 늦은 10시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사체과의 한 학생은 "아침에 운동을 하면 가정부가 나와서 조용히 하라고 하고, 엘리베이터는 자물쇠로 잠겨진 채 열쇠는 학장이 가지고 있고, 학생들이 왔다갔다하는 게 시끄럽다면서 중앙 통로도 통제하여 복도 끝 통로만 이용했었다. 우리가 마치 더부살이하는 느낌이다!"라고 분개하였다.

또 지역사회주민뿐만 아니라 경인여대 학생까지도 비싼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가장 이해가 안가는 것은 사체과 학생마저도 등록금 외에 체육관 시설 사용료를 별도로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간호과는 토요일이나 방학기간에 이뤄지는 특강의 경우 도서관 에어컨 비용과 화장실 사용료까지 내고 있다. 학생이 공부하는 도서관에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는 무엇인지. 대학 도서관이 마치 개인독서실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도 새로 개관한 유아교육관은 컴퓨터시설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고 단 한 개뿐인 창작공예실은 240명의 유교과 학생이 함께 쓰는 실습실이다. 참고로 이 건물은 인터넷 보육센터와 함께 사용하여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된 경우이다.

김길자 학장은 경인여대는 정보통신부지정 우수학교로써 각과마다 컴퓨터관련수업을 필수로 듣는 것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작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는 부족하고 컴퓨터를 켜보지도 못하는데 무슨 정보통신학교냐고 학생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잔디밭에 들어갈 수 있는 기쁨 또한 이번 싸움을 시작하면서 학우들이 누리게 된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느 대학처럼 잔디가 펼쳐진 대학 캠퍼스를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조차 없었다. 대학교정을 '조각공원'으로 꾸미고자 했던 김길자 학장의 주아로 인해 학우들은 빨랫줄로 둘러싸여 온갖 조각상이 놓인 잔디밭을 쳐다보기만 해야 했다.

일명 '학장이 가꾸는 학교'라 일컬어지는 경인여대. 사학재단으로서 최고의 비리를 자랑하는 백씨 일가에 대한 학우들의 분노는 앞으로의 투쟁 의지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번 투쟁은 경인학우들에게 있어 그 동안 억압받고 있던 학생의 권리를 회복하면서 진정한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현재 경인여대 총학생회는 그 동안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학생들을 전유물로 이용했던 백씨 일가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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