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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일 프랑스 국회 앞에 2024년 파리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 로고가 그려져 있다.
 2024년 5월 2일 프랑스 국회 앞에 2024년 파리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 로고가 그려져 있다.
ⓒ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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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탄소중립을 위해 올림픽 선수촌에 에어컨도 안 켠다고? 헐?"

사실일까?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면 이렇다.

"탄소배출 줄이기 위해 에어컨 냉방 대신 자연수 냉각과 단열재 마감으로 냉기유지"

관광객 교통비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올림픽 기간 중 지하철 요금을 두 배 올린다고? 해도해도 너무 한 거 아님?"

역시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이렇다.

"파리 시민은 기존 요금 그대로, 외부 관광객은 '파리 2024 패스'를 사서 하루 2만4천 원, 일주일 10만 원으로 버스 지하철 무제한 이용 가능"

이번 파리 올림픽은 어쩌면 탄소중립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뜻은 좋으나 불편하고 비싸고 손님에게 무례하다-을 '뜻도 좋고 편하고 모두에게 좋음'으로 바꿔갈 수 있는 문명 전환의 쇼케이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적은 탄소 배출 올림픽을 표방하는 파리의 실험, 몇 가지 관전 포인트 정리해본다.

[하나] 한여름 폭염 속 선수촌은 에어컨 대신 '이것'으로 식힌다

외신에 공개된 육상 선수촌 내부 모습 사진만 보면 '선풍기 하나 달랑 놓고 뛰라고?'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여기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선 찬물을 돌려 건물 온도를 낮추는 지역냉방시스템(DCS: Distric Cooling System)이다. 개별 에어컨 장치 대신 70미터 깊이의 지하수나 세느 강물을 끌어와 중앙냉방시스템을 통해 찬 물을 건물에 순환시켜 온도를 낮추겠다는 거다.

"저희는 아파트 공기를 식히기 위해 지하에서 자연적으로 시원한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여름에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얀 크리신스키 파리올림픽 조직위 인프라담당의 로이터 인터뷰, 2024.2.29)


파리는 1990년대부터 센강 하천수와 지하수를 도시 냉방에 활용하는 지역냉방시스템을 정착시켜 왔다고 한다. 중앙냉각장치(Chiller plant) 7개 중 3개는 세느 강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보통 수온이 8℃보다 낮을 때는 강물을 그대로 냉방에 이용한다고 한다(참고로 스웨덴 스톡홀름의 경우 발트해 찬 바닷물을 끌어와 2009년부터 사무실, 병원, 대학 등 건물 600동에 냉방을 공급하고 있고 우리나라 롯데월드타워의 경우도 2014년부터 팔당강물을 활용해 약 35%의 냉낭방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
 
2023년 3월 24일 파리 외곽 생드니에서 올림픽 선수촌이 건설 중인 모습.
 2023년 3월 24일 파리 외곽 생드니에서 올림픽 선수촌이 건설 중인 모습.
ⓒ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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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비열(온도 1℃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대기나 땅보다 커서, 잘 데워지지 않고 반대로 잘 식지도 않는 특성이 있다. 비열이 큰 물은, 여름에는 대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해서 물을 냉난방에 활용할 수 있고 이를 '수열에너지'라고 정의한다. 프랑스 파리는 1991년부터 센강 하천수를 활용해 시내 약 700곳의 건물에 냉방에너지를 공급해 약 35%의 냉방 전력을 절감한다. 또, 캐나다 토론토는 2004년부터 온타리오 호수의 심층수를 활용해 시내 약 100곳의 건물 냉방 전력 수요를 약 80% 줄인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의 문화일보 기고문, 2024.3.22)

여기에 실내 냉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열마감처리를 효율적으로 설치하고 방과 방 사이의 구조를 개선하며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조정하여 실내 온도를 외부보다 최소 6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원리다.

