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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면서, 기록에 대한 해석이다. 기록 또한 나눌 수 있다.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기록한 사실'과 일어난 사건을 '왜곡한 사실'이다. 인간 역사에서 아픔은 일어난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역사보다는 왜곡된 사실을 기록한 역사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마주보는 한일사 1
ⓒ 사계절출판사
이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실 역사를 해석하는 방법이 사관에 따라, 민족,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역사의 사실과 해석을 이웃한 나라가 첨예한 대립과 전쟁을 겪었다면 간극에 더욱 커진다. 그 예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들 수 있다. 삼국시대 이후 역사에 대해 우리와 일본은 기록 자체를 달리 보았고, 같은 역사를 두고 해석의 차이는 매우 컸다. 언젠가는 이 역사 기록과 해석을 좁히는 일을 해야 했다. 이 간극을 좁히는데 <마주보는 한일사 1.2>는 첫 발을 내딛었다.

인문학의 한 분야인 역사학은 용어 정리가 매우 중요하다. 인문학이 용어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면 토론과 논쟁이 불가능하며 진보할 수 없다. <마주보는 한일사 1.2>는 전국역사교사모임,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한 일 양국 역사단체가 함께 만든 책이다.

그 동안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비하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의미에서 사용했던 단어인 '왜구'를 '일본', '조선출병'을 '조선침략'으로 용어를 합의했다. 이는 단순히 용어의 합의가 아니라 역사를 보는'관'이 좁혀졌음을 뜻한다. 매우 중요한 발전이다.

이 책은 문화재를 통하여 우리와 일본이 닮음과 다름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78-80쪽에서 '고류지 목조 미륵반가사유상'과 '백제 금동 미륵반가사유상'의 닮음과 다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백제의 보살상은 사색에 빠졌으나 강한 생동감이 엿보인다. 반면에 일본 고류지 보살상에는 내적으로 깊은 사유의 고요함이 배어 있다. 얼굴도 몸매도 차분하다. 숭고하고 적막한 사색의 경지를 있는 듯 없는 듯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고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화를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왔다. '문화=소유' 개념에 매몰돼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륵반가상에 대한 닮음과 다름을 통하여 문화란 전하는 자와 받는 자의 관계보다는 서로 간에 교류를 통하여 발전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문화란 사실 시혜만으로 발전할 수 없다. 그리고 시혜만 주는 문화도 존재할 수없다.

고대 한국과 일본 민중의 삶은 얼마나 달랐을까

지배층의 문화에 집중한 그간의 역사책들에 비해 <마주보는 한일사>에서는 민중을 다루고 있다. 그럼, 민중은 얼마나 달랐을까? 탈춤과 가부키를 통하여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탈춤은 광장이요, 가부키는 무대이다. 2002 월드컵 때 한일이 보여준 응원전을 보는 것 같았다. 민족성을 그대로 증명한 사건이다. 탈춤과 가부키를 통하여 우리 민중과 일본 민중의 태생적 차이를 알 수 있다.

일본 민중이 지배세력을 뒤엎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민중은 지배층에 대항하였고, 반역하였다. 이런 차이점은 20세기 후반 우리와 일본 사회에서 나타난 민중 운동에서도 어느 정도 발견되었다. 민중의 삶을 통하여 양국간의 역사를 읽는 재미도 깊다. 광장에 더 나은 것도 아니요, 무대가 더 나은 것도 아니다. 광장은 광장대로, 무대는 무대대로 민중을 대변하면 된다. 차이가 있을 뿐, 높고 낮음 없다. 민중 문화란 그런 것이다.

사소한 내용일 수 있지만 '서원'을 두고 일본은 서재의 의미, 우리는 교육기관으로 이해한 것은 재미있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이다. 한일간의 온돌 문화. 우리는 아궁에 불을 때고, 일본은 방바닥을 갈라 재를 통하여 불을 피우는 문화이다. 고려는 무신 계급, 일본의 무사계급. 문화와 정치체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역사를 암기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포함하여 문화와 정치체제를 비교한 것은 흥미 있는 읽기에 도움을 준다.

과연 우리는 일제강점기가 남긴 흔적은 역사적 사실과 해석, 감정의 간극을 언제쯤 매울 있을까? 일본이 열쇠를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열쇠를 지고 있다. 열쇠는 문을 여는 도구이다. <마주보는 한일사>가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증오가 담긴 역사관은 결코 양국간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증오를 걷어내고, 이해와 용납, 용서와 사과가 함께 하는 한일관계의 시작을 이 책에서 만날 볼 수 있다.

인상 깊은 한 구절을 여기에 덧붙인다.

백제의 보살상은 사색에 빠졌으나 강한 생동감이 엿보인다. 반면에 일본 고류지 보살상에는 내적으로 깊은 사유의 고요함이 배어 있다. 얼굴도 몸매도 차분하다. 숭고하고 적막한 사색의 경지를 있는 듯 없는 듯 나타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야후의 사계절 출판사 블로그와 예스24 저의 블로그에서 올린 글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마주 보는 한일사 1 - 화해와 공존을 위한 첫걸음, 선사 시대~고려 시대

전국역사교사모임.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엮음, 사계절(2006)


태그:#마주보는 한일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왜구, #조선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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