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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 노동운동이 변해야 한다고 노동자들에게는 여러 차례 훈계를 하면서 정작 경제인 자신들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  《하종강-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후마니타스,2006) 68쪽

 

 '변(變)해야'는 '바뀌어야'나 '달라져야'로 다듬습니다. "훈계(訓戒)를 하면서"는 '타이르면서'로 다듬고요. "시대의 흐름"은 "시대 흐름"으로 손보고, "경제인 자신(自信)들은"은 "경제인 스스로는"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는 "못하고 있습니다"로 손질합니다.

 

 ┌ 변화(變化) :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

 │   - 정국의 변화 / 변화가 생기다 / 변화가 오다 / 표정의 변화를 읽다 /

 │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다 / 사회적인 변화가 가속되면서

 │

 ├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 달라지는 시대 흐름을

 │→ 움직이는 시대 흐름을

 │→ 나날이 바뀌는 시대 흐름을

 └ …

 

 토박이말 '바뀌다'와 '달라지다'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는 낱말입니다. "예전과는 같은 모습이 아니게 되다"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실린 '변화' 말풀이를 보니, "바뀌어 달라짐"으로 적어 놓습니다. 같은 말을 잇달아 적은 꼴입니다. 이러한 말풀이는 잘못되었습니다. '바뀌다' 한 마디만 넣든지 '달라지다' 한 마디만 넣든지, 아니면 '다른 모습이 되다'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잘못 달려 있는 국어사전 말풀이를 느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아니, 어느 누구도 이런 앞뒤 어긋난 국어사전 말풀이를 안 느끼면서 어영부영 말하고 글쓰고 있지는 않을까 궁금합니다. 한자말이건 토박이말이건, 낱말뜻이 똑똑히 무엇인지를 제대로 헤아리면서 알맞춤하게 쓸 줄 아는 분이 있기나 한지조차 궁금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말을 가르치는 분들이나,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분들이나, 얼마나 우리 말과 글을 옳고 바르게 익힌 다음 가르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한테 말을 가르쳐 준 어버이나 교사도 우리 말과 글을 엉터리로 아는 가운데 가르치지는 않았을까요. 우리는 어버이와 교사한테 말과 글을 배울 때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는가를 꼼꼼히 살피지 못하면서 어른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을까요.

 

 ┌ 정국의 변화 → 정국이 달라짐 / 정치판이 바뀜

 ├ 변화가 생기다 → 바뀌다 / 달라지다

 └ 변화가 오다 → 바뀌다 / 바뀌게 되다 / 새 모습이 되다

 

 한자말 '변화'는 "바뀔 變 + 될 化"로 짜여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뜻 그대로 '바뀌는' 어떤 일을 가리킬 때에 쓰는 낱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꼭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그리고 한자말을 사랑한다면, '변화' 같은 낱말을 쓸 일입니다. 그러나 이 한자말을 쓰더라도 '변화하다' 꼴로만 써야지, '변화되다' 꼴로 쓰면 잘못입니다. "바뀌다 + 되다 + 되다"라 말하는 셈이 되니까요.

 

 구태여 이러한 한자말을 쓸 까닭이 없다고 느끼면서, 손쉽게 말하고 넉넉하게 생각을 주고받고픈 분들이라면, 스스럼없이 토박이말 '바뀌다'와 '달라지다' 두 가지 낱말을 알뜰살뜰 쓸 노릇입니다. 두 낱말로도 우리 생각과 뜻과 마음을 너끈히 담아낼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펼쳐 보일 수 있습니다. 빠짐없이 선보일 수 있습니다.

 

 ┌ 표정의 변화를 읽다 → 달라지는 얼굴빛을 읽다 / 낯빛이 어찌 바뀌는가를 읽다

 ├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다 → 아주 크게 바뀌다 / 확 달라지다

 └ 사회적인 변화가 가속되면서 → 사회가 빠르게 바뀌면서 / 사회가 금세 바뀌면서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하나하나 짚어 봅니다. 한자말 '변화' 앞뒤에 또다른 얄궂은 말투가 끼어듭니다. 토씨 '-의'라든지 '-적'붙이라든지. 토박이말 '바뀌다'와 '달라지다'로 우리 생각을 보여주는 자리에서도 이처럼 '-의'과 '-적'이 거침없이 달라붙을 수 있었을까요? '변화' 같은 낱말을 쓰면 저절로 '-의'도 붙고 '-적'도 붙는 말씨로 바뀌지 않을까요?

 

 꾸밈없이 쓰려고 하는 한 마디가 다른 말투에도 꾸밈없는 마음씨로 이어지지 않느냐고 생각해 봅니다. 있는 그대로 적으려고 하는 한 마디가 여느 말투에도 있는 그대로 나누려는 마음결로 옮아가지 않느냐고 생각해 봅니다.

 

 말 한 마디 잘 쓰면, 이러한 한 마디뿐 아니라 내 삶과 생각을 밝히는 모든 말마디가 아름다워지지 않느냐 싶습니다. 말 한 마디 잘못 쓰면, 이러한 한 마디뿐 내 삶과 생각을 털어놓는 모든 말마디가 얄궂거나 짓궂어지지 않느냐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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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 #화化,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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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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