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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4400소비자의 힘' 커뮤니티에 있는 버그신고 사진
ⓒ 소비자의 힘 제공
지난 8월 8일. 삼성전자는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됐다. 지난해 6월 출시돼 17만대 이상이 팔린 일명 '권상우 폰(SPH-V4400)'이 그 대상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이번 소송을 주도해 온 정주영씨(19·대입수험생)와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V4400소비자의 힘'이 인기검색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10일 저녁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정씨를 만나 삼성공화국, 명품휴대폰, 번호이동제, 테스트베드(test-bed), 소비자운동 등 많은 이슈가 함축된 이번 사건에 대해 그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정주영씨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에 따른 이동통신사간 과당경쟁, 휴대폰 융·복합화에 따른 단말기의 복잡화와 고가화, 그리고 시장선점을 위한 무리한 제조업체간 개발경쟁이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몇몇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4년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 뒤 각 휴대폰 제조업체는 경쟁적으로 2003년보다 많은 수의 고가 휴대폰을 출시했고, 고객들의 A/S 요청량도 늘어난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특히 정씨는 V4400폰 관련 문제에 대해 삼성이 취한 A/S 및 보상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삼성이 소비자 복지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자신을 음해세력으로 매도하며 입막음을 시도하고 있는 삼성에 대해 개인 차원이 아닌 전체 피해 소비자 복지를 고려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스스로를 '안티삼성'이 아니라고 밝힌 정주영씨와 인터뷰를 통해 그가 고발을 진행하게 된 이유, 예고된 2차 소송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주영씨와의 일문일답.

싸움은 대기업이, 피해는 소비자가

- 여러 언론에 보도된 이후 주변 반응은 어떠한가.
"잘 모르는 누리꾼(네티즌)들이 '오버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응원을 보내고 있고, 서명운동에도 동참하고 있어 힘을 얻는다. 삼성 쪽에선 조용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통화내용을 녹취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 왜 권상우폰(SPH-V4400)이 허위·과장 광고인가.
"삼성은 SPH-V4400을 판매할 때 캠코더폰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CCTV수준이었다. KTF의 모바일 서비스인 멀티팩을 이용할 경우 '풀화면' 서비스가 된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전 기종들보다 접속 속도가 2배 이상 느렸다. MP3 기능에 대해서도 '똑똑한 휴대폰'이라는 식으로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MP3의 기본 기능인 빨리감기와 되감기조차 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75만원이라는 고가 휴대폰에 걸맞지 않게 기본 기능인 전화통화 및 문자서비스 등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 '기본 기능'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 커뮤니티 회원 가운데 한 회사원은 V4400폰이 아무 이유없이 꺼지는 등의 문제가 생겨 수차례 A/S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그런데 너무 자주 A/S를 받으러가다 보니 사장 눈치도 보이고 해서 혹시 퀵 택배로 A/S를 받을 수 없겠느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또 다른 회원은 지방에서 펜션을 운영한다. 그런데 핸드폰(V4400)이 아무 이유없이 꺼지는 통에 예약을 제대로 못 받는 등의 피해를 봤다. 또 다른 고등학생 회원은 전화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예전 핸드폰을 사용해야만 했다."

- 삼성전자측에선 충분히 업그레이드나 보상을 해줬다고 하던데.
"업그레이드란 기능향상을 위해 있는 것이다. 원래 제값을 주고 산 핸드폰을, 제조사 잘못으로 고장이 나서 사용에 필요한 패치를 교환받는 것은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오히려 고장이 생겨 A/S센터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시간적·정신적·물질적 피해다."

- 지난해 11월 소비자보호원에서 분쟁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분쟁조정위 결정에도 검찰에 고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서 V4400폰에서 일어난 각종 오류를 각 분야별 전문가를 통해 검증하려고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단순 고객만족 차원에서 환급을 하겠다고만 했다. 사실 분쟁조정위원회는 내 요구와 상관없이 환불이란 최종 결과만 같으면 합의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환불을 거부하고 467명과 함께 고발하게 된 것이다."

