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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만 해도 논두렁만 즐비했던 쑤저우 경제개발구는 중국 최고의 첨단 신도시로 변모했다.
 1980년대만 해도 논두렁만 즐비했던 쑤저우 경제개발구는 중국 최고의 첨단 신도시로 변모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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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

중국 상하이에서 서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도시 쑤저우(蘇州). 쑤저우는 북으로는 양쯔강, 남으로는 저장(折江)성, 서로는 타이후(太湖)와 인접한 장쑤(江蘇)성의 한 도시다. 난징(南京)에게 장쑤성 수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쑤저우는 2500년의 역사가 숨 쉬는 고도다. 쑤저우는 우리에겐 '오월동주' '와신상담'의 고사로 잘 알려진 춘추시대 오나라의 도읍이었다.

'동양의 베니스' 쑤저우, 최첨단도시가 되다

ⓒ 김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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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쑤저우는 드넓은 평야지대에 수자원이 풍부해 농사짓기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 양쯔강 및 바다와 인접하여 다른 지역과 교역하기 편리한 입지조건은 쑤저우를 상업의 도시로 번성케 했다.

쑤저우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흐르는 수로는 주변의 가옥과 잘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13세기 후반 이 곳을 다녀간 이탈리아 출신 마르코 폴로는 쑤저우를 '동양의 베니스'라 불렸다. 오늘날 대부분의 수로는 복개공사로 사라졌지만, 졸정원·유원·망사원 등 남아있는 고대 정원은 쑤저우를 고풍스런 도시로 정감나게 한다.

옛 사람들은 쑤저우를 아름다운 역사고도로서 여행차 찾고 싶어 했지만, 오늘날 쑤저우를 찾는 이들은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쑤저우는 말쑥한 정장에 노트북과 서류 가방을 든 외국 비즈니스맨이 즐겨 찾는 도시로 변모했다.

쑤저우 유명호텔에 머물다 보면 세계 각지에서 출장 온 사업가나 상사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쑤저우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쑤저우 내에 자리 잡은 경제개발구인 공업원구(工業園區)나 고신구(高新技術産業開發區)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쑤저우 공업원구와 고신구는 외국자본의 블랙홀과도 같은 개발구다. 중국 내 수많은 개발구 중 공업원구와 고신구의 외국기업 투자유치 실적은 최고다.

2008년 6월 현재 공업원구가 유치한 외자는 339.6억 달러. 이 중 70% 이상이 투자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이다.

공업원구에 입주한 외국 투자기업은 무려 3299개로, 세계 500대 기업만 77개에 달한다. 고신구도 2007년 말까지 15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고신구에 입주한 외국 투자기업은 1500여개인데, 그 중 67개는 세계 500대 기업이다.

전체 면적의 45%가 녹지로 이뤄진 쑤저우 공업원구. 거대한 공원과 같은 신도시를 연상케 한다.
 전체 면적의 45%가 녹지로 이뤄진 쑤저우 공업원구. 거대한 공원과 같은 신도시를 연상케 한다.
ⓒ 쑤저우공업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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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모형으로 건축한 공업원구 보세물류센터.
 컨테이너 모형으로 건축한 공업원구 보세물류센터.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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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부지를 중국 최고 경제개발구로 키운 공업원구

쑤저우 공업원구는 쑤저우 구시가지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공업원구는 전체 면적이 288㎢로 서울의 절반 크기지만, 상주인구는 2008년 현재 31만 명에 불과하다. 낮은 인구 밀도는 넓은 녹지 확보를 가능케 했다.

공업원구에 들어서면 수풀이 우거진 공원이 곳곳에 잘 조성되어 있다. 6~8차로 변에 잘 꾸며진 호수와 녹지는 공업원구를 경제개발구가 아닌 거대한 공원처럼 느끼게 한다. 실제로 공원원구의 녹지는 전체 면적의 45%에 달한다.

