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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새>겉그림
ⓒ 우리교육
몸길이 112cm의 황새는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 북아메리카 북부를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한다. 이 중 '한국의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는 러시아, 중국 동북부, 일본 등지에서 번식하던 황새와 같은 종으로 유럽황새보다 훨씬 크다.

유럽황새는 부리와 다리가 모두 검붉은 색이지만, 한국의 황새는 다리만 붉다. 게다가 날개 일부분만 검고 온몸이 흰색이어서 날개를 펴고 날 때 훨씬 장엄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황새를 길조로 여겨 병풍에 수로 놓고 산수도에도 많이 그려 넣었다. 신선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이런 사랑을 황새도 잘 알고 있다는 듯 사람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람들 주변 숲 소나무에 예사로 둥지를 틀고 살았다.

이런 황새가 언제 어떻게 우리 곁에서 사라졌으며 안타까운 새가 되었을까? 8·15광복 때까지만 해도 황새는 우리와 함께 살았다. 특히 황해도와 충청북도에서는 흔히 번식하던 텃새였다.

한국의 마지막 야생 황새 '과부 황새', 그 이후

6·25는 황새에게도 시련이었다. 전쟁으로 둥지를 지을 오래된 나무가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60년대 말부터 식량 증대를 위해 농약 살포가 많아져 농약에 중독 되었고, 잘사는 사람들 사이에 황새를 박제하여 장식품으로 놓는 이상한 취미가 일면서 밀렵꾼들에게 황새는 비싼 돈벌이가 되었다.

1971년 4월.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황새 한 쌍이 국내 번식지 중 한 군데인 충청북도 음성에서 발견됐다. 한국 황새의 멸종을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은 기뻐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잠시, 3일 뒤 수컷이 밀렵꾼에게 희생되고 만다.

"홀로 남은 암컷 황새는 수컷이 죽은 것도 모른 채, 수컷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그곳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죽은 수컷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둥지를 틀고 무정란을 낳는 이 황새를 사람들은 어느새 '과부황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1983년 7월 16일에 혼자 남아 살던 '과부황새'도 결국 농약 중독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창경원으로 옮겨진 '과부황새'는 어찌어찌 목숨은 건졌지만 10여년이 지난 1994년 10월 30일 마침내 죽고 말았습니다. 과부황새마저 죽어서 한국 황새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 <부리 잘린 황새> 한국 황새복원센터 박시룡 교수의 연설 중

20여 년 전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과부황새 이야기다.

새의 지저귐을 "새가 운다", "노래 부른다" 등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황새는 울지 않는다. 울대나 울대근육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미가 되어도 절대 울지도 지저귀지도 못하는 새가 황새다.

대신 황새는 부리를 부딪쳐 소리를 내고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다 보니 황새 사회에서 부리로 내는 소리는 우열을 가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황새 한마리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이처럼 소중한 부리를 잘리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이 불쌍한 황새를 어린이들이 발견하여 보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자연을 사랑하는 한 어른에 의해 황새 보호소로 보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황새는 황새들 사이에서 따돌림 받고 맞선을 보는 족족 수컷들에게 멸시받고 버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암컷의 짝이 되어 늠름하게 보호해주는 수컷 한 마리. 이 수컷은 사람들 때문에 한쪽 다리를 다친 상태여서 잘 날지 못하는데도 따돌림 당하는 암컷을 용감하게 보호하였고 둘은 드디어 짝이 되었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나누게 된 것이다.

밀렵꾼들 때문에 과부로 살다가 안타깝게 죽은 황새는 우리나라의 이야기고, 인간 때문에 부리가 잘린 황새 이야기는 한국 황새와 똑같은 종류로 일본에 살던 황새이야기다. 한국의 텃새라 한국 황새요, 한국에 번식지가 있으니 한국 황새다.

재일 교포 3세가 쓴 한·일 황새 복원

황새의 멸종을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황새 복원에 온 정성을 쏟았다. 우리는 1994년 10월 30일 과부황새가 죽자 1995년에 '황새복원센터'를 세웠고 1996년 7월 17일 야생 황새 한 쌍을 기증받았다.

