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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황령산이라는 곳이 있다. 4개구 사이에 놓여있어 도심속의 녹지공간으로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부산시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야경은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입지가 좋은 산이기에 항상 '개발'의 무서운 포크레인 앞에 놓여 있었다. 몇년 전에는 온천개발을 통한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적 있다. 각 시민단체들의 끈질긴 싸움으로 결국 온천개발은 흉물스러운 절개지만 남긴 채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작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고인이 된 부산 시민운동의 1세대격인 고 이성희씨와 함께 여러 시민단체들의 끈질긴 반대에 온천개발은 이제 수면밑으로 들어간 상태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부산시가 이제 따뜻한 온천대신 차가운 스키장을 들고 나왔다. 어떤 개인사업자가 사업신청을 냈는데, 부산시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단다.

온천이 안되니 스키장이라도 개발해야겠다는 심산인 모양이다. 더구나 스키장을 실내, 즉 돔 형태의 최일류로 건설하여 지어 남부지역의 겨울관광객을 흡수하겠단다.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부산시는 시민을 무시하고, 탁상적이며, 몽상가적인 발상을 중지해야 한다. 지금도 이미 산 정상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개설로 황령산은 신음하고 있다. 더구나 산 정상에 미군의 레이더기지까지 있어 지금도 원형 그대로의 산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삽질을 한다는 것은 부산시민들에게서 녹지공간을 완전히 뺏어가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황령산이 필요한 것은 개발이 아니라 좀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원형을 유지시키는 일이다.

보행권을 비롯해 1인당 녹지공간 면적이 전국 최악인 부산에서 황령산마저 회색빛 건물들로 들어선다면, 부산은 그야말로 콘크리트만이 가득찬 도시가 될 것이다.

이젠 제발 개발의 망령에서 벗어나주기를 바란다. 개발과 발전의 개념을 명확이 이해하기 바란다. 황령산의 스키장 건설은 분명 질과 양의 동시만족을 가져오는 발전이 아니다. 그저 양적으로 풍부해지는 개발일 뿐이다.

과거 일단 먹고 살기 위해서 개발의 논리가 통용되었다면, 이제는 질의 풍요도 생각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들이 화창한 일요일 황령산에서 한가로이 김밥을 먹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반드시 보기 바란다. 그러면 이렇게 쉽게 산을 파헤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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