"여름에 햇빛을 너무 받지 않도록 정면 위치를 조정했고, 단열재는 정말 효율적입니다." (얀 크리신스키 조직위 인프라담당의 로이터 인터뷰, 2024.2.29)

"선수들이 에어컨이 없는 숙소에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로이터 인터뷰, 2024.7.25)


그러나 실제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최고 43도를 기록한 파리의 최근 기후위기 상황도 변수이고, '덥다' '시원하다'는 느낌은 나라와 지역별로 개별적으로도 다른 주관적인 평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 등 미주 언론들은 이번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개별 냉방기기를 준비해 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경쟁 국가 20개 나라에 문의를 보냈다. 응답한 8개 국가 중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는 선수실 일부 또는 전체에서 휴대용 에어컨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2024.6.6)

[둘] 도쿄 올림픽에 이어 '골판지 침대' 시즌2 등장... 이번에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선수촌 선풍기 옆에 있는 침대다. 그냥 침대가 아니라 골판지 침대다. 버려지는 어망을 재활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골판지 침대는 4년 전 도쿄올림픽 때 등장했다가 '작고 불편하다'는 비난 속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도 또 다시 등장했다. 우선 왜 이렇게 골판지 침대가 자주 등장하는지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최근 화두는 '재활용'이다. 선수촌과 같은 대규모 건축물을 패럴림픽까지 2개월 사용을 위해 지을 나라는 아무도 없을 거다. 당연히 아파트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도 그러했다. 파리도 당연히 선수촌을 이후 아파트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침대다. 아파트 분양을 할 때 침대까지 설치하고 분양할리는 없다. 더구나 누군가 쓴 침대를, 그래서 침대가 쓰레기가 되는 거다. 금방 버릴 거라고 대충 만들 수도 없고.

그런 고민 끝에 4년 전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명분으로 골판지 침대를 등장시켰었다.

'골판지 침대는 폭 90㎝, 길이 210㎝로 일반적인 싱글 침대보다 작지만 200㎏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당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구와 사람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골판지 침대를 준비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해 보니 작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 뒤 이 골판지 침대는 코로나19 임시 의료시설에서 재사용됐다.' (한겨레, 2024.3.1)

하지만 도쿄에서의 망신살을 교훈 삼아 이번 파리 조직위는 그 때보다 더 튼튼한 골판지 침대를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못이나 나사, 접착제 없이 더 튼튼하고 조립이 쉽게 했다는 게 파리올림픽조직위 설명이다. 이번 골판지 침대는 최대 250㎏ 하중을 견딜 수 있다.' (한겨레, 2024.3.1)

[셋] 지하철 요금 두 배 인상?....'파리 2024 패스'로 무제한 이용

다음은 교통수송 분야 탄소절감 이슈다. 사실 그 많은 관람객들이 길에서 뿜어내는 교통수송 분야 탄소배출량이 전체 올림픽 기간 탄소배출량의 약 40%를 점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교통분야 정책은 이번 탄소중립 올림픽에서 핵심 쟁점이다.

프랑스와 파리시는 일단 대부분의 경기장을 올림픽 선수촌에서 10km 이내에 두고 관중들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리 경기장 전략'을 취했다. 경기장 부근 자동차 통제 및 인근 주민 재택근무 등 교통수요 억제책을 펴기도 한다. 반면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곳곳에 자전거 이용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프랑스 교통부가 파리 올림픽을 위한 415km의 자전거 길을 공개했다. 파리 12구 베르시 공원에서 8구 콩코드 광장과 그랜드 팔레까지 이어지며, 향후 트로카데로 광장, 에펠탑, 롤랑가로스, 파르크 드 프린스 역시 자전거로 접근이 가능할 예정임. 파리 2024 조직위원회는 각 경기장에 보호된 자전거길을 마련하고,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하는 등 사상 최초의 자전거 올림픽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목표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음.'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2023.7.7)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지하철 요금 인상건, 실제로 올림픽 기간 중 일드프랑스, 그러니까 파리 시내를 포함한 수도권의 지하철 요금이 한시적으로 2배가량 인상되는 것은 팩트이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최대 1천만 명 이상의 외부 관람객을 위한 대중교통 증편 예산 부담을 지역민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거다.

'일드프랑스는 올림픽 기간 1천만명으로 예상되는 방문객을 대중교통으로 수송하기 위해 거의 전 노선에 열차를 증편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약 2억 유로(약 2834억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크레스 도지사는 다만 이미 월간 패스나 연간 패스를 소지한 지역 주민은 이러한 요금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23.11.29)

그렇다면 외부 관광객들에게 바가지 교통요금을 물리겠다는 걸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독일의 9유로 티켓처럼 일정액으로 구입하면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파리 2024 패스'를 출시해 외부 관람객도 저렴하게 파리 일대를 이동할 수 있고록 하겠다는 정책이다.

