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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서울구치소에서 중앙징계위로 진술서를 보냈지만 이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진 전 과장은 지난 2010년 11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실이 담긴 진술서를 써서 중앙징계위에 보냈다. 하지만 이 진술서가 중앙징계위에 접수되지 않고 청와대로 전달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심에서 '1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양심선언' 작심?


진 전 과장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혐의로 지난 2010년 8월 구속됐고, 같은 해 11월 1심에서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진 전 과장의 '고민'이 깊어졌고, '양심선언'까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가 공개한 '최종석-장진수' 대화 녹취록은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은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경락 과장이 그간에 오늘 재판과정에서 증인신청을 쭉 해가지고, 뭐 청와대 수석들을 세우겠다, 뭐 이렇게 난리를 쳤거든. 그 이유가 뭐냐 하면 자기는 억울하다. … 그래서 '장진수도 희생하고 있는데 당신이 그렇게 하면 득이 될 게 뭐가 있느냐' 설득하고 있는 상황인데…."

 

또한 지난 3월 22일자 <조선일보>가 인용한 한 사정당국 고위관계자의 발언도 1심 실형 선고 이후 진 전 과장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 관계자는 "진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정권이) 나를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는, 이럴 수 있느냐'며 격분했으며, 변호사와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는 문제를 놓고 법률 검토까지 했었다"면서 "당시 유력 법조계 인사 등이 중간에서 (폭로를 말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진 전 과장을 아는 A씨는 "진 전 과장이 구속돼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잠시 들어왔다가 (감옥살이를) 경험하고 곧 나갈 거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금방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진 전 과장이 1심에서는 실형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진 전 과장은 '가만 있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런 와중에 중앙징계위가 열렸고, 진 전 과장도 '나가겠다'고 했지만 변호사들이 못 나가게 달랬다"고 전했다.

 

징계위에 보낸 '양심선언' 진술서는 어디로 갔나?

 

그런 상황에서 진 전 과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지난해 초 중앙징계위에 탄원서 형식의 진술서를 보냈다. 당시 중앙징계위 위원장은 MB 핵심참모인 맹형규 현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진 전 과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 진술서에 다 썼다"고 얘기했다. 이러한 사실은 3월 31일자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언급돼 눈길을 끈다.


이날 <조선일보>는 "진 전 과장이 2심 재판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2월쯤 자신의 징계를 논의하던 중앙징계위에 탄원서를 보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각각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의 배후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사정당국 관계자의 발언도 실렸다.

 

"작년 2월 구치소에 구속돼 있던 진 전 과장이 탄원서에서 '민간인 사찰은 이영호 전 비서관이, 사찰 증거인멸은 장석명 비서관이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진 전 과장의 탄원서(진술서)에는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중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셈이다. 검찰이 지난 2010년 수사를 통해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의 몸통으로 각각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 전 과장을 지목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문제는 진 전 과장의 진술서가 중앙징계위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여부다. <오마이뉴스>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주변에 "진술서가 징계위로 안가고 청와대에 인터셉트(intercept, 가로채기)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장석명 비서관이 <조선일보>에 내놓은 해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 비서관은 "나에 대한 내용이 사실과 전혀 달라 당시에도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진 전 과장이 중앙징계위에 보낸 진술서의 내용을 '청와대'에서 알고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특위 위원장은 "진 전 과장이 중앙징계위에 진술서를 보낸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는 거기에다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된 진실을) 사실대로 다 썼다"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그것이 중앙징계위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다른 곳에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진술서 보낸 이후 '폭로' 막기 위한 움직임 있었다?


청와대가 어떻게 진 전 과장의 진술서 내용을 알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진술서가 서울구치소에서 바로 청와대로 갔는지 아니면 중앙징계위를 거쳐 청와대로 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 인사는 "진 전 과장이 진술서를 구치소에서 중앙징계위로 보냈다면 그것은 반드시 중앙징계위에 전달되어야 하는 게 맞다"며 "그런데 어떻게 청와대가 진 전 과장의 진술서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진 전 과장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중대한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정부기구에 제출한 사실만은 확인됐다. 장진수 전 주무관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 2011년 1월에 열린 중앙징계위에 출석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관련기사 : 장진수 '폭탄고백', 1년 전 정부 '알고도 숨겼다')


특히 진 전 과장이 중앙징계위에 진술서를 보낸 이후에 그의 '폭로'를 막기 위한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A씨는 "진 전 과장이 징계위에 진술서를 보낸 뒤에 하루에도 여러 번의 특별면회가 이루어진 걸로 안다"며 "진 전 과장의 말에 의하면 국회의원도 오고 그쪽(정권) 진영에서 그를 달랠 만한 사람도 왔다"고 전했다.


이는 한 사정당국 관계자가 "진 전 과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양심선언을 검토하자 당시 유력 법조계 인사 등이 중간에서 말렸다"고 말한 것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진 전 과장은 자신이 양심선언을 시도했다는 주장에 "많이 왜곡된 것"이라며 "내가 사석이든 어디서든 억울함을 토로했을 수 있는데 그것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오마이뉴스>에 해명했다. 다만 그는 "(청와대 수석들이 아닌) 장진수를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다가 부하직원을 증인대에 세우는 게 볼썽사나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 : "내가 민간인 사찰 주범으로 둔갑... 사람들이 무섭다").


태그:#진경락, #민간인 사찰 의혹, #중앙징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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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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