- 번호이동성 제도와 V4400의 버그 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나.
"지난해 번호이동성제도 시행 뒤 KTF-삼성전자-SK텔레콤의 갈등·경쟁이 있었다는 설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그간 신제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해오던 SK텔레콤을 대신해 지난해 4월과 6월 KTF와 독점계약을 맺고 V4200과 V4400모델을 공급했다. 그리고 KTF는 애니콜을 '미끼'로 대대적으로 번호이동성제도를 홍보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새 단말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한다는 것을 이용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V4400은 문제가 좀 심했다. 개인적으로 휴대폰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베스트셀러폰을 사용해봤지만 이것처럼 '기본 기능'에 문제가 많았던 것은 처음이다."

"문제 해결의 초점은 나 정주영이 아닌 피해 소비자"

- '안티삼성파'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더 많은 소비자의 피해를 막자는 것이지, 삼성 흠집 내기는 아니다."

- 이번 소송 등을 진행하면서 두렵지 않았나.
"혼자라면 당연히 두려웠을 것이다. 벌써 서명운동에 20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동참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에 이번 소송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문제해결의 초점을 나에게 맞추려 한다. 오로지 내 입 하나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은 내가 아닌 전체 소비자를 대해야 한다.

- 2차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 하는 모임'과 더 많은 피해 사례를 모으고, 서명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검찰 및 소비자보호원에 2차 고발을 할 생각이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더 많은 개개인이 보상을 받게 하고 싶다."

"권상우폰 논란, 빠르게 출시하면서 생긴 문제인 듯"
허위·과장 광고 논란 휩싸인 삼성전자의 해명

삼성전자는 최근 권상우폰 허위·과장광고 논란을 둘러싼 언론보도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주영씨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마이뉴스>는 10일 오후 삼성전자 홍보팀 박천호 차장과 김현민 대리를 만나 '권상우폰' 소송 논란을 둘러싼 회사측 입장을 들었다.

- '권상우폰'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이 아닌 출시 당시엔 최고 제품이었고, 최적의 기술이었다. MP3 기능이 있으면 MP3폰, 블루투스 기능이 있으면 블루투스폰이라고 부른다. 캠코더폰이란 것 역시 캠코더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출시하면서 생긴 표현이지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다. 정주영씨도 처음엔 휴대폰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법적 대응하면서 허위·과장 광고 건으로 고발을 한 것으로 안다."

- 휴대폰 자체의 오류(버그) 못지 않게, 그간 삼성전자가 정씨를 대했던 과정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씨의 포항 집으로 찾아가 기술 부분에 대해 설명해 줬다. 또 같은 달에 '소비자의 힘' 회원들을 대상으로 2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진행했다. 10월말에는 토론회를 제안했더니 그쪽(소비자의 힘)에서 거부했다. 지난 11월에는 소비자보호원 조율로 우리측이 나서서 2차례 합의를 시도했다. 그런데 모두 정씨 쪽에서 거부했다. 또 정씨를 비롯한 1250여명에게 그간 17번의 무상 업그레이드를 해줬다."

"'경고문'이 아니라,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 정측에 '경고문'을 발송했다고 들었다.
"올해 2월초 일이다. 정씨측에서 질의서를 보내왔다. 그래서 그 질의서 답변에 업무상 법무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것이 와전돼 무조건 업무상 방해죄로 고소한다는 식으로 언론에 유포된 것 같다."

- 권상우폰과 관련, 국내 소비자들은 삼성에게 '베타테스터(beta-tester)'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GSM시장은 70%이고, 국내와 같은 CDMA 시장은 30% 가량이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국내 상품과 해외 상품을 기획부터 다르게 한다. 따라서 국내시장을 '테스트베드(test-bed)'로 본다는 논리는 기술적으로 맞지 않는다. 단지 디자인을 비롯한 휴대폰 외관만 공유할 뿐이다."

- '이건희폰', '벤츠폰', '문근영폰' 등 해외에서 호평 받은 상품은 국내에서도 큰 탈이 없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권상우폰'처럼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상품인데 왜 그런가.
"사실 해외에선 이런 문제가 없었다. 아시다시피 유독 한국 소비자들은 기능과 디자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업체들을 신제품 개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빠르게 출시하면서 생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 대응방침은 정해졌나.
"아직 검찰로부터 고발의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신중히 검토할 것이고, 검찰 지시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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