독일 브롬제단으로부터 한 쌍을 기증받기도 했지만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었다. 마침 서울시와 도쿄시가 자매도시를 맺은 지 10년 되던 1998년, 서울 대공원의 요청으로 일본에서 4알의 황새 수정란이 오게 되어(1999.3.3) 3월 9일과 11일 새끼가 태어난다.

이렇게 태어난 청출이와 어람이(3알이 성공했다). 이 중 청출이가 독일에서 건너온 자연이와 짝이 되어 2002년 4월 19일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새끼가 태어나게 된다. 1984년에는 중국에서, 1987년은 독일에서, 1998년은 일본에서 이미 성공한 것에 비해 한참 늦지만 기록에 오래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책의 원작자는 재일 교포3세 김황이다. 재일 교포기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부리 잘린 황새>(김황 지음), 한국의 과부 황새, 한국과 일본의 황새 복원 이야기를 수필처럼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처지들은 너무나 닮았다.

작가가 들려주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부리 잘린 황새와 과부 황새의 이야기는 서로 다르지만 한편으론 공통점이 많아 코끝을 찡하게 한다. 황새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 황새와 자연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씩씩하게 걸어가라고 격려하는 듯하다.

축구 스타의 이름을 딴 황새 '선홍이'와 '상철이'를 꼭 보고 싶다. 황새와 두루미, 학은 어떻게 다를까? 지금 현재 한국에는 몇 마리의 황새가 살고 전 세계에는 얼마나 살까?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짝이 되었던 타마와 코우짱은 어떻게 되었으며 이들이 깐 새끼들은? 아니 황새는 우리에게 어떤 새이며, 우리는 왜 황새 복원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까? 황새 복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저자 김황은 누구?

1960년생 재일 교포 3세인 작가는 어렸을 때 일본인 반 친구들의 따돌림 때문에 동물사육사의 꿈을 가지게 되면서 생물학을 전공한다. 반 친구들은 특별활동시간에 아이들이 제일 꺼리는 동물 돌보기 부서에 작가의 이름을 써 넣었고, 처음에는 동물 돌보는 것이 싫었지만 아이들의 따돌림으로부터 위안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험 보는 것을 저지당한 작가는 생물학을 전공했음에도 동물사육사의 꿈을 접어야만 하였단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세탁소를 물려받고자 세탁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나 이 시험도 저지, 자격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작가를 꿈꾸고 현재 동화작가로 살고 있다.

항상 일본 아이들의 따돌림 속에 학교생활을 하던 작가에게 어느 날 한국인 친구가 나타난다. 한국말이 서툴고 더러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숨기기도 하는 자신과는 달리 일본 아이들에게 한국인임을 떳떳이 밝히고 일본 아이들 앞에서 한국말을 서슴지 않고 쓰는 친구였다. 둘은 두터운 우정을 나누게 되고 작가는 한국말을 열심히 배운다.

하지만 둘은 아픈 이별을 한다. 작가의 부모 국적은 '조선(조총련)'.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모에 의해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부모는 남북이 하나였을 때의 '조선'이란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2003년 1월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바꾸었다.

국적을 바꾸면서 그가 선택한 이름 '김황'은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아픈 이별을 해야 했던, 가장 좋아했던 그 한국인 친구의 이름이다. 그 친구가 그리워서 친구의 이름인 '김황'을 선택했고 그 이름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토에서 살고 있는 그는 '공생'을 주제로 여러 편의 동화를 썼고, 2007년 '일본 아동 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 김현자

덧붙이는 글 | <황새>(김 황 지음/박시룡,정석환 자문/우리교육. 2007년 4/1만원)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첫번째 권으로 이어 '박시룡의 박쥐 이야기' '김영철의 풀꽃 이야기'가 나올 계획으로 원고 진행중이라고 한다.


황새

김황 지음, 김정화 옮김, 문종인 그림, 정석환.박시룡 감수, 우리교육(2007)


태그:#황새, #과부 황새, #부리 잘린 황새, #박시룡,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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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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