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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변종현 기자
영남일보 변종현 기자 ⓒ 정미경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모니터 교실 두 번째 강좌(2월 17일)는 ‘신문보도 모니터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내용이었다. 이 강좌는 영남일보 변종현 기자(이하 변기자)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변기자는 “옷장, 침대, TV, 쇼파 중 가구가 아닌 것은 어떤 것일까요?” 라는 다소 흥미로운 질문으로 강의를 열었다. 너무나도 분명한 정답이 있는 이 질문에 사람들은 의외로 침대라고 대답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세뇌 당해온 카피의 영향력이라고 변기자는 말하였다. 광고에서 카피는 신문에서의 제목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신문을 읽을 때 가장 눈여겨 보고 주의해야할 것은 기사의 제목이다.

‘제목 독자’라는 단어는 독자들이 제목에 얼만큼의 비중을 두는 가를 쉽게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간에 쫒기는 독자들이 제목만을 보고 그 기사의 내용전체를 짐작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니터링을 할때는 제목의 위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제목과 내용의 일치성 보다는 제목 자체의 문제성에 대해 고려할 것을 변기자는 지적했다.

형식적 균형 유지, 결정적인 순간에 편파성 드러나

"겉으로는 중립, 객관을 말하면서도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에 한쪽을 지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고 강조한 변종현 기자
"겉으로는 중립, 객관을 말하면서도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에 한쪽을 지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고 강조한 변종현 기자 ⓒ 정미경
실질적인 신문보도 모니터링에 앞서 변기자는 기존 선거보도의 형태와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어떤 것들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인가를 설명했다.

2000년 4월 총선시에는 노골적인 편파보도는 각 신문사 마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양적인 감소에 비해 질적인 편파는 계속 되고 있다고.

즉, 겉으로는 중립, 객관을 말하면서도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에 한쪽을 지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변기자는 축구경기에 비유했었다. “A축구팀에서 심판을 매수했을 경우, 그 심판은 B팀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패널티킥 상황에 A팀을 위해 휘슬을 불어준다“는 것. 즉 형식적으로 균형을 보이지만, 실제는 내용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할 때 보다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쇼ㆍ이벤트 식 보도, 반드시 확인ㆍ지적해야

편파보도 외에도 가십성, 경마성, 홍보성 보도 등 매번 선거때마다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들도 주의 깊게 살피고 시정을 요구해야한다고 했다. 특히 이미지선거가 보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최근 경향이라면 ‘사진 촬영용 이벤트 행사‘와 관련된 기사는 지면 그 자체로 보지 말고 현장을 확인한 후 그 행사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기자가 제시하는 몇 가지 사례는 수강생 입가에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사례 1>모 정당 대표가 노숙자 급식을 하겠다고 현장을 찾았다. 그 급식소에 점심시간에 찾는 노숙자는 평균 300명. 그들 모두에게 급식을 제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3시간. 하지만 그 대표는 카메라 앞에 급식포즈 5분을 취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해버렸다.

사례 2>모 정당의 대표가 ‘1인 며느리 체험‘을 하겠다고 어느 장소를 찾았다. 현장 기자의 말에 의하면 그 대표는 그 집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기만 하다가, 잠시 카메라 앞에서 ‘설겆이 하는 포즈‘를 취했다.


'쫄쫄이 보도'지양, 유권자 중심의 보도 지향

한편 시민단체에서 선거보도 모니터링을 할때 가장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해 변기자는 △유권자 중심의 의제에 충실한가 △정치 신인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 △ 지연.학연.혈연 조장하는 보도 감시 △ 돈선거보다는 입선거 감시 △ 짱 신드롬 △ 선동적 기사나 간접적 유세효과를 노리는 인터뷰 기사 △지역편승한 특정정당 편향적 보도도 문제지만 여편향적 기사도 경계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쟁터 같은 선거판에서 우리는 총알의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은 총알이 없어도 되는 그 날을 한 반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수강생들
"전쟁터 같은 선거판에서 우리는 총알의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은 총알이 없어도 되는 그 날을 한 반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수강생들 ⓒ 정미경
유권자 중심으로 보도는 제주도 사례가 좋은 모델이고, 이를 대구지역 상황에 맞게 재구성해도 될 것 같다.

사례>제주도 모 신문에서는 유권자 중심의 선거보도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계획을 마련했다.

1단계. 제주도 3개의 선거구에 각 지역구별로 1500명씩 유권자를 선택, 지역에서 가장 주요한 현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묻고, 3일 동안 이 문제를 지면에 실었다.

2단계. 총선연대 정책자문단에서 전체 주제 중 10가지를 선정, 각 출마자에게 질의서를 보내고, 그 답변내용을 모두 신문에 게재했다.

3단계. 역시 정책자문단에서 각 후보들의 답변을 평가한 내용을 역시 기사화시켰다.


제주도 사례는 선거시기 기자들이 후보만 쫓아다니는 '쫄쫄이 보도'를 탈피하고 유권자가 주요한 사회의제를 설정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보도, 일본과 분명한 차이

또한 변기자는 한국언론과 일본언론의 여론조사 보도경향을 비교했다.

"일본의 경우 샘플이 500-700명 정도고, 그들에 대한 신원정보는 정부에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는 높다“며 “또한 선거시기에 딱 2번만 조사, 발표를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보도의 내용에서도 한국언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변 기자의 지적이다. “한국언론은 여론조사결과의 수치를 표시하고 이를 제목에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의 경우는 조사결과는 기사속에서 표현하고, 그 내용도 수치 보다는 우세, 다소 우세 등으로 기술한다“고 한다. 오차범위내에 데이터는 ‘한발 리드‘정도로 가볍게 표현한다는 것.

변기자는 이번 강의가 자신을 향해 독자들에게 총알을 쥐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로 자신의 어려움을 말했다. 하지만 비온뒤 땅이 굳듯이 독자들의 질책 뒤 우리나라 언론이 더욱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 한다고 했다.

전쟁터 같은 선거판에서 우리는 총알의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은 총알이 없어도 되는 그 날을 한 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기자단 공동취재>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는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언론 현업인과 언론개혁운동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연대 2004총선에서 미디어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자 지난 2월 10일 발족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기간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기자단은 4월 15일 총선까지 '2004 총선, 공정선거보도를 위한 대구경북시민연대 기자단'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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