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1일 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디 이뿐이랴마는, 이번 연휴 때 만난 사람마다 현 정부의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행태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과 'KBS의 몰락', 이 두 가지를 꼽았다. 특히 연휴 직전 녹화 방송된 대통령의 신년 대담은 혹을 떼려다 되레 붙인 꼴이 됐다면서, 분노하는 민심에 더욱 불을 질렀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부분 아니함만 못한 기획이었다며 혀를 끌끌 찼다.
"(명품백 수수 의혹은) 영부인이 아니었다면, 정확하게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이 아니었다면, 누구라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세상에 이보다 더 불공정한 일이 또 있을까요?"
사람들은 이를 '유권무죄, 무권유죄'라고 한껏 조롱했다. 두루뭉수리 '권력'으로 눙칠 게 아니라, 대신 '김건희'라는 이름을 넣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논문과 경력을 위조하고 주가 조작 혐의를 받아도 수사를 받지 않고, 이번처럼 현행법을 대놓고 위반해도 '몰카 공작' 운운하며 '방귀 낀 놈이 성내는' 모습이 참담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놓고도 대통령은 "매정하게 좀 끊지 못한 것이 어떤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행법을 위반한 영부인을 짐짓 두둔하는 듯한 태도다. 대통령에게 '춘풍추상(春風秋霜 :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에게는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뜻)'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질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선 학교조차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청렴 연수'가 의무화되어 있다.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모름지기 미래세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라면 청렴을 비롯한 도덕성은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다. 하물며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과 가족들에겐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부모가 상담하러 학교를 방문할 때 들고 온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도 손에 들려 돌려보내는 게 모든 교사의 불문율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허용 액수를 일일이 따져보는 건, 법 제정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생각에 애초 받지 않는 것이다. 요즘 동료 교사 중에는 찾아오는 학부모에게 외려 커피를 미리 준비해 대접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영부인이 고가의 '디올백'을 받고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교사들이 학부모들로부터 촌지를 받는다고 해도 처벌할 명분이 없다. '영부인은 되고, 장삼이사는 안 된다'라면, 그걸 더는 법이라고 할 수 없다. 특정 개인에게 '치외법권'이 허용되기 시작하면, 추상 같은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만다. 영부인과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만신창이가 된 공영방송