'파리교통공단은 파리하계올림픽을 위해 2024년 7월 20일부터 9월 11일 기간 파리를 방문하는 전세계 방문객을 대상으로 파리 및 일드프랑스 지역 내 25개 올림픽경기 장소, 주요 공항, 팬존 등을 횟수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권 판매를 개시하였으니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1. 종류 : 충전용 카드 또는 휴대폰 어플(6월 중순경부터 가능)
2. 이용 일수 및 금액 : 1일 16유로 ~ 7일 70유로이며, 1~7, 14일 중 선택'
(주 프랑스 대한민국대사관 안내문, 2024.4.26)


하루 16유로(한화 2만3700여 원)으로 공항 리무진 포함 수도권 버스, 지하철 무제한 이용이고 3일간 42유로(6만2000원), 5일간 60유로(8만9000원), 7일간 70유로(10만3000여 원)으로 체류를 많이 할수록 이득이 되게 설계한 점은 영리한 설계로 보인다.

[넷] 선수촌 음식의 60%는 채식으로... 80%는 프랑스산 농산물
 
2017년 9월 14일, 파리의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올림픽 성화가 설치돼 있다.
 2017년 9월 14일, 파리의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올림픽 성화가 설치돼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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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재단이 발간하는 뉴스레터 <컨텐스트>에 따르면 이번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제공되는 1300만 회 이상의 식사에서 60%는 채식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예전보다 두 배 많은 식물성 식품을 사용해 음식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전략인데, 80%를 프랑스산 농산물 사용한다는 원칙도 눈에 띈다. 단순히 신토불이 개념이 아니라 푸드 마일리지, 식품의 생산 후 이동거리를 줄이겠다는거다.

이외에 올림픽 전 기간 동안 경기장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되는 한편 식품 및 음료 용기에 대한 일회용품 보증금 반환 제도가 시행된다고 한다.

올림픽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하는 디지털 활동 분야 탄소감축을 위해 조직위원회 측은 저탄소 디지털 장비를 임대하는 한편 더 작은 화면 크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섯] 모든 실험, 총량 목표 아래 움직인다..."탄소배출량 절반 넘게 줄일 것"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이에 따라 각 분야의 창의력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여름 올림픽은 200여 개 나라에서 최대 1만5000명의 선수들과 1000만 명의 관중들이 찾는 대규모 행사다. 당연히 탄소 배출도 많았는데 역대 올림픽들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50만 톤 정도됐다고 한다. 그런데 파리는 이를 150만 톤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목포 아래 각 분야 별로 세부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나간 거다.

'2024년 올림픽 주최측은 이미 존재하는 건물이나 임시 구조물을 주로 사용하여 건설로 인한 배출을 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목재와 같은 저탄소 재료를 사용하여 올림픽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만 건설할 것이며, 좌석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것이다. 재생 에너지원에서 전력을 얻기 위해 경기장을 공공 전력망에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콘텍스트 기사, 2024.4.18)

탄소중립은 불편하고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깰 것인가, 아니면 도쿄 올림픽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시도 자체가 큰 의미를 남기는 탄소중립 올림픽으로의 도전이 한 달 뒤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참고 자료]
- Beatrice Tridimas, 'From gold to green: Can the Paris 2024 Olympics slash emissions?' (Context, 2024.4.18)
- 'How Paris will keep Olympians cool without air conditioning' (REUTERS 유튜브 채널, 2024.3.19) https://youtu.be/EqnVnn8-1TA?si=UeuI_-ZJ7rNkuO_S
- 'Paris is keeping buildings cool with river water, instead of air conditioning' (World Economic Forum, 2023.9.12)
- Layli Foroudi, 'Athletes will sleep well without AC in Paris, says IOC president' (Reuters, 2024.7.26)
- 'No air conditioning, no problem at Paris 2024 athletes village' (Reuters, 2024.2.29)
- 한화진 환경부장관, ''수열 에너지'로 확장된 물의 가치' (문화일보, 2024.3.22)
- Chico Harlan, 'Paris wanted an AC-free Olympics. Visiting nations had other plans.' (Washinton post, 2024.6.6)
- 송진원, '내년 파리 올림픽 기간 지하철요금 두배로 '껑충' (연합뉴스, 2023.11.29)
- '프랑스 교통부, 파리 2024 위한 415km 자전거길 공개'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2023.7.7)
- '< Paris 2024 > 패스, 올림픽기간 관광객 대상 파리교통권 이용 안내' (주 프랑스 대한민국대사관, 2024.4.26)

덧붙이는 글 |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됩니다. 최근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태그:#파리올림픽, #기후변화, #탄소중립, #에어컨, #골판지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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