공업원구가 중국 내 다른 경제개발구와 달리 친생태적 입지조건을 갖춘 데는 싱가포르의 영향이 컸다. 1990년 초까지 지금의 공업원구 부지는 논두렁만 즐비했었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남순강화에서 "싱가포르의 경험을 배우자"고 역설하자, 당시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는 덩에게 국제적이고 현대적이며 정보화된 경제개발구 건설을 제의했다. 이에 중국과 싱가포르 양국 정부는 경제·기술 합작 프로젝트를 조인하고, 쑤저우 공업원구 개발에 나섰다.

1994년 중국과 싱가포르가 공동 설립한 쑤저우공업원구개발유한회사(CSSD)가 공단 조성을 시작하자 자본과 기업이 물밀듯 밀려왔다. 지난 14년간 공업원구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0%. 쑤저우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15%에 달했지만, 공업원구의 경이적인 고공성장에는 비교가 안 된다.

2007년 공업원구의 지역총생산(GRDP)은 836억 위안(한화 약 16조3020억원), 공업생산총액은 2642억 위안(약 51조5190억원), 지방세 수입은 76.3억 위안(약 1조4878억원)에 달한다. 이는 공업원구 개발초기와 비교할 때 각각 59배, 73배, 354배나 증가한 것이다.

공업원구의 무역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2007년 총 무역액은 569억 달러로, 전년대비 14%가 증가했다. 작년 1~10월까지도 총무역액 551.7억 달러에 수출액은 272.6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5%, 18.1% 늘어났다.

산샤오후이 공업원구 관리위원회 홍보실 부주임은 "공업원구의 면적과 인구는 쑤저우시 전체로 볼 때 3.4%와 5%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과 지방세 수입은 15%, 외자 유치와 무역액은 2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급 경제개발구 중에서 외형은 푸둥(浦東)신구에 이은 2위지만 내실은 공업원구가 최고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신형 세탁기 개발이 한창인 삼성전자 쑤저우공장 R&D센터. 삼성전자는 세계 500대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공업원구에 입주했다.
 신형 세탁기 개발이 한창인 삼성전자 쑤저우공장 R&D센터. 삼성전자는 세계 500대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공업원구에 입주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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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우대정책, 공무원 서비스의 3박자가 낳은 기적

쑤저우시 서쪽에 위치한 쑤저우 고신구의 성장도 눈부시다. 고신구는 공업원구보다 2년 앞선 1992년 중국정부로부터 국가급 산업개발구로 지정됐다.

고신구는 쑤저우시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1997년 APEC 회원국에게 중점적으로 개방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 10년간 고신구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2%로, 쑤저우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 2007년 고신구의 지역총생산(GRDP)은 520억 위안(약 10조1400억원), 공업생산총액은 1670억 위안(약 32조5650억원)에 달한다.

고신구의 면적은 223.36㎢에 달하지만, 상주인구는 32만 명으로 적은 편이다. 넓게 확보한 녹지 덕분에 고신구는 작년 중국 최초로 국가급 생태공업시범단지로 지정받았다.

쑨센루이 고신구 관리위원회 초상국 처장은 "금세기 들어 다국적기업이 잇달아 입주하면서 무역총액도 최근 5년간 20~3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신구에 투자한 국가는 APEC 회원국 우대정책에 따라 환태평양 국가가 많은 게 특징"이라며, "투자국 중 일본이 33%, 홍콩·대만 27%, 한국 10% 등 아시아 국가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쑤저우 공업원구와 고신구에 외국 자본이 몰려오는 데는 뛰어난 인프라, 다양하고 세심한 우대정책, 공무원의 서비스 정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쑤저우는 중국 내에서 가장 우수한 사회간접시설을 조성했다. 도로 정비, 전기 공급, 물 공급, 가스 공급, 유무선망 완비, 통신 완비, 난방 완비, 폐수 처리, 인재 배출 등 '구통'(九通) 인프라와 '일평'(一平)의 평평하고 넓은 부지를 기업에게 제공한다. 투자기업 직원과 노동자들은 우월한 근무조건과 쾌적한 생활환경 속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쑤저우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은 낮은 세제 혜택을 보장받는다. 갓 투자하는 외국기업은 15%의 기업소득세를 적용 받으며 3%의 지방소득세를 면제 받는다. 투자한 지 10년이 지난 기업은 이익을 본 1~2년차에 소득세도 면제 받고 3년차부터는 절반만 적용 받는다.

