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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 일부가 '5·18전야제 룸살롱 사건'에 관련된 <제3의 힘>은 5월 30일 오후 7시 40분부터 11시 15분까지 숭실대에서 비상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회에는 400여명의 회원 중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된 새천년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우상호 서대문갑지구당 위원장을 비롯,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인 8시경에 참석한 송 의원과 우 위원장은 "회원들에게 백배사죄한다"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5.18술판에 참석한 회원에 대한 징계여부가 안건으로 토론되었으나 최종결론을 내지 못했다.

제3의 힘은 이날 회의를 통해 우선 20여명의 실무위원회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새로운 실무위원회 구성을 위해 11명의 인선위원회를 만들었다. 제3의힘은 이 인선위에서 구성할 실무위에서 5.18술판 참석자들의 징계여부와 제3의힘의 향후 진로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는 30일 오후 7시 30분부터 총회를 현장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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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 - 우상호위원장과 송영길의원의 사죄

비상총회는 예정보다 40여분이 지난 7시 40분쯤에 시작되었다. 회의전, 실무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난상토론을 진행했다. 제3의 힘 해체이야기도 나왔고, 또 한편에서는 지금 제3의 힘을 해체하는 것은 수구세력이 원하는 바가 아니냐는 반대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난상토론을 통해 오늘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후의 진로에 대해 모색하기로 했다."

오늘 이 모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지대했다. 방송 3사는 물론, 주요 일간지들까지도 모두 몰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제3의 힘 총무 이정우 변호사는 앞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정우 변호사는 임수경 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을 삭제한 것에 책임을 지고 이미 제3의힘 총무직을 사퇴했다)

40여명 남짓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시작되었고, 5월 17일 사건에 대한 간략한 상황설명이 진행되었다. 이후, 이정우 변호사가 나와 임수경 씨 글삭제 경위에 대한 그간의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매우 빠르게 글을 읽어내려 갔으며,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8시 15분경, 5·17 전야 술판현장에 있었던 우상호(민주당 서대문갑) 위원장과 송영길(인천 계양) 의원이 총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사건 당사자 2명이 나타나자마자 카메라가 일제히 스포트라이트를 터뜨렸다.

우상호 위원장은 앞으로 나와 동지들 앞에 백배사죄한다며 "우리들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온 송영길 의원은 먼저 좌중에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존의 관행과 맞서 싸우지 못하고 창조적 문화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백배사죄한다"며 "여러분의 애정어린 비판과 질책이 앞으로 닥칠 수많은 유혹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침이 될 것이다"라며 다시한번 고개를 숙였다.

9시30분 - "공개냐 비공개냐" 논란

송영길, 우상호, 이정우. 세 회원의 징계안건을 낭독하기 위해 앞으로 나온 방송작가 이진순 씨는 처음부터 울먹울먹 말을 더듬었다.

"참배 이후 술집으로 인도한 선배정치인의 제의를 뿌리치지 못한 행위는, 구정치문화에 대한 경계심과 내적 긴장감이 느슨해졌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안일하며 우유부단한 자세는 젊은 개혁정치인에게 기대와 성원을 보낸 대다수 국민을 실망시키고 5.18의 세례를 받은 이 땅의 모든 젊은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이에 우리는 송영길, 우상호 두 회원의 제3의 힘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정지시킬 것을 안건으로 올린다."

이씨의 눈에는 기어이 눈물이 흘렀다. 잠시 뒤 가만히 땅을 바라보고만 있던 우 위원장도 안경을 벗고 잠시 눈을 훔쳤고, 카메라는 계속해서 이씨와 우씨를 향해 후레쉬를 터뜨렸다.

이씨의 안건 낭독은 계속됐다.

"설사 젊은 개혁그룹 전반에 대해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하더라도, 하나의 의견으로서 (임수경 씨 글을)공개하고 사실의 진위여부를 엄중하게 확인해 나가며 만일 과장이나 왜곡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시비를 가리는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제3의 힘이 모인 것은 바로 그런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뜨거운 열정 때문이었다.

