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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마이뉴스 기사 중에는 헌혈이 좋은 일이지만 강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것을 보면서, 헌혈에 대한 바른 인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한번 쯤은 길거리에서 버스를 세워놓고 헌혈을 하라고 매달리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줄달음을 치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뿌리쳐 본 경험이 있을 테니까.

좋은 일인 줄은 알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은, 시간이 없거나 선행을 강요당하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헌혈의 경험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큰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는 매출감소를 우려한 상인들과 주차단속요원들의 불법주차단속 때문에 헌혈버스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일명 ‘드라큐라’로 불리며 헌혈을 ‘강요(?)’해야 하는 자원봉사자들 또한 ‘뺨까지 맞아가며 수모를 당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고들 한다.

헌혈은 전국의 각 시.도에 있는 16개의 적십자혈액원이나 자체 혈액원을 가진 각 급의 병원, 그리고 전국의 각 시.도 곳곳에 있는 36개소의 헌혈의 집과 바로 이 헌혈버스를 통한 가두헌혈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그래도 헌혈버스가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헌혈’에 대한 생각을 상기시키고, 가장 가깝게 있으면서 쉽게 응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헌혈인구는 250여만명으로 혈액자급자족 수준인 320만명에 크게 못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사회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우리는 각종 대형화된 사고에 더 많이 노출되고 혈액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 등 혈액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끊이지 않는 대형사고, 세계 1위의 교통사고 발생률, 100만명에 달하는 매춘여성과 부실한 에이즈환자 관리라는 우리나라의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이런 상황들이 언제나 나와 무관하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헌혈이란 건강한 사람이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기의 피를 나누어 주는 인간의 행위 중에 가장 숭고한 사랑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인공심장까지 만들고 있는 첨단 의학도 혈액의 일부 성분을 합성,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혈액 자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혈액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것도 현재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 사람의 생명을 사고 팔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혈액도 상업적으로 유통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혈액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길은 결국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헌혈해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헌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는 '혈액 관리법'에 헌혈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깨끗한 혈액으로 수혈 받는 환자를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헌혈자의 건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는 17∼65세여야 하고 간염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등 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으면 안된다. 또한 최근에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감기 등을 앓고 있거나 최근에 수술이나 수혈을 받았든가 마약 중독, 알코올중독자여서도 안된다.

헌혈자를 보호하기 위해 체중이 남자는 50kg, 여자 45kg 이상, 최고혈압이 100∼200mmHg, 최저혈압이 60∼110mmHg, 맥박 60∼110/min, 혈색소 12.5g/dl 이상, 혈액비중 1.053 이상인 사람만 헌혈을 할 수 있다. 또한 전(全)혈을 헌혈한 사람은 2개월이 지나야 다시 헌혈할 수 있다.

성분헌혈은 혈소판이나 혈액응고인자와 같은 혈액내의 필요한 성분만을 뽑아내고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 주는 것으로, 조금 오래 걸리지만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헌혈한 피에서 성분을 모으지 않고 한 사람에게서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혈액의 성분 중 회복기간이 가장 긴 적혈구를 되돌려 줌으로써 헌혈 후 1주일만 지나도 또 헌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헌혈자에게는 ‘헌혈증서’를 교부하고 여러가지 검사를 시행하여 그 검사결과를 본인에게 통보한다. 간기능(ALT)검사에서 이상을 보이거나, B형 및 C형 간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헌혈자에게는 추가검사를 실시한다.

검사하는 항목은 기초검사 항목으로 ABO식 혈액형, Rh식 혈액형, B형 간염항원, C형 간염항체, 에이즈 바이러스 (HIV) 항체, 매독항체, 간기능 (ALT) 등과 추가검사 항목으로 간기능 (AST), 총단백질/알부민, 콜레스테롤, 요소질소 (BUN) 등이다.

이러한 검사결과와 받는 헌혈증서는 헌혈자가 수혈을 받게 될 경우 혜택을 주기 위한 것으로 헌혈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타인에게 그 권리를 양도하여 같은 혜택을 받게 할 수 있으며 양도는 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병원에 입원하여 수혈을 받게 되더라도 이 증서로 수혈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다.

보통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헌혈해도 몸에 아무런 해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인체는 매일 50ml 정도의 혈액을 새로 만들어내고 소변 등으로 그 만큼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니까 지금 몸 안에 가지고 있는 혈액도 3-4개월이 지나면 전부 새로운 피로 대체되는 셈이다.

또 우리의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인체의 혈관 속에는 전체 혈액량의 절반밖에 없다. 나머지 반은 혈관 밖 각 조직에 펴져 있다가 출혈이 생기면 즉각 혈관 속으로 모여들어 불과 1-2시간 이내에 혈관 내 혈액량을 유지하게 된다.

게다가 모든 나라는 헌혈자의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의 1회 채혈량과 헌혈간격을 그 나라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1회 헌혈량을 400-450ml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320ml 또는 400ml이고, 헌혈간격은 2개월로 하고 있다.

즉 건강한 사람에게서 1회 수혈은 신체기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헌혈 후 정신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어 생활에 활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수십 회에서 100회 이상(1년에 평균 5회씩 20년을 계속) 헌혈을 한 사람들에서도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영향이 없음이 확인된 바 있다.

이제 더 이상 헌혈차를 애써 피해다니며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자.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모르지만, 잠시의 시간(10-20분)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과 이웃과 사회를 위해 큰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

자신의 건강도 체크하게 되고, 다른 봉사활동과 달리 증서가 남기 때문에 보람뿐만 아니라 흔적을 남기게 된다. 한 번 받으면 모으는 취미(?)를 갖게 될 수도 있다. 그 증서를 또 필요한 사람들에게 양도하면 한 번 헌혈로 두배의 헌혈을 한 결과가 된다.

오늘 퇴근시간에는 누가 붙잡기 전에 먼저 헌혈차를 찾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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