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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주 기도한다. 그 대상이 신인 사람이 참 많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거나 어떤 일에 결과를 기다릴 때도 많은 사람들이 기도에 대해 말한다. 필자의 경우도 특별히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가끔씩 기도하는 심정이 될 때가 있다.

가족들이 제관의 앞에 서서 제관을 인도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집안 구석구석을 주문을 외우며 순회했다.
▲ 집들이의 시작 가족들이 제관의 앞에 서서 제관을 인도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집안 구석구석을 주문을 외우며 순회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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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필자가 사는 집에 집주인이 기도를 한다고 통보해왔다. 알고 보니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할 때 네팔 사람들이 하는 의식의 하나란다. 노래 소리 같은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싫지 않게 집 주변의 정적을 깨운다. 아침부터 부산스런 집주인의 움직임에 필자의 아내도 따로 제물과 적은 금액의 돈을 작은 쟁반 같은 곳에 제상처럼 차려서 바친다. 제를 올리는 곳에 한 사람의 제관이 노래를 하듯 주문을 외고 있다.

나중에 집 주인의 가족들이 간단한 제상을 받들 듯이 손을 모아 제관의 앞을 열며 집 구석구석을 돌았다. 나뭇잎으로 만든 그릇에 밥과 쌀 등 제수를 장만한 채로 집 안의 제일 높은 곳에 마련한 기도 방에 들렸다 옥상으로 나왔다. 그들의 뒤를 따르던 제관이 이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다. 네팔 사람들의 시간으로는 출근 전이니까.

네팔인들은 건물 제일 높은 곳에 기도공간을 만든다. 그들의 길흉화복을 상징하는 신들이 기도방에 자리잡고 있다.
▲ 기도방 네팔인들은 건물 제일 높은 곳에 기도공간을 만든다. 그들의 길흉화복을 상징하는 신들이 기도방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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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관이 신을 부르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 모두 곡식이나 곡식 가루를 이용했다.
▲ 기도를 주관하는 제관 제관이 신을 부르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 모두 곡식이나 곡식 가루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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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관이 옥상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곧 기도를 위해 의식을 준비한다. 먼저 곡식가루를 이용해서 사방과 오방을 그리는 듯 하더니 곧 형형색색의 무늬를 놓는다. 모두가 제관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마치 능숙한 화가의 붓의 필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사한 집 옥상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담장 안쪽이 인도대사관이다. 사람들이 길을 가고 차가 움직이는 곳은 오른쪽 끝부분의 영국대사관과 사잇길의 부요 도로다.
▲ 인도 대사관과 영국 대사관 사잇길 이사한 집 옥상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담장 안쪽이 인도대사관이다. 사람들이 길을 가고 차가 움직이는 곳은 오른쪽 끝부분의 영국대사관과 사잇길의 부요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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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대사관 곁에 위치한 집인데 외딴 시골집에 오래된 무속을 접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람은 모두가 자연 속에서 왔다는 것을 증거라도 하려는 것처럼 나뭇잎으로 만든 그릇에 담긴 곡식과 음식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원성을 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기도가 아닐까?

기도란 근원적으로 사람을 향한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나도 그 기도를 세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이다. 그 어떤 신을 향한 구원의 기도도 모두 사람의 일인 것이다. 그러니 기도하는 사람의 구원, 구원을 비는 대상인 신도 사람의 일을 하는 제관과 크게 다른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했다.

제관이 완성한 신을 부르는 지도 그리고 검소한 제물이 놓여 있다.
▲ 신을 부르는 지도 제관이 완성한 신을 부르는 지도 그리고 검소한 제물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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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바라보는 모든 일들이 사람의 일이다. 그러니 네팔인들이 기도에 충실하는 것은 그만큼 절실하게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일념의 다른 표현이란 생각이다.

기도로 나라를 잃은 사람들, 카트만두와 카트만두 인근 왕국의 주인이었던 네와리족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다시 그 기도로 사람의 길을 가려는 사람들 그들 모두가 궁극에 이르고자 하는 것은 평화로운 삶이란 생각이 든다.

새로운 집에 이사를 하거나 새로운 길을 나서는 여행자에게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도 인간은 기원을 품는다. 자신들이 시작하는 일 저편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것은 모든 인간의 일이다. 신념이 가져다주는 힘도 미래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은 신념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또한 사람을 구하자는 것이다.

한 가족이 제관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 소박한 제물과 소액의 헌금이 보인다. 하루 종일 하는 기도도 있으나 집주인은 간단하게 2시간 정도 기도를 한다고 했다.
▲ 제관과 가족 한 가족이 제관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 소박한 제물과 소액의 헌금이 보인다. 하루 종일 하는 기도도 있으나 집주인은 간단하게 2시간 정도 기도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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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사색이 머무는 곳에 신의 해방은 결국 인간의 해방이다. 신의 구원은 곧 인간의 구원이다. 그렇게 내 마음을 정리하며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길 위에 사람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네팔 네와리족, #네팔인들의 집들이, #네팔 카트만두, #김형효, #기도와 인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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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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