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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열린 '아동·청소년인권법안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현장.
 2일 열린 '아동·청소년인권법안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현장.
ⓒ 박홍근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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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이상해져 간다. 체벌은 엄격한 불법이다. 간접체벌 여부를 논해서는 안 된다."

안석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의 일침이다. 간접체벌을 허용토록 하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움직임을 두고 한 말이다. 인권위 고위급 간부가 정부 부처의 정책 추진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하고 나섰다.

교과부는 경기도·서울시교육청이 학생체벌을 금지하는 인권조례를 제정한 이후, 간접체벌 허용을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011년에 마련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안 국장은 2일 오후 '아동·청소년인권법안 제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비인도적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국가 위상에 맞게 아동권리협약 내용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아동·청소년을 훈육과 양육의 대상이 아닌 완성된 인격체로 봐야 한다"며 "아동·청소년인권법(인권법)을 국회에서 제정해 법적으로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교육기관서 자의적 인권침해 많은 나라'"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정례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교육기관 안에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연거푸 지적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정례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교육기관 안에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연거푸 지적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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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참가자들도 안 국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안석모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교육국장·박미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배경내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회자) 등이 참석했다.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정례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교육기관 안에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연거푸 지적한 바 있다"며 "그동안 진행된 학생인권조례 흐름에 맞춰 입법적으로 인권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미자 수석부위원장도 "학생들은 보통 팔이 부러지는 정도의 체벌이 아니면 그냥 넘어간다"며 "심각한 상황이 아니어도 일상적으로 학생 인권이 존중되는 식으로 학교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좌담회를 주최한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직접 마련한 인권법 제정안을 소개하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아동·청소년 인권침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정안 마련 취지를 설명했다.

"학교폭력·아동성폭력 등 자극적인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하는 분노를 넘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흩어진 아동·청소년 인권보장 장치들을 종합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미 지난 9월 10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인권법 제정을 공개 청원한 바 있다. 국회에서 인권법이 제정되면 시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의 실효성도 담보될 수 있다."

박 의원이 마련한 인권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 체벌금지 ▲ 표현의 자유 보장 ▲ 사회적 돌봄 실현 ▲ 아동·청소년정책위원회 설치 등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권법 내용을 구체화해 법적 실효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선언 위주의 법률만으로는 현장에서 학생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있는 법도 안 지키는 게 문제"... 인권법에 법적 실효성 주문

'학교폭력 희생자 추모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촉구 촛불집회'가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빌딩앞 원표공원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서울본부, 곽노현교육감 석방·서울혁신교육지키기범대위 등 청소년·인권·교육관련 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 '죽음의 학교'를 넘어 '인권의 학교'로! '학교폭력 희생자 추모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촉구 촛불집회'가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빌딩앞 원표공원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서울본부, 곽노현교육감 석방·서울혁신교육지키기범대위 등 청소년·인권·교육관련 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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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모 국장은 "헌법상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국내법처럼 적용돼야 하는데도 우리나라 법원은 이를 잘 이행하지 않고, 아동·청소년 노동권을 명시한 근로기준법도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있는 법도 제대로 안 지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안 국장은 "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행 여부"라며 인권법 조항의 이행체계를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실효성을 높이려면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며 "체벌·아동노동력 착취 등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선언만으로 부족하다, 실태조사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경내 집행위원장은 "아동·청소년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원 기관을 마련하는 등 실제 현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이 법안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단순히 학교 안이 아닌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서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복지 차원에서 조항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자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생활부장 교사 자살사건을 예로 들며 '인권적 측면과 교과부 행정방침의 충돌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법률을 제정해도 초·중등교육법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적용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권법을 초·중등교육법의 상위법으로 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태그:#아동청소년인권법, #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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