독단적 삭제의 책임을 물어 이정우 총무의 제3의 힘 회원의 권리를 정지시킬 것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이씨의 울먹이는 낭독이 끝나자 회의장은 조용했다.

이때 몇몇 회원의 손을 들었다. 의사진행 발언이었다. 보다 심도있고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취재진이 없는 상태에서 비공개로 하자는 의견. 한 회원은 비공개로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우려했으나, 다른 회원은 혹시나 받을 오해를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솔직하고 심도있는 토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회원은 "굳이 비공개로 진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공개/비공개'여부는 표결로 이어졌다. 전체 참석인원 47명 중 공개 18명, 비공개 21명. 비공개가 많으나 과반수가 되지 못해 관례상 2차 투표가 실시됐다. 잠시 정회 뒤 실시된 2차 투표. 그 사이 한명이 더 참석하여 전체 48명 중 공개 24명, 비공개 18명. 약 30분간의 논란 끝에 총회는 당초대로 공개로 계속되게 되었다.

시간이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회의는 회원징계에 관한 안건부터 다시 계속됐다.

11시 15분 - "징계는 이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는다"

우상호, 송영길, 이정우씨 징계 안건에 대해 회원들은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건 단지 징계를 결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를 떠나 제3의 힘에 대한 그리고 자신들에게 던지는 의견이기도 했다.

세명의 당사자들은 회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위해 토론이 시작될 무렵 자리를 떠났다.

함운경 회원의 이야기로 징계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함운경 씨는 "5.18 참배를 갔던 386들의 행위가 잘못돼서 징계가 결정된 것인지 아니면 언론의 보도로 파문이 커져서 징계라는 말이 나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회원의 권리를 정지시키는 것은 과하다고 징계에 대한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징계 안건을 제출한 실무위원 이진순 씨는 "몰라서 그냥 넘어가는 것과 그 사건을 알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며 "우리들 스스로 내부의 잘못과 실책에 대해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 준 점에 대해 명확한 반성의 뜻을 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원들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책임과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며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그것이 과연 징계라는 방식으로 표현돼야 하느냐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차윤영 회원은 "세 사람 징계하는 것이 언론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세 사람이 반성을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반성을 하고 거듭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징계라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회원은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상당히 불쾌하며 왜 이 자리가 언론에 주목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의식하지 말고 소신껏 의견을 피력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제3의 힘 총회가 정치적 결과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애초에 상정된 세 명의 징계문제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11시까지 계속된 우상호, 송영길, 이정우 회원 징계문제는 결국 '징계처리 유보'로 마무리됐다. 400여명의 회원 가운데 이날 참석한 회원은 불과 50명 남짓 했고 회원들의 의견이 '징계'라는 처리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쪽으로 모아졌기 때문이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현 제3의 힘 실무위원회 사퇴와 (실무위를 구성할) 인선위원회 구성에만 합의한 채 향후 진로와 세 명 회원에 대한 징계문제는 새롭게 구성할 실무위 회의를 통해 확정하키로 했다.

폐회에 앞서 이날 모인 50여명의 회원은 모두 일어서 '결의문' 낭독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광주 술자리 파동은 80년대 세대와 국민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겨준 사건이었습니다'로 시작된 결의문은 상업적으로 부풀려진 386이라는 세대개념을 폐기하고 80년대 광주정신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밤 11시 15분 제3의 힘 비상총회는 끝났다.

제3의 힘 비상총회가 열리기 전에 만났던 최민 씨(그는 이날 위촉된 인선위원 중의 한 명으로 후배들의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전했다)는 이런 말이 했다.

"이번 일은 (우리세대가)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정도(正道)를 가는 것이지 않겠느냐. 끝까지 지켜보자"

11시가 넘은 시간 20여명의 회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숭실대 사회봉사관에 있는 '방'을 잡고 제3의 힘 향후 진로 모색을 위해 또 다른 자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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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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