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ㄱ. 무력화하다

 

.. 현재, 또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선제공격 한 방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페트라 켈리/이수영 옮김-희망은 있다>(달팽이,2004) 66쪽

 

 “예측(豫測) 가능(可能)한 미래(未來)”는 “다가올 앞날”이나 “머잖아”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선제공격(先制攻擊) 한 방”은 “먼저 공격하는 한 방”으로 손보고, “존재(存在)하지 않습니다”는 “없습니다”나 “있지 않습니다”로 손봅니다.

 

 ┌ 무력화(無力化) : 힘이 없게 됨

 │   - 선제공격으로 적을 무력화시키다 / 내부 알력으로 무력화되다

 │

 ├ 완전히 무력화할

 │→ 아주 무너뜨릴

 │→ 남김없이 깨부술

 │→ 힘을 모두 없애 버릴

 │→ 힘을 모두 빼 버릴

 └ …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무력’은 모두 세 가지 실립니다. 첫째는 ‘武力’이고, 둘째는 ‘無力’이며, 셋째는 ‘懋力’입니다.

 

 ┌ 무력(武力)

 │  (1) 군사상의 힘

 │  (2) 때리거나 부수는 따위의 육체를 사용한 힘

 ├ 무력(無力) : 힘이 없음

 └ 무력(懋力) : 힘을 기울임

 

한자를 아는 분들로서는 어떻게 적는 ‘무력’이라고 하든 어려움이 하나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자를 모르고 한글만 알면서 살아가는 아주 많은 사람들한테는 ‘한글로만 적어 놓은’ 무력이라는 낱말은 헷갈리기에 딱 좋습니다.

 

 ┌ 무력(武力) → 주먹힘 / 군대힘

 ├ 무력(無力) → 힘없음

 └ 무력(懋力) → 힘을 쏟음

 

우리들한테는 우리가 예부터 써 온 말이 가장 쉽습니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말은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때때로 ‘우리 말인데도 어렵다’고 느낀다면, ‘속알까지 알찬 우리 말’이 아니라, ‘껍데기는 한글이지만, 속살은 얄궂은 서양말이거나 일본말이거나 중국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무력’이라고 적는다고 하여 우리 말이 아닙니다. “한글로 적기”를 했을 뿐입니다. ‘miss’를 ‘미스’로 적는다고 해서 우리 말이 될 수 없고, ‘役割’을 ‘역할’로 적는다고 하여 우리 말이 될 수 없습니다. ‘biennale’는 이탈리아말입니다. ‘비엔날레’로 적어 준다고 우리 말이 되지 않습니다.

 

 ┌ 적을 무력화시키다 → 적을 무찌르다

 └ 내부 알력으로 무력화되다 → 스스로 삐걱거리며 무너지다

 

그러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한테 가장 쉽던 우리 말이 하루하루 병들고 어려워지고 얄궂게 비틀립니다. 우리 삶과 동떨어진 자리에서 쓰이던 말을 지식인들이 함부로 들여왔기 때문이며, 이 말을 신문과 잡지와 책에서 쓰고 학교(대학교부터 초등학교까지 차례차례)에서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학교 다닌 사람이 늘어난다면, 또 대학교를 다닌 사람이 늘어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나 ‘세상일을 꿰뚫는 마음’이 넓고 깊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눈길이 깊어지거나 넓어지기보다는, ‘흔히 주고받는 말만 어렵게 쓰기’만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지고, 세상일을 꿰뚫는 마음은 뒤떨어지거나 뒤처지고 있어요.

 

 

ㄴ. 자기화하다

 

.. 가야금은 동서양의 여러 현악기의 연주법을 조금씩 자기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12현을 개량하여 15, 17, 18, 21현금이 새로 등장하면서 현대화가 좀더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  <윤중강-가야금은 계속된다>(새롬, 2003) 18쪽

 

 ‘기존(旣存)의 12현’은 ‘예전 12현’으로 다듬습니다. ‘등장(登場)하면서’는 ‘나오면서’로 손질하고, “현대화(現代化)가 좀더 가속화(加速化)하고 있는 추세(趨勢)”는 “요즘 시대에 맞게 좀더 빨리 바뀌고 있는 흐름”이나 “요즘 흐름에 맞게 조금씩 거듭나고 있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동서양의 여러 현악기의 연주법”은 “동서양 여러 현악기 연주법”으로 손봅니다.

 

 ┌ 자기화 : x

 │

 ├ 조금씩 자기화하고 있으며

 │→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으며

 │→ 조금씩 곰삭여 내고 있으며

 │→ 조금씩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삼고 있으며

 │→ 조금씩 자기 나름대로 녹여내고 있으며

 └ …

 

자기 것이 아닌데 자기 것처럼 삼는다는 ‘자기화’일 테지요? 국어사전에는 안 실려 있지만, 이런 뜻으로 쓰이리라 봅니다.

 

이 자리에서는, 다른 나라 ‘악기 연주법’을 익히거나 배우거나 따르면서, 우리 나름대로 ‘새 연주법’을 찾아본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받아들이다’나 ‘곰삭이다’나 ‘녹여내다’나 ‘곱씹다’ 같은 낱말을 넣어 보면, 뜻이나 느낌이 한결 또렷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태그:#-화, #화化, #우리말, #우리 말, #한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