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는 매일 선물을 보냈어.
우리 딸 선생님에게.

월요일엔 주홍빛 장미 한 송이와 안개 꽃.
화요일엔 그리 크지 않은 후지 사과 한 알.
수요일엔 학교에서 손을 닦을 때 쓰는 다이알 물비누 작은 것 한 개.
목요일엔 속에 캬라멜이 든 쵸콜렛 한 봉지.
금요일엔 사실 아이가 직접 만든 카드와 빅 허그(Big Hug)였는데 빅 허그만 선생님께 전달되었고 카드는 못 보냈다.

우리 딸은 카드 대신 선생님께 드릴 작은 책을 만들고 있었는데 아직 다 못 끝냈거든. 그 아이는 2학년이 끝나는 날 선생님께 드린다고 일년동안 가르쳐주신 내용과 자기 생각들을 그림과 함께 틈틈이 기록해왔단다. 다음주에 드릴 예정인데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는 '스승의 날'이라고 딱히 정해진 날은 없어.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5월이나 6월에 학년을 마치고 방학을 시작하는 만큼 학교에서는 5월 어디쯤 날짜를 정해 '선생님 감사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으로 지키고 있지.

우리 딸이 다니고 있는 버클리 레이크 초등학교는 바로 이번 주간이 선생님 주간이었어. 몇몇 학부모들은 선생님에게 마음의 감사를 선물로 표현하고 싶어서 여러 가지로 아이디어를 냈다.
그 여러 가지라는 것이 바로 내가 이 글 처음에 써 놓은 내용이야. 여기는 그런 식으로 많이 한다.

학부모 대표들이 꽃을 꽃아 놓을 꽃병과 과일을 담을 바구니 등을 준비해 교실 한 곳에 놓아두면 학생들은 월요일엔 꽃, 화요일엔 과일, 수요일엔 학교 생활 용품, 목요일엔 쵸콜렛. 우리 딸 담임인 미세스 팁튼이 쵸콜렛을 좋아하거든.
그리고 금요일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카드와 빅 허그.
그것들을 가져다가 꽃병에 꽂고 바구니에 담고 한번씩 안아 드리는 것이지.

집 앞에 피어있는 들꽃 한 송이를 꺾어가도 괜찮고 그러고 싶은 사람은 한 다발의 꽃을 사다가 리본으로 예쁘게 묶어 드려도 상관없다. 자기 마음껏 그리고 형편껏 하면 되는 거야.
21명이 월요일에 갖다 꽃아 놓은 꽃들이 어쩌면 그리도 다 다르던지. 그래도 가지런히 한 꽃병에 모인 꽃들이 너무 예뻤다.

선생님은 한 주간 보내온 선물이 참 고맙다고, 그리고 과일은 벌써 반이나 먹어버렸다고 이번주 가정통신문에 감사의 말을 적어 보냈고. 물론 잊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참여를 안 하는 학생이나 부모도 더러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나는 이 뿐 아니라 학부모들이 따로 선물을 마련하는 일에도 동참했는데 그건 탤리가 제안을 했었어. 자기 생각에는 선생님 가족이 함께 나가서 저녁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레스토랑 선물권을 드리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6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해 100달러를 만들었단다. 나는 10달러를 내었지. 탤리는 의외로 많은 돈이 모여서 레스토랑 선물권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선물권으로 바꾸어 드렸다고 엊그제 보고를 하더군.
참여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선생님께 드리기 위해 아직까지도 진행중인 학급선물이 하나 남아 있는데 그건 바로 학생들 모두의 손도장을 찍고 이름을 써넣어 드리기로 한 하얀 스웨터야.
엊그제 12명이 손바닥에 노란색, 핑크색, 초록색 페인트를 묻혀 스웨터 앞장에 알록달록 손 무늬를 만들었다. 지금 그걸 말리고 있는 중이고. 다음주에 뒷장에 또 9명의 손바닥을 찍어 다 마르면 종강파티를 할 때 선생님께 선물하게 되지.

내가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에 적극적인 것은 엄마들의 그런 열심들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리고 팁튼 선생님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그런 마음의 선물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지.
나는 그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잘 알고 있어.
캬라멜이 들어있는 쵸콜렛, 집에서 만든 쿠키, 타겟 혹은 리치스, 파리지안 백화점의 선물권.

얼마 전 그이의 생일에는 가디바 쵸콜렛 세트를 선물했다.
그걸 고르면서 나는 그이에게 그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선물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받아서 정말 좋은 것. 주어서 정말 기쁜 것.
주는 이가 학부모이고 받는 이가 선생님인 것에 상관없이.

덧붙이는 글 | 애초에 이걸 가사로 쓸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강종숙 기자님의 "나도 가끔은 마음의 선물(?)을 받고 싶다"를 읽고 여기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