쑤저우시가 실시하는 공적금제도는 노동자의 복리를 보장하여 기업의 부담을 감소시켜 주었다. 공업원구와 고신구 내에 설립된 독립적인 세관도 투자기업에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륙항 기능을 가져 효율적인 물류통관을 지원하는데 화물을 한 번에 도착-신고-검사-통과가 가능토록 원스톱 처리해준다.

공업원구 수출가공구 내에 있는 검역창구. 세관과 같이 붙어 있어 원스톱 통관업무를 처리케 해준다.
 공업원구 수출가공구 내에 있는 검역창구. 세관과 같이 붙어 있어 원스톱 통관업무를 처리케 해준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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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고신구 경제발전 추이
 지난 5년간 고신구 경제발전 추이
ⓒ 쑤저우고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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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해' 투자 받아도 외자 유치는 중국 1위

쑤저우 공업원구와 고신구 공무원의 서비스는 놀라울 정도다. 공무원들은 '친상'(親商) '안상'(安商) '부상'(富商)의 3상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투자자에게 친절하게, 투자자가 안심하게, 투자자가 이익 창출을 가능토록 밤낮없이 뛰어다닌다.

야오우 공업원구 보세물류센터 부사장은 "공업원구를 찾은 기업은 투자와 업무 처리를 위해 몇 개월 동안 기다릴 필요가 없다"면서 "투자 상담에서 무역 통관까지 1주일 내 처리토록 열과 성을 다한다"고 말했다.

심상덕 만도기계 쑤저우법인장은 "쑤저우시는 각종 세제 혜택에다 기술 인증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해준다"며 "공무원들도 각종 규제에 대한 신속한 조정과 중재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도기계는 2002년 고신구에 투자하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2008년 현재 자본금 3190만 달러에 1825억 원의 매출 성과를 이뤄냈다. 심 법인장은 "쑤저우는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와 교통 연계가 잘 되어 있다"며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 환경을 갖춘 경제개발구"라고 말했다.

쑤저우에 대한 고객들의 호평은 한결같다. 2006년 중국사회과학원과 <중국경영보>가 공동 조사, 연구한 다국적기업에게 가장 투자가치가 있는 도시로 쑤저우는 상하이, 칭다오(靑島), 선전(深圳), 다롄(大連)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가장 투자 흡인력 있는 경제개발구로는 쑤저우 공업원구가 1위로 꼽혔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가 정체된 상황에서 쑤저우는 2007년 73.8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 중국 1위를 차지했다. 공업생산총액은 19000억 위안으로 중국 2위, 총 무역액은 2130억 달러로 중국 3위로, 홍콩·마카오·대만을 포함한 중국도시 종합경쟁력에서 8위로 평가됐다.

산샤오후이 부주임은 "쑤저우는 낮은 토지나 임금을 투자 유인책으로 내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하려는 기업도 반도체, LCD, 바이오, 자동차 부품 등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 기업만 '선별해' 유치한다"면서 "공업원구는 공업 부지는 90%, 주택 부지는 80%가 이미 매각된 상태"라고 전했다.

쑤저우는 값싼 노동력의 천국이라는 중국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뒤엎었다. 잘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친화적인 정책과 서비스로 투자기업을 만족시켰다. 무엇보다 고객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서비스맨 공무원들이 쑤저우 경제개발구 성공의 일등공신이었다.

자동화된 생산 현장에서 제품 조립에 힘쓰는 만도기계 쑤저우공장 노동자들. 만도기계는 투자 3년만에 순이익을 창출했다.
 자동화된 생산 현장에서 제품 조립에 힘쓰는 만도기계 쑤저우공장 노동자들. 만도기계는 투자 3년만에 순이익을 창출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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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쑤저우, #공업원구, #고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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